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우물을 파기

2006-02-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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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면서 활동하는 에이전트 A씨. 그는 작은 리스 거래라도 있으면 리버사이드나 샌버나디노도 마다않고 달려가 일을 한다.
장거리를 운전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그를 보면서 나는 그 지역의 전문 에이전트와 같이 일을 하든지, 아니면 리퍼럴을 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커미션을 나누기 싫은 욕심에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가 먼 거리를 오고가는 시간에 자신의 구역에서 일을 더 열심히 했으면 더 큰 수확을 거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활동하지 않는 지역의 마켓 동향도 모르고 거래를 한다는 것은 손님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불이익마저 줄 수 있다.
부동산은 지역을 전문으로 하는 것이다. 한 지역의 특성을 파악해 그 곳의 전문가가 되고 그 곳에서 꾸준히 일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한 에이전트가 모든 지역에 가서 부동산 거래를 한다는 것은 부동산 비즈니스의 성향에 어긋나는 것이다. 많은 탑 에이전트들이 한 지역에서 시작하여 그 지역에서 자신의 커리어를 마치고, 자손 또는 후배들에게 그 지역 경험을 물려준다.
지난주에 언급했던 리차드 던도 1940년대 말 지금의 한인타운인 피게로와와 웨스턴 사이 올림픽가를 활동 구역으로 정하고 일을 했다. 그 당시 모든 건물의 정보를 하나하나 수집하여 눈에 익혀 두고, 각 건물의 주인을 찾아가서 만나곤 하였다.
그 당시에는 인터넷은 물론 전화도 발달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각 건물의 정보 뿐 아니라 주인의 정보를 얻는 일도 매우 어려웠다. 발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다. 한번은 각 건물의 주인을 찾아가다가 한 주인과 연락이 되었는데 그가 바로 제이 폴 게티 박물관을 설립한 게티였다고 한다. 그가 일했던 한인타운 올림픽가는 내가 지금 일하는 지역이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한 지역을 집중해 일하는 방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나 역시 모든 건물의 정보를 수집하여 구역에 대해서 확실한 매매 동향을 파악하여 건물주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다만 많은 정보를 인터넷 등 컴퓨터에서 수집하고 건물 사향과 매매 가격 등은 공공 기록을 참조한다. 하지만 한 건물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접 그 건물을 가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많은 시간을 한인 타운을 직접 걸어 다니며, 건물의 상태, 테넌트, 비즈니스가 얼마나 되는 지를 파악하고, 각 건물의 사진을 찍어서 보관한다. 예전과 다르게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서 컴퓨터에 보관하지만 자신의 구역을 걸어 다니며 마켓을 파악하는 것은 예전이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한 지역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영어로 ‘파밍’(farming), 즉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즉 씨를 뿌리고, 곡식에 정성을 다해 자라게 하고, 추수를 하는 농사의 과정을 말한다.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나 수확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면 나중에는 큰 수확이 있다.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도 성공 비결이다. 내가 일하는 회사는 이 한인 타운과 다운타운 지역에 85년을 집중으로 일했다. 미국 전국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몇몇 회사들 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이 지역에서는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회사 중에 하나이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을 잘 알고 집중적으로 일해 왔기 때문이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213)534-3243
www.charlesdu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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