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숙희 기자의 주방일기

2006-01-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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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방

이번 주 커버스토리를 모두들 흥미롭게 읽으셨을 줄 믿는다. 주부라면 누구나 궁금한 것, 남들은 무슨 간장을 쓸까, 무슨 된장 고추장을 사먹을까, 하는 이야기들을 요리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소상히 들었으니 말이다.
정숙희 기자가 뭘 쓰는 지에 대해서는 다들 하나도 안 궁금할 것이다. 그래도 안 끼워주니 왠지 고까워서, 나이 드는 티를 팍팍 내가면서 좀 끼여들기로 했다.
우리집 기본 양념은 수복표 국간장, 특등 참기름, C&H 브라운 슈거, 하인즈(Heinz) 식초, 간장은 기꼬만이나 몽고간장을 썼는데 요즘 들어 햇살을 담았느니, 참숯에 두번 걸렀느니 하는 기나긴 이름의 간장들이 많이 나와 하나씩 시도하는 중이다. 된장 고추장은 두레마을 것이나 유기농 순창 된장, 순창 고추장을 주로 쓴다. 소금은 얼마전 ‘특허받은’ 구운 소금을 사봤는데 하도 짠맛이 안 나서 다시 미국 소금을 쓰고 있다. 식용유는 튀김요리 외에는 거의 쓰지 않고 대신 올리브 오일(light)을 부침, 볶음요리에 두루 사용한다. 쌀은 대풍, 김치는 청록원, 두부는 풀무원 유기농 두부… 대충 이런 것들이 나의 기본 장보기 목록이다.
유기농 말이 나온 김에 나는 달걀과 우유만은 꼭 유기농 제품을 산다. 다른 식품류는 유기농이 많이 비싸지만 달걀과 우유는 제아무리 비싸봐야 3~4달러 수준이라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달걀과 우유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닭과 소가 어떻게 사육되는지를 알고 나면 도저히 그 몸에서 나온 것을 먹고 싶어지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나의 스페셜 양념. 스페셜이랄 것도 없이 언젠가 한번 소개했던 맑게 우려낸 양지머리 육수가 다용도로 쓰이는 맛내기 재료이고, 그 외에 후추를 많이 쓰는 편이다. 통후추를 페퍼 그라인더에 넣어두고 요리할 때마다 갈아서 쓴다. 조금 귀찮지만 나물 무칠 때나 각종 양념할 때 갈아넣으면 후추향이 살아있는 신선한 요리를 할 수 있다. 양지머리 국물 낼 때도 양파와 통마늘 외에 통후추를 넉넉히 넣고 끓이면 국물 맛이 개운하고 세련돼(?)진다.
나는 또 레몬을 상비해두고 자주 사용한다. 생선과 닭 요리에는 언제나 레몬즙을 짜서 넣는데 비린내 없애는 데는 최고인 것 같다.
또 하나 중요한 나의 양념은 ‘양념 많이 안하기’이다. 요즘은 시판 양념들, 된장, 고추장, 소스들이 다 맛이 너무 강해서 거기에 더해 이것저것 섞다보면 재료 고유의 맛은 사라지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맛이 된다. 생선은 무조건 양념 없이 굽고, 버섯 야채 같은 것은 소금 후추 마늘 정도로 간단하게 한다.
이외에 내가 꼭 지키는 몇가지 건강요리 팁이 있다. 아는 분도 많겠지만 주위에 나처럼 착한 선배가 없는 새내기 주부들은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된다.
식재료를 볶을 때 프라이팬이 아니라 스테인리스 팬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테플론(teflon) 입힌 넌스틱 프라이팬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엇이든 볶을 때는 습관적으로 프라이팬을 사용하는데, 달걀 프라이나 부침개 등 들러붙기 쉬운 부침요리 외에는 굳이 프라이팬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야채, 멸치, 고기 같은 것은 스텐 냄비에 볶자.
먹다 남은 음식이나 재료를 냉장고(냉동실)에 보관할 때 가능하면 공기와 닿지 않도록 내용물이 꽉 차는 용기에 넣는다. 용기가 클 때는 음식 표면을 비닐 랩으로 꼼꼼하게 덮어둔다. 남은 김을 지퍼 백에 넣을 때도 공기를 눌러 빼면서 지퍼를 잠근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모든 음식이 공기 중 산소와 만날 때 산화되면서 부패하기 때문이다. 음식 뿐 아니라 와인도 코르크를 여는 순간 맛이 변하기 시작하고 커피도 산소접촉이 잦을수록 향을 잃기 때문에 모든 것은 가능하면 꽁꽁 싸서 진공상태로 보관해야 오랫동안 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통조림을 요리할 때는 캔에 들어있는 국물은 따라버리고 요리한다. 통조림 국물에는 방부제와 여러 가지 인공양념, 화학물질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뎅이나 어묵 역시 기름이 워낙 많으므로 뜨거운 물에 담가두거나 살짝 데친 후 요리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
생선과 고기는 완전히 해동시킨 후 요리를 시작하고, 전 부칠 때는 팬이 충분히 달궈진 후 기름을 둘러야하며, 부치면서 생기는 탄 찌꺼기는 페이퍼 타월로 틈틈이 닦아내면서 부쳐야 언제나 깨끗하고 건강에 해롭지 않은 음식을 할 수 있다.
허 참, 이거 또 맨입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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