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에 대한 신뢰

2006-01-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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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이다. 상업용 건물을 찾던 한 고객과 딜을 추진했는데 그 고객이 매매의 모든 과정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전에 자신의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와 좋지 않은 경험이 있던 것이었다. 그 에이전트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 결국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좋지 않은 경험으로 인해 그는 대부분 에이전트에 대해 신뢰감을 갖기 어려웠다고 한다. 아무리 신뢰감을 쌓으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거래 기간 최선을 다한 에이전트들도 신뢰를 얻기가 힘들었다.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라가 데인 경험이 있는 고양이라면 다시는 뜨거운 프라이팬에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 고양이는 심지어 차가운 프라이팬에도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한번 나쁜 경험을 하면 그 기억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소수의 준비되지 않은 또는 도덕적으로 선명하지 않은 에이전트들 때문에 에이전트 전체가 욕을 먹는 것은 아주 안타까운 일이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대부분의 에이전트들은 손님의 이득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에이전트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에이전트는 세일즈맨이고 우리 문화에서는 세일즈맨을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백화점에 들어서면 세일즈맨이 와서 무엇을 도와줄지를 물어본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냥 구경하려고 나왔다고 한다. 그 세일즈맨들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필요 없는 물건을 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물품에 관해서는 그들의 전문적인 의견과 도움을 받곤 한다. 이 세일즈맨들이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들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엄격히 말하면 부동산 에이전트는 여는 세일즈맨들과 다르다. 보통 세일즈맨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제품을 팔려고 하지만 부동산 에이전트는 셀러와 바이어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매물을 세일즈 하기 보다는,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과 축적된 지식으로 손님에게 전문적 조언을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역할이다.
둘째 과거 한국의 복덕방에 대한 이미지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 있을 수 있다. 복덕방은 시간이 남는 노인분들이 모여서 여가를 즐기며, 용돈을 버는 곳으로 보여 질 수도 있다. 현대의 에이전트들은 숙련된 프로페셔널이다. 그들은 현대 경제의 근간인 부동산 산업을 이끌어가는 선두 주자들이다. 경제, 법률, 회계 등 전문적 지식을 끊임없이 섭렵해야 하는 것이 에이전트의 자격이다. 일 년에 한번 있는 부동산 컨벤션에 가보면 미국 정보, 전산의 첨단 기술이 처음에 활용되는 곳도 부동산이다.
한번은 아는 분이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자신의 에이전트가 자꾸 가격을 높여서 오퍼를 넣자고 한다고 불평을 하였다. 그는 그 에이전트가 리스팅 에이전트와 모략을 하여 가격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왔다. 주택 시장이 과열되어 복수 오퍼가 들어오고 있을 때였다. 나는 그 에이전트가 손님의 오퍼가 수락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믿어주라고 하였다. 손님의 이익을 최대한 지켜주는 것이 에이전트의 도덕적 의무이자 법적 책임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좋은 에이전트를 엄선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엄선하였으면 믿고 일을 맡겨 주어야 한다. 에이전트를 고용인이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로 신뢰할 때 에이전트는 손님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다음 주에는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에이전트의 자질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보겠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213)534-3243
www.charlesdu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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