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미션

2005-12-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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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백 명의 에이전트가 모인 컨퍼런스에서 사회자가 참석자들을 향해 부동산 일을 하면서 어떤 때가 가장 보람이 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한 에이전트가 “커미션 받을 때”라고 짤막한 한마디로 답했다. 순식간에 컨퍼런스 장소는 웃음바다로 바뀌었지만 대부분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커미션-. 에이전트가 최선을 다한 후 받는 대가. 부동산 에이전트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자신이 일한 시간을 계산하여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성사된 거래에 대해서만 커미션을 받는다. 하지만 간혹 엄청난 시간을 쏟아 붓고, 때론 자신의 경비까지 들여서 노력하고도 페니 한 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모든 경우를 감안하면 에이전트의 커미션은 꼭 그 액수대로 볼 수는 없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한 매매를 위해서 오랜 기간 일을 한다. 5년에서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매매가 성립되면 큰 금액의 대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시간을 계산하면 시간당 미니멈 보수도 안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경우에는 그 매매를 성사했다는 성취감으로 위로를 삼는다.
커미션을 받은 후에 그 금액을 에이전트가 혼자 갖는 것이 아니다. 속해있는 회사와 나누어야 한다. 대부분의 산업용 브로커는 연초에 총 커미션 금액의 50%를 회사에 납부한다. 회사에서는 제반 경비를 도와주고, 스태프들을 붙여주어서 능률 있게 일을 하도록 작업환경을 만들어 주기위해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이다. 산업용 부동산 회사의 경우, 1년에 한 에이전트에게 들어가는 지원을 금액으로 계산하면 약 7만달러라고 한다. 에이전트의 실적이 올라가더라도 자신이 가져오는 분량이 70% 이상은 올라가지 않는다. 회사와 나눈 후의 금액에서 35-40%를 개인 소득 세금으로 정부에 납부하여야 한다. 에이전트 손에 들어오는 금액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금액이 아니다.
커미션 비율이 법적으로 정해진 조항을 없다. 그러기에 커미션은 리스팅이나 매매에 있어서 협상 조건이 된다. 커미션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하룻밤에 30달러를 지불하는 모텔과 300달러 하는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는 것은 똑같다. 서비스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부동산 매매에서의 서비스는 손님의 수익에 큰 차이를 초래한다. 한 셀러는 우리에게 최고의 커미션을 주면서도 그 커미션이 충분하냐고 물었다. 그 손님의 매물은 최단의 시간에 최고의 가격으로 매매되어서 그들은 대단히 만족스러워 하였다. 그가 지불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수확을 얻은 것이다.
산업용 부동산 거래에서는 보기 힘든 일이나 간혹 바이어 중에 커미션의 일부를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매매가 성립되고 에이전트가 자의로 선물을 주는 것은 이해하나, 매매가 시작하기 전에 바이어가 앞으로 받을 커미션을 가지고 협상을 하려는 것은 석연치 않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고, 환자가 그 의사에게 치료를 받았다고 다시 치료비 중에 일부를 내놓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요구가 있다는 것은 실력으로 손님에게 인정을 받는 것이 아니라 커미션으로 손님에게 환심을 사려는 극소수의 에이전트에 책임이 있다.
상당한 규모의 공업용 건물 매매를 끝내고, 바이어는 선물을 사양하며 커미션은 에이전트가 수고하여 당연히 받는 대가라며 저녁까지 융숭히 대접했다. 그의 부동산 일은 성사여부를 막론하고 최선을 다한다. 베푼 만큼 받는 것이 인생이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213) 534-3243
www.charlesdu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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