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스피치 교육 현장에서

2006-01-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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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 트레이시 클리닉’에서 받아온 곳의 스피치 센터에 다 연락을 해봤지만 자리가 없고 나이가 맞지 않는 이유로 우린 마냥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교육구에서도 승욱이 학교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는 눈치다. 괜히 나에게 미안한지 자주 전화로 상황 보고를 한다.
그러던 중에 CCS로부터 전화가 한 통 걸러왔다. 스피치 교육에 관한 편지를 한 통 보내겠다고 한다. 응? 스피치? 스피치 어쩌구 저쩌구 라는 말에 귀가 번쩍 트인다. 무슨 편지?
내용인 즉은 UCLA 스피치 교육팀에서 승욱이를 가르쳐 보겠다고 승인서를 보냈다는 거다.
헉? UCLA? UCLA에서는 최초로 수술한 승욱이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시각청각 중복 장애아동으로는 최초로 한 수술…
그 아이가 ‘이승욱’이다. 그러니 UCLA에서 이만저만 기대집중, 관심집중이 아닌가 보다. 하여간 어려운 숙제를 해결한 느낌으로 난 편지를 받는 대로 UCLA에 전화를 걸었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3번을 교육받을 수가 있다. 그런데 거리도 만만찮고, 내가 일을 하는 관계로 일단 화요일과 목요일 제일 늦은 시간을 잡아달라고 했다. 승욱이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의 무제한 교육에 모두 동의를 한 것 같다.
아… 세상에, 이리 감사할 데가. 그 동안의 고민과 번뇌가 무색할 만큼 너무 일이 착착 진행되어간다. 하나님은 언제나 모든 것을 예비하시고 우릴 기다리시는데 난 그것도 모르고 언제나 발동동, 맘동동이다. 어리석기 짝이 없게시리…
승욱이의 첫번째 스피치 교육을 받는 날이다. 승욱이가 스쿨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그 길로 LA로 달렸다.
무진장 차는 막히지만 코에선 콧노래가 흥얼흥얼이다. 너무 기뻐서 찬양도 크게 부르고 때론 창문도 활짝 열고 승욱이에게 “승욱아~~ 너무 감사하지 않니? 너가 얼마나 축복 받은 녀석인지 아니? 야~ 이걸 다 어찌 갚냐? 빨리 말해 알았지? 그래서 너가 직접 사람들을 다 찾아가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해 알았지? 곧 그럴 날이 온다 믿지? 아들! 아자!”
신났다, 신났어, .김민아가 오래간만에 맘껏 자유를 누리고 있다. 맘껏 감사에 취해 있다. 맘껏 행복에 젖어 있다. 완전 흥분상태… 캬…
UCLA에 도착을 하니 스피치 선생님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간단히 서로 인사를 하고(그녀는 벌써 승욱이의 기록을 다 가지고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교육에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승욱이가 서럽게 서럽게 운다.
“욱아! 왜 그래! 누가 때렸어? 뭐가 그리 서러워?” 입을 함지막히 벌리고 서럽게 흐느낀다.
왜 너무 감격해서 그래? 도대체 왜 그래? 가만히 보니 녀석은 지금 교육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고 무슨 검사를 받으러 온지 알고 있나보다. 그래서 미리 연막 작전을 펴는 듯이 서럽게 우는 척(?) 하는 거였다.
“야!! 이 승욱!! 지금이 얼마나 귀한 시간인 줄 알아? 연기 그만하고 빨리 공부할 준비! 무슨 학생이 이리 불량하냐? 자세 똑바로 하고, 바르게, 열심히! 그 동안은 엄마가 너가 못 듣는다고 많~~이 봐줬는데 이제부턴 호호호 강한 스파르타 교육 들어 갑~니다 자! 스피치 교육에 빠져 봅시다”
스피치 선생님은 처음에는 듣는 훈련을 강하게 시키겠다고 했다. 많이 들어야 입을 열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다양한 소리를 승욱이에게 들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 똘똘이 녀석이 엄마가 옆에 있는 것을 알고 자꾸 나에게 의지하고 어리광을 피우고 있다. 2분 공부하고 나에게 한번 오고, 3분 공부하고 나에게 안기고…
‘어허! 이거 무슨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걸 어쩌나. 이 녀석 버릇을 어찌 잡지?’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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