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옷을 잘 입는다는 것

2006-0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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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칼릴 지브란의 시 구절 중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아름다움은 두 눈을 감아도 보이는 영상이며 두 귀를 막아도 들리는 노래… 아름다움은 신성한 얼굴을 가린 베일을 벗어버린 삶의 모습이다.’
사실 개인의 존재에서 바깥으로 보이는 외면의 아름다움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름다움이란 자신의 마음과 행동하는 일상에 잠재해있는 법입니다. 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은 마음을 열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면 그것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과 열정이 담긴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가능성과 열정의 눈을 뜨게 되면 일상 속에 감춰져 부끄러운 부분으로 남아있던 자신의 아름다움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게 됩니다. 무관심하던 것들에 관심이 가고 작게 보이던 것들이 크게 보이며 자신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바로 나 자신을 정확히 보기 시작하는 그 시점이 자신의 패션 트렌드를 잡는 시작이 됩니다. 일상 생활 속에 항상 함께 동고동락하는 옷차림은 우리의 지성을 예리하게 평가시켜 줍니다. 그것은 일상생활에서 파동하는 외면의 감성이나 타당성 같은 것을 논하게 됩니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자신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방법이며 스스로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또한 스스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의미입니다. 옷차림이란 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도, 다른 사람보다 돋보이기 위한 수단도 아닙니다.
옷차림이란 자신의 마음을 외부에 대변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입니다.
제가 가르친 한 학생의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뇌수술을 받으시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위해 삭발을 하신 어머니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외모를 혐오스럽게 생각하여 급기야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고 삶의 의욕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어머니에게 어느 날 선물이 하나 배달되었습니다. 그것은 그 어머니의 여동생이 보낸 어머니께 아주 잘 어울리는 예쁜 옷 한 벌이었습니다. 그 옷을 펼쳐본 어머니는 가슴속에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찾은 느낌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을 예쁘게 하고 선물로 배달된 옷을 입었습니다. 그리고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거울을 보았습니다. 거울에 비춰진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옷 한 벌이 어머니의 잃어버렸던 자신을 찾아 주었고 몸과 마음의 병을 회복시키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어머니의 삶은 마치 아침 햇살을 받은 꽃망울처럼 영롱한 빛을 띄게 되었습니다.
옷에는 트렌드(유행)가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의식적으로 다가오는 정치, 사회, 문화, 그리고 예술적인 것들의 합체이기도 하며 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트렌드란 바로 시대의 분위기를 대변합니다.
그 분위기는 우리의 사고를 자극하여 창조의 욕구를 일으켜 줍니다. 그런 창조의 욕구를 우리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받아들여 우리 자신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아름다움을 정확히 알고 활용하는 것이 자신의 패션 트렌드를 창조하게 됩니다.
이제 다시 새로운 한 해를 맞았습니다. 2006년의 봄과 여름의 트렌드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화려한 분위기입니다. 시작하는 마음으로 옷장을 다시 재정리 해 보십시오. 돌고 도는 패션 트렌드의 한 초점을 잡아 옷장 속에 잠자고 있는 옷을 정리하고 재고를 확인해 보십시오. 그 속에 잠들어 있던 한 스타일이 감성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니아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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