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7년 일한 에이전트

2006-01-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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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 에이전트들의 약력을 읽어가다가 고희에 신인 에이전트 상을 받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그는 내가 근무하는 찰스 던이라는 회사를 1921년에 설립한 찰스 던의 아들 리처드 던이다. 그는 현재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57년간 부동산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리처드는 2차 대전 당시 군복무를 마치고 23세 되던 1949년 찰스 던에 입사했다. 그가 처음 일한 지역은 지금의 한인타운을 포함한 웨스턴~피게로아 사이의 올림픽가였다.
첫 매매는 윌셔와 킹슬리에 있는 1만스퀘어피트의 자그마한 주택이 딸린 토지였다. 가격은 8만달러로 그 주택을 오피스로 개조했다. 그는 이렇게 산업용 부동산에 발을 들여 놓았다.
50년대 초에는 그의 동생도 회사에 합류했다. 50년대말~60년대초 허허 벌판이었던 윌셔가에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회사도 부흥기를 맞았다.
리처드는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레돈도비치의 TRW 건물, 버뱅크의 NBC 건물 등의 매매에도 관여했다. 71년에는 1200 윌셔가 건물을 구입하기에 이른다.
75년부터 그는 에이전트에서 손을 떼고 동생과 회사 운영에만 전력하며 회사는 황금기를 맞게 된다.
100여명의 브로커가 근무하고 건물 관리, 모기지, 감정 부서도 설치했다. 창업자 찰스 던은 60년대에 은퇴하고 70년에 타계했다.
80년에는 LA지역에 5개의 오피스를 운영하게 된다. 80년대 말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매매와 리스를 담당하는 브로커 부서가 침체됐다.
많은 건물들을 소유했던 윌셔가의 회사들이 부도 신청을 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던 건물들이 은행으로 넘어오면서 이 건물들을 관리해야 하는 수요가 엄청 늘었다. 이때 회사의 건물 관리부는 반대로 급성장을 하게 된다.
95년에는 대형 업체들로부터 매입 오퍼를 받지만 회사 초창기부터 파트너였고 당시 건물 관리부 사장을 역임했던 월터 칸에게 회사를 매각 한다.
회사 매각 후에 그는 다시 에이전트로 뛰며 그 해에 신인 에이전트상을 받는다. 그의 나이 70세때 일이다.
95년 이후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며 회사는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지금의 6가와 풀라워 코너의 사무실로 이전했다. 명실공이 다운타운 오피스 마켓의 시장 점유율에서 4번째인 회사로 발전했다.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그의 아들 척과 동료처럼 한 오피스에서 에이전트로 일한다.
다른 아들 매튜와 조카 마이크와 함께 던 가족들이 소유한 30여개의 부동산을 관리, 매매하고 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많은 거래를 하지 않는다는 그의 눈은 아직도 열정으로 빛난다.
평생 큰 기업을 일구고 많은 재산을 축적 일하지 않아도 될 나이에, 손자벌이 되는 젊은 속에서 일하는 그의 모습이 부럽다. 나도 그의 나이에 부동산의 대가를 이루어서 자식, 손주와 함께 일하는 것을 꿈꾸어 본다.
일을 사랑하고, 그것이 몇 대에 걸쳐지면 나를 포함한 많은 한인 이민자들도 이 땅에서 대업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213) 534-3243
www.charlesdu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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