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올리언스‘마디 그라’ 강행 논란

2005-12-2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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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올리언스‘마디 그라’ 강행 논란

뉴올리언스는 일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오는 2월 카니벌 ‘마디 그라’를 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재앙을 겪은 뉴올리언스가 ‘지상 최대의 공짜 쇼’로 불리는 ‘마디 그라’(Mardi Gras) 카니벌을 두고 논란에 휩싸였다고 데일리 뉴스 인터넷판이 지난주 보도했다.
최근 뉴올리언스시 당국은 예년보다 축제기간을 줄여 내년 2월28일까지 8일 동안 150번째 마디 그라를 열기로 했다. 마디 그라는 어네스트 M. 모리얼 컨벤션센터에서 대담하고 시끄러운 파티로 시작된다.
그러나 카트리나가 야기한 홍수로 이 센터에서 악몽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뉴올리언스의 이재민들은 초상집에서 잔치를 벌이는 격이라며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을 뿐만 아니라 무신경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있다.
카트리나 후 애틀랜타로 이주해 어렵게 살고 있는 44세 요리사 로렌조 존슨은 “그 곳은 마지막 피신처로서 우리를 보낸 장소”라며 “거기에서 파티를 열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불쾌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아직도 시체가 썩는 듯한 악취, 사람을 꼼짝 못하게 하는 폭염과 어둠, 불안, 식량과 식수 부족에 시달렸던 기억과 함께 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는 소문 속에 어린이와 여성들이 공포에 질려 꼭 껴안고 떨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존슨은 “나도 마디 그라를 사랑하며, 이런 말을 하는 마음이 아프다”며 “파티를 할 돈이 있다면, 절박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오랫동안 마디 그라에 열광했던 사람들조차 2006년의 카니벌은 창피하고 정신없는 행동이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카니벌을 강행할 경우 아직도 카트리나의 여파에서 허우적대는 뉴올리언스를 재건하고, 이재민의 귀향을 지원해야 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인 관심과 자금을 딴 데로 돌려버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직도 홍수로 파손된 집에서 시신들이 발견되고, 많은 이재민들이 호텔방과 친구 집을 전전하는 상황에서 파티를 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니벌 지지파들은 카니벌이 재즈의 본고장으로서 뉴올리언스의 열광적인 분위기뿐만 아니라 경제를 되살리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카니벌을 통해 뉴올리언스가 다시 일어서는데 필요한 관광객의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올리언스 메트로폴리탄 컨벤션의 관광담당 부사장인 킴 프리즈는 “관광은 뉴올리언스의 첫 번째 산업”이라며 카니벌의 경제적 효과를 주장했다.
카니벌 주최자 중 한 사람인 보비 라이허트는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벌이는 비용은 몇 푼 되지 않지만, 호텔, 레스토랑은 거액을 벌어들인다”며 자신도 처음에는 카니벌 개최에 반대했으나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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