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감각’ 있는 자녀 만들기

2006-01-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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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부터 저축습관 길러야

포키몬과 바비 인형에 마음을 뺏긴 어린 자녀들에게 부모가 돈 모으는 것을 가르친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용돈을 받는 아이일수록 경제감각이 높아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확실히 그런 아이들이 10대가 되면 재정 운용도 탄탄하게 한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은 지출과 저축 습관은 5∼7세 무렵에 형성되어, 평생을 쓰고 사는 사람이 될지, 모으고 사는 사람이 될지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므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저축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금전 관리 훈련을 시키는게 좋을까.

자녀 전용 계좌 만들기


아이 이름으로 최저 100~500달러 입금해야

자녀에게 용돈을 관리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은행에 아이 이름으로 된 통장을 만들어 주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를 위한 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은 많지가 않다. 법적으로 18세 이하의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만으로 계좌를 열 수 없기도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홍보와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시티뱅크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Bank of America)도 아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지만 어린이 전용 계좌는 없다.
한인은행 중 유일하게 ‘키즈 세이빙 어카운트’ (어린이 저축계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은행은 한미 은행.
아이들의 저축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만든 이 계좌는 6~14세의 자녀이면 누구나 만들 수 있으나 부모님이나 보호자와 공동명의로 해야 한다. 계좌 개설시 최저 잔고는 100달러. 이자율을 다른 계좌와 동일하다.
한미 은행 관계자는 “동전을 넣어두던 돼지 저금통이 꽉 차면 은행으로 들고 오거나 새해가 되면 세뱃돈을 모아 계좌를 오픈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릴 때부터 적은 돈이지만 꾸준히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중앙, 나라, 윌셔 은행은 어린이 저축계좌는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부모와 함께 공동 명의로 아이이름의 계좌를 만들 수 있다.
나이 제한은 없으며 계좌를 만들거나 돈을 인출할 때는 반드시 부모의 서명이 필요하다. 최저 잔고는 윌셔와 나라 은행은 500달러, 중앙 은행은 100달러이다.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는 중앙 은행은 어린이들에게 저축하는 습관을 장려하기 위해 돼지 저금통을 나눠주고, 이 저금통에 동전을 가득 채워오는 어린이에게 소정의 상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돼지 저금통을 나눠주는 이번 행사는 중앙은행 고객들에 한해 올 3월쯤 가질 예정이다.


◇티끌 모아 태산을 가르쳐라

재정상담가 새라 이씨는 “아이들의 재정 교육에 가장 중요한 것은 ‘티끌 모아 태산’의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부모와 함께 동전을 모아 마켓에 있는 동전교환기나 은행을 통해 그 작은 저축이 얼마나 커다란 돈이 되는지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아이에게 살아있는 경제 관념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또 아이 전용 돼지저금통을 구입해 하루에도 몇 번씩 동전이 생길 때마다 저금해 저금통이 꽉 차면 아이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면서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데 용돈을 주면서 아이로 하여금 수입과 지출에 대한 내역을 기입하게 하면 자신의 소비 패턴을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돼서도 수입과 지출의 손익 계산서를 만들어 씀씀이를 조절할 확률이 높다.

◇돈버는 재미를 알려줘라

아이들에게 돈버는 재미를 깨닫게 하는 것도 좋다. 청소,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세차 등을 도와주거나 도맡아 하면 보너스 용돈을 주는 식이다.
아이 스스로 용돈 관리법을 알게 된다. 경제 감각을 키우기 위한 소비자 모임인 ‘점프 스타트’는 나이별로 다른 교육 방법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점프 스타트는 연령별 경제교육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5~6세 자녀에게는 일주일에 ‘1달러 곱하기 어린이 나이’ 정도의 용돈을 주고 일부를 저축하게 하는 습관을 길러주면 좋다고 말한다.
9∼10세가 되면 예산관리 개념을 심어주면 좋고, 10세 어린이에게 일주일에 10달러 용돈을 주고 이 돈을 얼마동안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계획하는 습관을 지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1∼12세 자녀에게는 주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것도 좋다. 부모가 직접 주식을 사 자녀와 함께 신문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입수하고 투자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10대 초반 청소년은 부모가 보증을 서고 은행 계좌를 열어주면 좋다.

◇용돈 줄 때도 전략 필요

용돈 지급기간도 달리해야 한다. 자녀가 어릴수록 주당 1, 2회로 나눠 짧게 정하고 나이가 들수록 기간을 늘려나간다.
용돈은 부모가 책임을 지고 정기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불규칙하게 주는 건 아예 용돈을 주지 않는 것보다 나쁜 효과를 낳는다.
용돈을 올려줄 때도 전략이 필요하다. 매해 자녀 생일에 용돈을 정기 인상해주는 게 가장 바람
직하다. 자녀는 인상될 용돈 규모에 맞게 미리 예산을 세워두는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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