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프로

2006-02-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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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기분 좋고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 내가 아는 미스터 리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분이다. 윌셔가 한복판에 제과점을 열고, 언제 주위 사람들로 부터 염려의 말을 들었나 싶게 기분 좋은 모습으로 며칠 동안의 바쁨을 얘기하는 그에게선 잘 부풀어 구어진 맛있는 불란서 빵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한창 젊은 나이지만 아버지대로 부터 빵만 구워왔고 빵에 대한 얘기라면 반짝이는 눈으로 끝도 없이 얘기를 하는 모습에서는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미국에 와서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빵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빵을 연구하면서 우리의 것과 그들의 것을 잘 조화시켜 우리도, 다른 이들도 함께 좋아하는 맛을 만드는 게 그의 꿈이었단다. 이미 그는 다운타운에서 한국인과 라티노들이 그의 빵을 사려고 줄을 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임대계약은 우리 사무실이 처리했다. 껑충 뛴 렌트와 실내 수리 및 설치비가 만만찮아 그만 둬야하나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밸런타인스 데이에 문을 열고 대목을 보면서 걱정은 사라졌고 앞으로 가야할 방향도 더 뚜렷하게 잡혔다며 좋아하던 얼굴에는 미소가 흐른다.
그는 손님들이 나간 뒤 쓰레기통을 점검한단다.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를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모양과 맛, 그리고 내용이 다른 빵과 샌드위치를 계속 연구해 만드는 그는 영업장에 가면 오늘은 무슨 새로운 메뉴가 있을까 궁금해 하며 오는 손님들의 모습이 그려진다고.
다운타운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어느 부부의 얘기를 하며 그는 행복해한다. 한시간씩 출퇴근 드라이브를 하며 서로 입 다물고 말없이 다니기를 몇 년, 그런데 그 분들이 이 집의 빵과 커피를 먹게 되면서 부터 말문이 트이게 됐다. 먹는 것을 통해 자질구레한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속내도 들어나게 되고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다며,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며 맛있는 빵을 만들어내는 일이 더 없이 기쁘단다.
그의 빵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예술가의 경지라 해도 지나침이 없는 듯하다. 그는 진정 프로다.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들의 맛과 건강을 생각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존경을 보내며 그의 꿈이 쭉쭉 뻗어나가기를 바란다. 프랜차이즈로 자신의 브랜드를 보급하고, 중국에 빵공장을 짓고 북한 사람들에게 맛있는 빵을 보내며 복음도 함께 전하고 싶은 그의 꿈은 머잖아 이루어지리라.

로라 김
<원프라퍼티>
(323)541-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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