한국일보

9만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스웨덴

2006-02-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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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지대의 섬들. 버스 대신 각종 페리보트가 섬사이를 누비며 출퇴근시간의 시민들을 실어 나른다.

9만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

수상 페리가 버스대역, 2만여개의 호수로 둘러싸인 스톡홀름

예의 바르고 시간 엄수

스웨덴 사람은 시간 잘 지키기로 유명하다. ‘코리안 타임’의 반대어를 굳이 말한다면 ‘스웨덴 타임’이 될 것이다. 누가 초대하면 그 집 근처에 미리 가서 기다린다. 초대 예절도 엄해 집주인이 “스쾰!”(건배)하고 말한 다음에야 술을 마실 수 있으며 건배도 여성에게 먼저 해야지 남자끼리 잔을 부딪치면 큰 실례가 된다. 이들은 기다리는데도 선수(?)다. 어디서든지 먼저 줄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켓에서 대기번호표 떼어 갖는 것도 스웨덴식 관습이다. 말수가 적고 목소리도 낮다. 내성적이고 차갑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남의 어려운 일을 도와주는 데는 제일 먼저 앞장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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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시간 탁아소에서 자녀들을 찾아 집으로 가는 직장여성들.

예절이 바른 만큼 사람들도 부지런하다. 여성들이 집에서 아이나 보면서 지낸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탁아소 시스템이 가장 잘 되어 있는 나라다. 직장에도 탁아소가 있어 퇴근 때 아이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일제히 몰려나오는 모습은 하나의 관광거리다. 여성장관들도 아이들과 함께 출근해 탁아소에 맡긴다. 어느 직장에서나 사원들에게 1년에 5주 유급휴가를 주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도에서 보는 스웨덴과 직접 눈으로 본 스웨덴은 너무나 다르다. 지도상으로는 기린의 입 부분에 해당하는 넓은 대륙인 것처럼 보이지만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수많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가 스웨덴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국에 호수가 9만6,000개가 되며 수도인 스톡홀름(사진)도 2만5,000개의 호수로 둘러싸여 있다. 따라서 페리 보트가 버스 역할을 하며 집집마다 작은 보트를 두고 이웃 큰 섬에 시장 보러 간다. 또 대도시 중심부 아파트에 살고 있다 해도 대부분 여름별장을 부근 섬에 갖고 있으며 주말에는 별장에서 지내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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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항달이 그린 미국이민선. 20세기초 100만명이 기근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왔다.

스웨덴에도 미국 이민 붐이 분 적이 있다. 1900년 초 스웨덴이 극심한 경제공황을 겪자 너도나도 미국 이민을 신청해 100만명 정도가 일리노이주와 위스콘신주에 정착했다. 인구 900만인 스웨덴에서는 한국처럼 미국에 친척을 안 가진 사람이 드물 정도다. 당시의 이민 붐을 기념하기 위해 이민을 기리는 동상까지 세웠다.
스웨덴 하면 유명한 것이 ‘스모가스보드’로 불리는 아침식사다. 풍부한 생선으로 꾸며진 스모가스보드는 원래 식사를 하기 전의 코스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저녁 메뉴로까지 등장하고 있다. 음식을 많이 담지 않는 것이 스모가스보드의 테이블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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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흐리고 눈비 오는 날이 많아 개였다하면 옷을 벗고 선탠을 즐긴다.

스웨덴은 추운 지방이지만 핀란드와 다른 것은 알콜중독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핀란드인들이 보드카를 마시는데 비해 스웨덴인들은 슈바페라는 과일주를 주로 마신다. 스웨덴 여행에서 명심할 것은 식당에서 포도주를 주문할 때는 미리 값이 얼마인가 물어보고 마셔야 한다는 점이다. 세금을 많이 거두니까 물건값이 일반적으로 비싸다.
스톡홀름을 제대로 보려면 디너 보트나 관광 페리를 타고 시 외곽을 한바퀴 도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냥 걸어서 돌아다니면 코끼리 다리만 만지는 관광이 된다. 스웨덴에 얼마나 많은 섬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떠나게 된다.


이 철
<이사>
c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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