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웰빙 이야기 제멋대로 생긴 큰돌을 맨 밑에 깔고

2006-01-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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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스쿨에서 시간관리를 가르치는 선생님의 퀴즈시간이다. 선생님은 1갤런짜리 빈 김치 병을 책상에 올려놓고 주먹만한 돌을 조심스럽게 병 안에 넣기 시작했다. 12개쯤 넣자 병이 꼭 찼다. “병이 찼는가?”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물었다. “예” 하고 학생들은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들 생각하나?” 그리고는 책상 밑에서 자갈을 꺼내 병에 넣고 흔들어주니 자갈이 돌 사이사이를 채웠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물었다. “이제 병이 찼는가?” 이쯤 되니 선생님의 뜻이 다른데 있는 것을 알고 “아닙니다” 하고 한 학생이 대답했다.
“맞소” 하고 대답하신 선생님은 책상 밑에서 모래 버켓을 꺼내 병에 쏟아 붓고 흔들어주니 모래는 돌과 자갈 사이를 채웠다. 선생님은 다시 “이제 꼭 찼지?” 하고 물으니 학생들은 주저하면서 “아니오”하고 소리쳤다.
“그렇소” 선생님은 물통을 들어 병 주둥이까지 물을 붓고는 학생들을 둘러보면서 “내가 보여준 요지가 무엇인지 알겠소?”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할 일이 많고 바빠도 시간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큰돌을 병에 먼저 넣으라는 것이요. 큰돌을 먼저 넣지 않으면 큰돌은 영원히 병에 들어갈 수 없소. 그러니 지금부터 자신에게 큰돌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부터 먼저 넣기 바라오”
2006년이라는 빈 김치 병이 주어졌다. 누구에게나 제한된 시간이 주어졌지만 무엇을 손에 잡는가에 따라 아쉬움 없이 한해를 보낼 수도 있고 석연치 않고 헛된 세월을 보냈다는 후회로 끝날 수도 있다. 큰돌은 내가 정하는 것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믿고 원하는 것을 먼저 넣고도 자갈 모래 물이 들어갈 자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큰돌은 자신의 신앙문제, 가족들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 또는 자녀간의 사이일 수 있다. 직장, 전문직. 성공 또 남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건강, 외모, 운동 또는 취미생활일 수도 있다. 사회 봉사, 준법정신, 도의적 책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큰돌들이 자신의 사람 됨됨이, 자신의 위치,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스타일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우선 말투부터 바꾸어야겠다. 말은 곧 생각이니까. 반이 찬 물잔을 보면서 ‘반밖에 없네’라는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반이나 찼네’라는 긍정적인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해야만 된다’는 죄의식을 일으키고 부담되는 말보다는 ‘노력하겠다’는 말이 좋겠다. ‘못한다. 안 한다’ 대신 ‘아직 시작을 못했다 또는 아직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말로 한다. ‘얼버무리는 것’보다는 ‘분명한’ 표현이 좋겠다.
큰돌 중에 빼지 못할 것은 건강관리이다. 하루에 20분간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야 한다. 성공한 사람 치고 기운 없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없다. 아직도 담배를 피는 분이 있다면 금연 계획을 하고 충분한 물과 필요한 비타민을 들고 저녁이면 가정에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다.
‘내 시간이 필요한데 낼 수가 있어야지’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를 자주 하시는 분들 삶의 우선 순위를 다시 한번 따져 볼만하다. 이렇게 해가 바뀔 적마다 새롭게 결심도 하고 우선 순위도 정하고 행동에 옮기려고 노력하지만 여전히 허전함이 남는 것은 속에서 용트림치는 ‘모두가 내편이 되기를 바라는 욕심’ ‘고치기 어려운 고집’ ‘막연한 사랑’ ‘호기심’ ‘위선’ 같은 타고난 생리와 일치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충지대인 휴식이라는 큰돌이 필요하다. 휴식은 겉으로는 바쁘게 따라가면서도 바쁜 박자가 흐려지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리듬을 찾아 속과 겉의 조화가 되게 한다. 휴식은 학교, 교회, 사무실, 방마다 시계를 걸어놓고도 모자라서 손목 시계까지 차고 다니면서 시간, 컴퓨터, 셀룰러폰에 매여 모든 일을 다 하려는 ‘긴급함’에서 벗어나는 피난처가 될 수 있다. 휴식은 이제까지 시간으로 두드려 맞아 계속 짓누르고 있는 죄의식에서 벗어나 조용함에 몰입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새해에는 자신에게 맞는 아무렇게나 생긴 ‘휴식이라는 큰돌’을 맨 먼저 빈 병에 넣는 용기를 꼭 가지시기 바란다.

김준자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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