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생 리포트-기자가 간다 청춘 남녀들 짝짓기 파티

2006-01-0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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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리포트-기자가 간다 청춘 남녀들 짝짓기 파티

구랍 23일 다운타운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듀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남녀 참석자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듀오>

설레는 싱글들 “내 짝은 누구일까”

청춘은 눈부시다 못해 못내 질투 난다. 그냥 선남선녀들이 한 무더기로 몰려 웃음을 터뜨리는 것만으로 봄날 벚꽃 잎이 흐드러지는 것보다 더 화사하니, 조금은 경박해 보일 수 있는 질투란 단어를 그들 옆에 올린다고 면박 줄 이들은 없을 듯 싶다. 더욱이 그 화사한 시절을 지나온 이들이라면 오히려 공감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까. 구랍 23일, 다운타운 한 클럽 하우스. 오후 7시가 되면서 바로 이 꽃보다 아름다운 청춘남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드레스로, 잘 차려입은 수트로 성장을 한 이들이 이날 파티의 주인공들이다. 올해로 6년째 크리스마스 때면 선남선녀들을 위한 만남의 파티를 주최해온 듀오 LA지사(대표 제니퍼 리)는 이번엔 좀 특별한 파티를 계획했다. 보다 더 서로를 잘 알고 만남의 기회를 밀착시켜 보자는 취지에서 참석자 수를 줄여 말 그대로 ‘프라이빗 파티’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 이 특별한 파티엔 특집부 선배들의 근심 어린(?) 시선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싱글을 즐기느라 세월 가는 줄 모르는 신경민(29) 기자를 등 떠밀어 보내 파티의 모든 것을 낱낱이 알아봤다. 갈 때는 조금 시큰둥하던 신경민 기자의 파티 르포는 예상을 깨고 자못 흥미진진했다.

◇어색하지 않느냐고 ? 우린 파티 즐기는 N세대


파티장 입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사인하고 파티장으로 총총히 들어온 이들은 소파에, 테이블에 삼삼오오 앉기 시작했다. 캐럴이 울려 퍼지는 파티장엔 처음 몇 분은 침묵이라는 어색함이 감돌았지만 이내 파티장은 젊음이 뿜어내는 열기로 파티장답게 떠들썩해졌다.
약속시간보다 20여분 늦게 도착한 신 기자는 헐레벌떡 파티장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파티참석을 강요(?)받은 신기자는 갈 때부터 ‘거기 가서 뭘 하냐’ ‘정말 괜찮은 파티냐’ 등 의심에, 소심함으로 똘똘 무장해 선배 기자를 긴장시켰지만 소파에 앉자마자 언제 그런 의심이 있었냐는 듯 발랄하게 파티 참석자들과 한데 어울려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파티가 즐거우냐’는 첫마디로 운을 떼면서 신 기자에게 이야기를 걸어온 한 남성 참석자는 30대 초반의 컨설턴트로 한국말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사하는 1.5세. 학창시절 얘기며, 현재 하는 일, 어떻게 이 파티에 참석하게 됐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e메일과 이름이 적힌 스티커를 교환했다(듀오측에선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간단한 신상명세가 적혀 있는 스티커를 나눠주고 맘에 드는 상대방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그 뒤로도 오후 11시까지 신 기자는 군인, 세일즈맨, 연구원 등 다양한 직종의,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 다양한 참석자들을 만났다.
신 기자는 “이야기를 나눠보니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해 왔다기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들이 더 큰 것 같다”며 “일부 참석자들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인 사람도 있을 만큼 파티 자체를 즐기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신 기자의 말처럼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부모들의 바람처럼 ‘배우자’에 집착하기보다는 인적 네트웍을 형성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참석자 중 ‘꿔다 놓은 보릿자루’과는 단 한 명도 없었다. 80년대 대학가의 미팅을 상상했다가는 큰 오산이다.
자리를 바꿔가며, 파트너를 바꿔가며 허물없이 어울리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대부분의 참석자들과는 통성명은 하게 될 만큼 파티는 다이내믹하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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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랍 23일 다운타운 클럽하우스에서 열린 듀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남녀 참석자들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듀오>

부모들 앞장, 치열한 물밑경쟁


남성 30세 안팎, 여성 20대 중반 많아
본국·타주서도 원정… 성공률 20%

◇어떤 이들이 참석했는가

파티 참석자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80% 이상이 미국 태생의 2세들. 그러다 보니 파티 주최측을 알리 만무하고 결국 이들의 이름을 파티 명단에 올린 건 부모들이다. 그래서 파티 참석여부를 놓고 부모와 설전 끝에 참석한 이들도 있고, 주최측에 2번, 3번 전화를 걸어 파티의 목적이며, 참석자들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이들이 대다수였다는 것이 듀오측의 설명이다.
듀오 제니퍼 리 대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결혼보다는 일이 우선이어서 만혼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명문대를 졸업하고 일에만 파묻혀 사는 자녀들의 혼사를 위해 대다수의 부모들이 참가비를 대신 내주고 파티장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는 등 대단히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파티 참석자들의 평균 연령은 남성이 서른살 안팎, 여성은 20대 중반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대부분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았고, 한국말보다는 영어가 편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유학생들이나 1세들도 눈에 띄었다. 게다가 남자친구가 있지만 결혼을 앞두고 진지하게 배우자를 찾아 나선 이들, 시카고나 뉴욕 등에 거주하지만 부모가 있는 LA에서 연말을 보내려 왔다가 파티에 온 이들도 있었다. 파티 참석자중 한 명은 한국에 있는 부모가 직접 LA에 파티를 신청해서 참석하게 된 이도 있는 등 참석 사연도 가지각색.
신 기자는 “파티에 온 대부분의 이들이 다음 파티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며 “배우자보다는 파티를 즐기러 왔다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물밑 경쟁도 치열했다”고 귀띔했다. 신 기자에 따르면 남자들은 가능한 한 많은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고, 여성들 역시 다른 경쟁자(?)들의 기에 눌리지 않기 위해 불꽃이 튀었다고.
◇파티 이후엔…
파티의 최절정은 마지막 순서인 ‘사랑의 화살표’를 날리는 순서. 참석자들이 각자 1지망부터 4지망까지 적어내면 이 1지망이 맞은 남녀가 바로 이 날의 ‘베스트 커플’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날 파티에선 총 5쌍의 커플이 탄생됐다. 50명중 10명이니 커플 성공확률이 20%에 이른 셈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신 기자는 이날 사랑의 화살표에서 임자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파티가 끝나고 일주일 동안 신 기자는 스티커를 준 10명의 남자 중에서 5명에게 총 5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이중 한 명은 적극적으로 만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선배들은 병술년 새해에 신 기자에게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자못 기대 중에 있다.


“적령기 남녀들 자신을 가꿔라”
듀오 LA지사 제니퍼 리 대표 조언


◇처녀 총각, 이렇게 하면 시집장가 간다

올해로 6년째 선남선녀의 만남을 주선해온 제니퍼 리씨는 “젊은 세대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외모가 결혼의 중요한 조건으로 본다”며 “그러나 커플을 성사시켜 주면서 느낀 것은 본인들 스스로도 결국은 외모보다는 사람 됨됨이에 이끌려 결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설명한다.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신세대들의 결혼관과 조건이라는 험난한 산을 헤치고 6년째 한인사회 공인 중매쟁이 역할을 해온 그가 처녀 총각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 대표는 “많은 2세 한인 여성들의 경우 공부와 일에만 목표를 둬 자신을 가꾸는데 소홀히 해 좋은 조건들이 외모 뒤에 가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을 가꾸고 투자하는데 인색하지 않았음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총각들에게도 인생 선배로서, 결혼 선배로서 할 얘기가 많다. 그는 “결혼 적령기에 남성들을 만나보면 대다수가 아직은 결혼보다는 일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갈수록 결혼보다는 독신생활을 즐기려는 이들도 늘고 있는데 다들 한번쯤 인생의 반려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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