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궁합과 세금
2006-01-06 (금) 12:00:00
문주한 <공인회계사>
회계사와 손님도 서로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행복한 부부처럼 말이다. 요새 말로하면, 서로 ‘코드’가 맞아야 되고, 박자가 맞아야 한다. 안 그러면 둘 다 손해다. 손님은 손님대로, 담당 회계사는 회계사대로. 토끼도 놓치고 사냥개도 잃고 만다. 지난번에 절세를 위한 ‘확실한’ 방법들
이 있다고 했는데, <담당 회계사와의 궁합>만큼 중요하고 확실한 절세 방법이 또 있을까. 똑같은 일을 해도, 일단 서로 뭐가 맞아야 신이 나지 않겠는가? 신이 난 회계사가 하는 일과, 마지못해 하는 회계사가 하는 일이 같을 수 없다.
맨하탄에서 종업원 10명의 델리 사업체를 갖고 있는 김 씨가 있다. 그는 너무 바쁘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말도 없이 캐셔가 나오질 않았다. 거기다 새로 온 배달 직원은 느려 터져서 손님 다 놓치게 생겼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담당회계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 달에 낼 Sales Tax 때문에 상의할 것이 있단다. ‘아니, 그것을 알아서 해줘야지. 내가 그걸 알면 왜 돈 줘가면서 회계사에게 일을 맡겨..?’ 속으로 치미는 답답함을 억누른다. 그런데 회계사는 눈치(?)도 없이, 이번에 은행에 예금된 것이 얼마고, 물건 들어온 것이 어떻고... 김 씨는 전화를 놓으면서, 어디 대충 알아서 다 해주는 회계사 없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바로 길 건너에 있는 가게의 박 씨의 불만은 정반대다. 담당 회계사가 자상한 설명도 없이 무조건 서명을 하고 세금만 내라고 한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만으로는 불안하다. 누가 세무 감사에서 몇 만 달러를 물어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는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집에 가도 잠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담당 회계사에게 이 세금은 어떻게 나온 것이며, 무슨 내용인지 설명을 부탁했더니, 오히려 핀잔만 들었다. 걱정하지 말라면서, 당신은 장사만 잘 하란다. 이러다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전부 뒤집어쓰는 것은 주인인 나 아닌가. 박 씨는 전화를 놓으면서, 꼼꼼하고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회계사어디 없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너무 극단적인 사례를 만들어 봤지만, 결국 자상하게 설명을 듣고 싶은 손님은 그렇게 해주는 회계사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반대로, 지나치게(?) 자상한 회계사는 대충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손님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을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서로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손님이나 새로운 회계사를 찾아서 떠나겠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서로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것은 둘 다 손해다.
거의 20년간의 회계사 경험에 비춰볼 때, 손님에게 가장 좋은 회계사는 신이 나서 내 일처럼 해주는 회계사이다. 그렇게 신명이 나야, 손님 세금을 한 푼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 10분이라도 더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신명이 나려면, 무엇보다 먼저 그 손님과 잘 맞아야 한다. 회계사도 결국엔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자기와 궁합이 잘 맞는 손님과 더높은 생산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결국 장기적으로는 손님이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오늘은 우리 잠깐 시간을 내서, 내 회계사와 궁합이 맞는지 한번 생각해보기로 하자. 기왕이면
겉궁합만 보지 말고, 속궁합까지 맞는지 보자. 그리고 그것이 결국 어떻게 내가 세금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되는지를 찬찬히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러면 답이 나온다.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