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화장실 에티켓

2006-01-1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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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변소를 겸하기는 하지만 변소는 아닙니다. 화장실을 변소와 동일시하게 되면, 화장실을 화장실답게 단장도 하지 않게 되고, 화장실의 기능도 무시하게 되기 쉽습니다.
화장실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시발점과 같은 공간이며, 하루의 생활을 부드럽게 마무리하는 안식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기능적이며 포근하고 단정하고 깨끗하여야 합니다. 어떤 면으로 화장실은 그 집안의 얼굴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더욱 강조되게 됩니다.
화장실은 꾸미는 측에서도 올바르게 꾸미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사용하는 측에서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손님이 사용하게 되는 거실(living room)의 화장실이나 오락실(family room)의 화장실은 꾸미는 측에서나 사용하는 측, 쌍방이 모두 제대로 잘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화장실에는 통상 목욕수건(bath towel), 세숫수건(hand towel), 비누수건(wash cloth) 3가지를 걸어놓게 되는데, 손님용(유숙하지 않는 손님) 화장실에는 깨끗한 세숫수건 한 가지만 걸어놓는 것이 상식입니다. 수건 걸이(towel bar)가 길거나 두개 이상 비치되어 있으면 같은 무늬와 종류의 것 두 장을 나란히 같이 걸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종류와 무늬가 다른 것을 같이 걸어놓으면 초라하게 보이니 만치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수건 대신 페이퍼타월을 놓아두어도 됩니다. 비누는 물비누도 좋고 세숫비누(bar soap)도 좋습니다. 물비누인 경우는 언제나 ⅓이상이 들어 있도록 해야 하고, 세숫비누는 반 이상을 쓴 것은 새것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세숫비누에는 까만 때가 끼지 않은 깨끗한 것을 놓아두어야 합니다.
손님용 화장실에는 칫솔이나 치약, 면도 용구 등 손 씻는데 필요한 물건 이외의 것은 놓아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품은 일체 놓지 않는 것이 좋지만 핸드로션 한 가지만은 놓아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루말이 화장지는 ¼정도로 내려가면 새것으로 바꾸어 놓아야 하고 여분 한 개를 변기의 물탱크 위에 예비로 놓아두는 것이 상식입니다. 그리고 화장용 휴지(facial tissue)도 한 통을 화장대(vanity table)에 비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기의 시트는 내려놓고 뚜껑도 언제나 닫아 두는 것이 매너입니다. 두루말이 화장지는 화장지가 벽의 반대방향으로, 즉 쓰는 사람 앞으로 풀리도록 꽂아놓는 것이 좋습니다. 특별한 원칙은 없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사용자에게 편하기 때문입니다. Scott 제지회사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75%가 그렇게 끼워 놓는다고 합니다.
화장실 문은 사용치 않을 경우는 언제나 약간 열어놓는 것이 상식입니다. 집주인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하고, 손님도 사용 후 나올 때에 문을 닫지 말고 약간 열어놓은 채로 나와야 합니다.
남자손님은 소변을 볼 때 반드시 시트를 올리고 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용건이 끝나면 휴지로 변기 둘레를 약간 훔쳐야 합니다. 암만 조준을 잘 해도 소변이 튀어서 둘레에 묻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시트와 뚜껑을 내려놓고 나와야 합니다. 수건은 쓰고 나면 가능한 한 원상으로 펴서 단정하게 걸어놓도록 합니다.
남의 화장실을 쓸 경우는 용변 시 팬(fan)을 틀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악취를 없앤다는 목적도 있지만 소음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용변 후에는 손을 씻는 것이 매너입니다. 자기를 위한 것보다는 남을 위한 예의입니다. 손을 씻고 나면 세면대 주위를 약간 휴지로 훔치는 것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남의 화장실을 어지럽히는 것은 신사도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전유경<‘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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