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2006-01-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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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보며


저녁에 가끔 별을 보고 싶을 때면 밖으로 나가는데, 어제 저녁에는 안개가 많이 끼어서 별이 그저 희미하게 보이더군요. 아마도 청명한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려면 이곳 안개지역을 벗어나서 안개 없는 산에 올라가면 되겠지요. 안개가 너무 많이 끼었을 때는 별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바로 코앞의 앞집이 보이지 않을 정도지요
사람 마음도 이와 같아서 안개 낀 듯 마음이 깨끗하지 못하면 봐야 할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법이지요. 마음이 안개 낀 듯 흐릿한 사람은 봐야 할 것들도 제대로 볼 수 없지만 보이는 것들이 명확하지 않고 그저 흐릿할 뿐입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일들이 흐릿한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게 된답니다
‘깨끗’이란, ‘깨달음의 끝’이란 말의 줄임말입니다. 어느 분이 말씀하시기를 마음에 깨달음을 얻은 사람은 하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하나님과 사람을 바로 보고 알기 때문에 그럴 거라 생각합니다.
‘보는 눈을 가진 사람, 자기가 가는 길을 아는 사람, 소중한 가치를 알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
이런 사람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입니다’
두레마을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과일나무 가지치기를 해오고 있습니다. 나무가 좋은 과일을 잘 맺게 하기 위해 나무를 깨끗하게 하는 일이죠. 이제 2~3일이면 다 끝날 예정인데 깨끗하게 하는 일에 참여하는 건 기분이 좋습니다.
두레마을에서는 나무를 깨끗하게 하는 일과 더불어 두레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일을 동시에 해 오고 있습니다. 안개가 따사로운 햇살에 사라지게 되면 세상이 밝게 보이는 것처럼 두레마을을 이전보다 더 밝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집안을 깨끗하게 하든 집밖과 자기가 일하는 터전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건 먼저 자기 안이 깨끗해야 하는 법이고 보고 싶은 걸 보지 못하거나 희미하게 보일 때는 봐야 할 것들이 자기가 있는 곳에서 보기 힘들다면 자리를 옮겨서라도 보고 싶은 것들을 볼 일입니다.
이곳에서는 저녁에 차를 몰고 1시간쯤 가면 산 위에 도달할 수 있는데 아무리 안개가 지독한 때라도 거기에 가면 청명한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우리가 사는 지역을 내려다보면 구름이 세상을 점령한 듯 그렇게 보입니다.
올 한해에는 제 자신과 가정을 포함하여 두레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일과 거기에서 좋은 것들을 보며 사는 한해이길 빕니다.
오늘은 잔뜩 흐린 날씨에 하늘에서는 빛님이 오시고 땅과 풀들은 빛님을 반기며 기분 좋게 받아들이네요.

조규백(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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