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 결심

2006-0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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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되는 일월, 재뉴어리는 두 얼굴을 가진 고대 로마의 신 제누스의 이름에서 기원된 것이다. 초기 로마인들은 달력의 머리 앞에 제누스의 얼굴을 새겨 놓았는데 제누스는 두 얼굴을 가지고 과거를 돌아보기도 하고 미래를 내다볼 수도 있는, 용서, 그리고 결심과 해결(resolution)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도 새로운 해를 맞는 시기에는 내향적이 된다. 새삼스레 자신의 살아온 모습, 느낌, 생각 등을 뒤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 내적 성찰은 불가불 자기개선에 대한 열망을 갖게 한다. 그리고 ‘더 나은 자기 만들기’에의 기대를 가지고 새해를 맞기위한 하나의 의식처럼 새해 결심(New Year’s resolution)을 또 해본다.
새로운 한해를 맞으며 새해 결심을 하는 사람은 아직 희망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더 이상 새해 결심을 하지 않는다. 수많은 세월을 맞으며 새해 결심을 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을 수없이 경험하고 나면 이제 자기 자신에게 민망하고 볼 면목이 없다. 왜 되지 않을 결심을 하고 스스로에게 절망과 패배감을 안겨줄 것인가. 그러니 아예 결심을 하지 말자는 자조적인 생각에서이다. 변화하고자 하는 시도는 어렵고 변화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은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살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우리의 삶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 너무 많고, 변화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기에 선뜻 ‘그냥 대충 이대로 살겠다’라고 답할 수도 없다. 담배도 끊어야 하고, 운동도 시작해야하고, 가족과의 질적인 시간도 늘이고, 몸무게도 줄여야하고, 돈도 저축해야하고, 이런저런 모양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 하는데 새해 결심은 하기 싫다. 또 실패가 두렵기 때문이다.
희망을 하지 않으면 실망도 없을 것 같아 새해결심을 회피해 보지만 변화에 대한 부단한 도전이 없는 삶은 결국엔 절망에 이르게 된다. 다시 한번 새해결심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번에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실질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말이다.
펜과 종이를 꺼내 성취할 수 있을 만한 현실적인 목표를 적어보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가장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작은 목표들을 만드는 일이다.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길목에서 여러 작은 목표들이 달성되는 성취감을 맛보도록 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게되어 더 잘 해보고자 하는 자신감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새해 결심의 가장 큰 징크스는 작심삼일인데 이것을 깨는 방법은 조급하지 말고 자신과 목표에 대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설혹 한 두번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모든 것을 내동댕이 치며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실패했을 때 스스로에게 윙크하며 다시 시작하겠다는 여유를 가지고 새해결심을 하여, 우리 모두가 행복된 한해를 맞이하기 바란다.

서경화(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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