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 보울, 뮤직센터, 카운티 뮤지엄 등의 다양한 음악, 미술, 종합예술 프로그램에서부터 브로드웨이 쇼와 대중음악 콘서트까지 다양한 인종만큼이나 다양한 문화가 모여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이런 여러 문화생활 중 한두 가지 누리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해수가 거듭되면서 매년 비슷한 프로그램과 형식에 차츰 시들해지고 뭔가 새로운 문화 체험을 찾아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런 가족들에게 권할 만한 주말 저녁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디너 디어터’(Dinner Theatre)다. 일반 극장의 다소 경직될 수 있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식사와 쇼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경험.


수십 년의 역사를 거쳐오면서 디너 디어터의 성격이나 종류도 무수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할 수 있는데, 과거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 ‘남태평양’ 등의 전통 뮤지컬이 주를 이루었던 반면, 요즘에는 재즈나 힙합 뮤지컬에서부터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살인 추리극 미스터리 디너쇼까지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의 시대가 된 것.
또한, 브로드웨이나 오프 브로드웨이 경력을 가진 연출자 및 배우들이 소극장 대신 디너 디어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작품 수준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는 쇼를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디너 디어터에서는 전채, 샐러드, 주요리, 후식 등 코스 디너와 음료수를 제공하고, 전체 길이는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살인 추리 미스터리 쇼의 경우에는 범인을 정확히 집어내서 써낸 관객이나 재미있는 답을 적어낸 관객에게 상품과 기념품을 주기도 하고, 회사나 큰 그룹 단위로 극장 전체를 빌린 쇼에서는 뒤풀이 겸 배우들과 함께 담소하는 시간이나 댄스를 곁들일 수도 있다.
가격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쇼의 경우 성인 기준 26달러에서부터 시작되며, 소규모 미스터리 디너 쇼가 1인당 65달러 이상 수준.
특별한 계획이 없는 주말, 왠지 집에 있기에는 답답하지만 아이들과 노인을 모두 모시고 갈만한 곳이 없어 고민하는 가정이나, 조금 색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찾는 연인 혹은 친구들을 위해 남가주에서 볼만한 디너 디어터 몇 곳을 소개한다.


엔터테인먼트 디너 디어터
(Entertainment Dinner Theatre)


중세기 기사들의 마상 시합을 볼 수 있는 미디버 타임스 디너 디어터.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가장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디너 디어터 중 하나인 ‘미디버 타임스’(Medieval Times Dinner and Tournament)는 관객들이 모두 중세기 영주와 귀족 부인이 되어서 기사들의 마상시합 대회를 구경할 수 있는 기회.
쇼가 시작되기 1시간 반 전쯤 대규모의 웅장함과 화려함이 겸비된 스테디엄 모양의 극장에 도착하면 관객이 응원하게 될 기사를 상징하는 빛깔의 종이 왕관이 제일 먼저 씌워지고, 테이블로 안내되어 자리를 잡으면 코스 디너가 시작되는데, 이 때 식사는 중세기식으로 포크와 나이프 없이 통째로 구워 나오는 닭고기와 소갈비를 모두 손으로 뜯어서 먹게 된다.
쇼는 여섯 가지 다른 빛깔의 기사들이 칼, 창, 무술 등의 대회를 통해 레이디의 사랑을 얻는 최고 우승자를 선발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최우수 기사가 미지의 세계에서 온 악의 기사와 싸워 이기는 피날레로 막을 내린다.
쇼에 등장하는 말들은 11세기 귀족과 기사들이 가장 즐겨 탔다는 스페인산 앤덜래시안 순종을 텍사스 목장에서 직접 기르고 훈련시켜,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대단한 말들의 재주와 움직임을 지켜볼 수 있다.
주중에는 1회, 주말에는 2회 공연을 한다.
7662 Beach Blvd., Buena Park.
(714)521-4740

미디버 타임스와 비슷한 분위기로 서부시대를 재현하는 디너쇼 ‘와일드 빌스 와일드 웨스트 디너 희가극’(Wild Bill’s Wild West Dinner Extravaganza) 또한 가족 엔터테인먼트로 재미있는 구경거리이다.
카우보이와 카우걸, 로프 재주꾼, 인디언 댄서 등의 등장인물들이 컨트리 뮤직에 맞춰 여러 가지 재주를 보이며 연출하는 코미디극이어서 아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디너쇼. 메뉴 또한 주제에 맞게 컨트리 스타일 바비큐와 감자, 야채 등.
7600 Beach Blvd., Buena Park.
(714)522-4611

어린이들과 함께 반드시 가볼 만한 공연으로 마술 디너쇼 또한 뺄 수 없는 선택이다. 아더왕 시절의 예언자 겸 마법사인 멀린의 이름을 딴 ‘멀린스 마술 디너쇼’(Merlin’s Magic Dinner Show)는 환상적인 마술을 소재로 한 코미디 연극.
르네상스 시대 만찬 스타일 식사 후 펼쳐지는 멀린의 마법과 마술의 세계는 어른들마저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신기함과 재미가 곁들여져 있다.
The Rib Trader Restaurant, 2710 E. Chapman Ave., Orange.
(714)744-9288


작품-공연 스타일 등 수준높고 다양

재즈-힙합 뮤지컬서 관객 참여 미스터리 디너 쇼까지
전채·샐러드 등 코스 디너-공연, 총 2시간 정도 소요

뮤지컬 디너 디어터 (Musical Dinner Theatre)

음악과 춤으로 가득 찬 뮤지컬 디너 디어터는 미스터리 극장에 비해 훨씬 다양한 연령층이 언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누릴 수 있는 곳. 쇼가 진행되는 동안 식사를 마친 테이블에서 아이가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노인이 편안히 음료수를 마시거나 외부 출입을 해도 무방하다.
무대를 중심으로 둥그런 반원형 식당식 객석이 있는 극장에서 세 가지, 또는 네 가지 코스 디너 뒤에 웨이터들이 디저트와 음료수만 남기고 그릇을 정리해 가고 조명이 어두워지면서 쇼가 시작된다.
전형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원래 3시간 반 분량에서 2시간 남짓한 길이로 줄여, 주요 부분을 부각시키고 인기 있는 노래 중심으로 각색해서 보여준다. 일반 극장에 비해 무대시설이나 작품성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온 가족이 평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가볍게 즐기기에는 한번쯤 시도할 만하다.
비교적 수준이 있는 공연을 꼽으면, 지난 20년간 남가주 디너 디어터 중에서 전통적인 뮤지컬의 맥을 이어온 클레어몬트의 캔들라이트 파빌리언과 샌타애나의 티비스를 들 수 있다.
캔들라이트 파빌리언에서는 올 겨울과 봄 시즌에 아담과 이브의 파라다이스를 그린 ‘바이트’, 해적들의 이야기 ‘파이랫츠 오브 팬잰스’, 그리고 엘비스를 비롯한 유명 로큰롤 음악으로 만들어진 ‘스모키 조스 카페’등을 준비하고 있다.
Candlelight Pavilion Dinner Theatre, 455 W. Foothill Blvd., Claremont, (909)626-1254
한편, 샌타애나 퍼포밍 아츠 센터에서 수년간 뮤지컬을 공연해온 티비스가 최근 퀸 메리호의 선셋 라운지에서 주말 공연을 시작하여, 빅밴드의 흥겨운 스윙음악을 토대로 한 브로드웨이 카바레 스타일 쇼 ‘멋진 40년대’를 공연 중.
샌타애나 디너쇼는 Santa Ana Performing Arts and Event Center, 505 N. Sycamore St., Santa Ana, 888-4-TIBBIES
퀸 메리 공연은 1126 Queens Highway, Long Beach, (562)499-1757.
이 외에 카바레 스타일이나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디너 디어터로는 웨스트 할리웃의 매스커스 (Masquers Cabaret and Dinner Theatre, 323-653-4848)와 터스틴의 커튼콜(Curtain Call Dinner Theatre, 714-838-1540) 등이 있다.


미스터리 디너 디어터 ‘샌 제내로의 살인’은 식당 외부를 이용, 무대를 벗어나 관객과 함께 공연하는 인터액티브 쇼를 경험하게 해준다.

머더 미스터리 디너 쇼 (Murder Mystery Dinner Show)

최근 미 전역에서 가장 유행하는 형식의 디너 디어터 쇼이다.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관객이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 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극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범인이 체포될 때까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감이 유지된다.
퀸 메리호를 비롯하여 할리웃의 작은 극장들에서 수시로 선보여 왔으며, 지난 수년 사이 회사나 단체파티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별히 주목할 만한 쇼로는 ‘디너 디텍티브 머더 미스터리 샌 제내로의 살인’(Dinner Detective Murder Mystery ‘Murder at San Gennaro’)을 들 수 있다. 무대가 아닌 식당 내에서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인터액티브 연극으로, 지난해 80회 공연 중 77회가 매진될 정도로 인정받는 수준을 갖추었다.
다이닝홀 테이블 바로 옆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되는데, 식사 중 언제 어디서 총성이 울릴지 아무도 알 수 없으며, 한 테이블에 앉은 손님 중 누가 진짜 손님이고 누가 배우인지, 어느 대화가 실제이고 어느 대화가 극본에 의한 대사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두 시간 동안 실제 살인사건에 연루된 기분을 맛볼 수 있다.
The San Gennaro Cafe, 9543 Culver Blvd., Culver City, (866)496-0535
또 다른 인터액티브 디너 쇼인 미스터리스 엔 브로셋 역시 무대가 아닌 일반 식당의 연회실에서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뮤지컬과 미스터리를 접목시켰기 때문에 일반 범인 추적극에 비해 한층 밝고 흥겨운 느낌이다.
각 시대별 음악과 춤을 곁들인 네 개의 작품을 번갈아 공연하는데, 2월에는 1920년대 시카고를 중심으로 한 갱스터 살인사건 ‘스피크이지 토요일 밤’, 3월에는 1949년 뉴욕의 라이브 라디오 공연 중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 ‘누가 라디오 쇼를 죽였는가’, 4월에는 1950년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벌어지는 ‘삭 합 리유니언’, 끝으로 5월에는 1970년대 디스코의 화려한 음악과 춤이 있는 ‘죽음의 디스코 여행’을 공연할 예정이다.
The Harbor House Restaurant, 4211 Admiralty Way, Marina del Rey, (310)399-1507
이외에도 할리웃에 위치한 드라마 퀸 디어터(Drama Queen Theatre, 310-949-9255)에서는 여장을 한 남자 드래그 퀸들이 벌이는 미스터리 쇼를 볼 수 있으며, 풀러튼의 엠 카바레(M Cabaret at Maverick Theatre, 714-225-8692), 어바인의 고메 디텍티브(The Gourmet Detective at the Mezzanine Restaurant, 866-992-5424) 등에서도 주말 저녁을 유쾌하게 보낼 만한 미스터리 쇼를 경험할 수 있다.

고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