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산타는 있다

2005-12-2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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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는 있다

14일 열린 윌셔 스마일링 트리 프리스쿨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6년째 산타클로스 변신을 해온 데이빗 김씨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산타는 짝패다.

산타 없는 크리스마스를 생각할 수 없고, 크리스마스 없는 산타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은 산타가 상업주의의 심벌이니, 반그리스도 정신이니 하면서 산타를 미워하는 급진세력(?)도 있기는 한가 본데, 솔직히 터놓고 말해 보자. 어린 시절 누구 하난들 산타의 팬터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가. 산타는 우리의 영원한 꿈이며 동심이다.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 10여마리의 루돌프와 함께 클래식한 썰매 안에 선물을 한가득 싣고 긴 수염 경쾌하게 날리며 하늘을 나는 산타의 모습은 바로 그 자체가 크리스마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영악해서인지, 최첨단 정보화 시대에 살아서인지 산타를 믿는다는 연령대가 자꾸 낮아지곤 있지만 어린 시절 산타가 주는 행복감을 버릴 수 없는 어른들의 산타 살리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21세기, 산타의 현주소는 어디쯤인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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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바니에미 산타 마을에 있는 산타 우체국에서 산타와 비서들이 각국 어린이들이 보낸 카드를 읽어보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 북쪽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산타, 어디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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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을로 알려진 핀란드 로바니에미 마을 전경.

테마공원인 산타팍에
사무실·전용 우체국도
하루편지 3만2천여통

여름에 보내면 답장

21세기 산타는 라플란드(Lapland) 지방의 관문인 로바니에미(Rovaniemi)에 살고 있다, 이 곳은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Helsinki)에서 북쪽으로 약 450마일 정도 떨어진 북쪽 끝에 자리잡고 있는 도시다.
이 마을 주변에는 산타클로스와 그 장난감 공장을 주제로 한 테마공원 산타팍이 있다.
산타 마을로 명명된 이 곳에는 산타클로스의 사무실이 있고,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보내는 편지를 받는 우체국이 있다.
산타 마을 안에는 기념 우표가 찍힌 엽서를 발송하는 산타클로스 우체국이 있는데, 이 우체국은 진짜 운영되는 우체국으로 산타클로스는 이 곳에서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이 보내온 편지에 답장을 보내는 걸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즈음이면 이 우체국에는 160여개국의 어린이들 보내온 편지가 눈더미처럼 쌓이는데, 산타클로스는 12개 국어에 능한 비서 수십명을 데리고 하루 평균 3만2,000여통씩 쏟아지는 편지에 답장을 보낸다고 한다. 물론 이 모든 인력과 서비스는 핀란드의 적극적인 관광정책의 일원이며, 실제로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전세계 관광객들이 산타 마을로 몰려들고 있어 산타 마을은 핀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참고로 산타의 주소는 Santa Claus’ Main Post Office, Santa Village, FIN-96930 NAPAPIIRI. 비수기인 여름에 보내면 답장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므로 미리 계획을 세워 내년 크리스마스에 답장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를 보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 또 산타클로스에 대한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다면 핀란드 관광청이 운영하는 사이트인 www.santaclaus.fi를 방문하면 다양한 산타 이벤트와 행사,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단 하룻밤에
초속 896마일, 한집 0.0007초꼴
세계 1억6천여만 가정 방문해야
선물무게 총 1억560만 파운드


■산타의 임무수행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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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을로 알려진 핀란드 로바니에미 마을에서 산타 클로스가 난쟁이들과 함께 썰매에 선물을 싣고 있다.

유니셰프 통계에 따르면 지구촌 어린이 숫자는 약 4억명. 한 가구당 평균 2.5명의 어린이가 있다고 보고 그 중 1명의 어린이만 착해 선물 수혜자로 지정된다 해도 산타클로스는 1억6,000만 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에 시달려야 한다.
산타클로스에게 주어진 시간은 크리스마스 이브 단 하룻밤 뿐. 지구의 자전을 고려해 지구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선물을 나눠 준다해도 산타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31시간 정도. 가구당 거리를 평균 1마일 정도 잡고 31시간 동안 1억6,000만 가정을 쉬지 않고 방문한다고 가정해 보자. 결국 산타는 초속 896마일로 달려 한 가정에 도착해 0.0007초만에 지붕 근처에 썰매를 주차시키고, 굴뚝을 통해 집으로 들어가 선물 놓고, 다시 나와 다른 집으로 이동해야만 모든 임무 완수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산타가 밤하늘을 질주하는 초속 896마일이라는 숫자는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의 무려 4,218배 즉, 마하 4,218에 해당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산타가 운반해야 할 선물 무게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에게 배달되는 선물은 제각각이겠지만 가장 가벼운 인형이라고 가정해 보자.
인형 무게를 약 0.7파운드 정도라고 생각하면 선물의 총량은 약 1억560만파운드에 육박한다. 보통 사슴 한 마리가 끌 수 있는 무게가 330파운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결국 총 1억560만파운드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무게를 끌려면 자그마치 32만마리의 사슴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현대과학으로 설명하기 불가능한 상황을 뚫고 산타의 임무는 완수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실 속에선 불가능하다는, 누구나 아는 결론 도출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어쩌랴. 동화란, 우리의 꿈이란 어차피 현실 속에선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그래서 동화는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는가.

■엄마들이 말하는 산타

◇산타가 너무 자주 출연해요

4세, 6세된 두 아들의 엄마인 양진숙(31)씨. 그는 올해 산타용 선물만도 5개를 준비했다. 엄마 아빠가 주는 성탄 선물까지 합치면 한 달새 총 7개의 선물을 마련한 셈이다.
양씨는 “교회랑 학교,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놓고 갈 산타 선물까지 아이 한 명당 3개씩의 선물을 준비하는데 그나마 올해는 큰애가 공립 유치원에 입학해 선물 1개를 덜게 된 셈”이라며 “크게 비싼 선물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선물 값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울상.

◇산타가 성탄을 상업화시켜요

세살배기 딸을 둔 오지영(35)씨는 아직 딸아이에게 산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오씨는 “성탄절의 진정한 의미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인데 산타로 인해 그 의미가 퇴색돼 안타깝다”며 “그래서 딸아이에게도 굳이 산타가 있다고 믿게 하는데 열성을 내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산타 선물은 결국 부모 선물

지금은 고교생이 된 아들이어서 산타 선물을 더 이상 준비할 필요가 없게 됐지만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산타 선물을 받은 아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는 차정경(48)씨.
당시 아들이 좋아하던 강아지 캐릭터를 어른 키 만한 것으로 장만해 아들 방에 놔둬줬는데 성탄절 아침 아이가 일어나자마자 그 강아지를 보고 감격해 하던 장면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씨 부부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선물로 남아있다.
차씨는 “지금도 선물을 꼭 껴안고 동화 세계에 온 듯한 눈빛을 한 그 얼굴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며 “결국 산타의 선물은 아이가 아닌 그 선물을 받아든 아이 표정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어른 몫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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