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값 떨어지면 살림살이도 ‘휘청’

2005-12-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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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면 살림살이도 ‘휘청’

많은 주택 소유주들이 상승한 에퀴티를 근거로 이미 지출을 많이 한 상태이기 때문에 집값이 하락한다면 그들의 씀씀이에도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주택가치가 급등한 지난 수년간 집 가진 사람에게 집은 돈을 맘대로 꺼내 쓸 수 있는 현금인출기였다. 집에 현금과 마찬가지인 에퀴티가 듬뿍 쌓여 있었기 때문에 주택소유주들은 마음껏 돈을 썼다. 집도 멋지게 업그레이드하고 큰 자동차도 사고 외식도 즐겼다. 씀씀이 자체가 집값이 크게 오르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새 커졌다. 주택가치와 주택소유주들의 씀씀이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성립돼 있는 셈이다.


크게 오른 에퀴티 덕에 씀씀이 커진 상태
집값 상승 멈추면 지출 줄이고, 하락시 ‘위기’

급등해왔던 주택경기. 지난 4년간 경제를 활발하게 끌어왔던 주된 동력이었던 주택 경기가 만약에 감속 모드로 전환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 살림살이와 씀씀이에도 고통스런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매스추세츠주 벨몬트 소재 시장 전략 및 리서치 회사인 ‘리치 어더바이저’사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만약 주택 가격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면 자신의 지출 규모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사람이 4명중 한명이다. 가격상승이 단지 멈췄을 뿐인데도 당장 씀씀이에 타격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주택건설이 활발히 이뤄지고 주택가격이 급등했던 전국 13개 지역의 2,261명 주택소유주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만약 주택 가치가 10% 하락한다면 3명중 한명은 지갑 끈을 바짝 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만약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25%쯤 폭락한다면 두명중 한명은 “재정적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답했다.
리치 어드바이저사의 회장 제임스 정은 “집값이 떨어지는 지역의 주택 소유주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단지 가격 상승이 그치는 경우라 할지라도 고통이 클 것이며 경제에 미치는 여파 또한 심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많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급등한 주택 가치는 ‘보너스’가 결코 아니며 이미 사용해 버린 돈”이라며 만약 주택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이미 써 버린 부채를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간에 걸친 주택 가치 상승을 기화로 많은 가정들은 ‘지출 파티’를 즐겨왔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집은 단순한 거처만이 아니었다. 아주 성능이 좋은 투자 엔진이었다. 주택 에퀴티를 쑥쑥 늘려주는 일 잘하는 황소였으며 자신들의 은퇴 계획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보고였다.
이 조사가 지적하는 점은 앞으로 하늘이 무너진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순간이 임박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주택시장의 모드가 전환될 경우 소비자들은 어떤 변화를 보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주택시장이 둔화되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소유주들중 다수는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베팅하고 있음을 이 조사는 보여준다. 단순한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그 사이 거품 거품 하면서도 올라왔으니까 희망대로 실제로 오를지도 모른다.
이처럼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지출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만약 주택가격이 희망대로 되지 않는다면 많은 주택소유주들은 자신들의 지출 습관을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소비지출에 분명한 영향이 오는 만큼 주택가격둔화가 갖는 거시경제적 여파는 심대할 것이다.
특히 변동모기지를 갖고 있는 주택 소유주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 조사에서 이자율이 오를 경우 늘어나는 페이먼트를 감당할 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주택 소유주는 3명중 한명에 불과했다.
모기지 이자율은 이제 상승 기조를 탔다. 오를 것은 분명하며 오르는 속도가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만약 모기지 이자율이 급격히 오를 경우 재정적 전복 사태에 직면하는 오너들은 속출할지 모른다.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을지는 주택 가격 하락폭에 달렸다. 이 조사에서 가격 하락 폭이 클수록 영향을 받는 오너들의 수도 늘었는데, 주택 시장이 방향을 틀어 밑으로 길 때 대다수의 오너들이 전혀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 전문가는 “대형 주택 건설사들은 주택 시장 둔화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는 상태인데 반해 대부분의 주택 소유주들은 대책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지적한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큰 타격을 받을 계층은 X세대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이 크게 오르고 융자도 쉬워 에퀴티 론을 엄청 꺼내 쓴 계층이다. 이들은 또 인플레에 직격탄을 맞는 변동 모기지를 가장 즐겨 이용하고 있는 계층이다. 베이비 부머세대들이 이들 연령이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변동모기지를 쓰고 있다.
주택 가치 상승을 기화로 씀씀이를 가장 많이 늘릴 계층이다. 다시 말하면 가장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다. 주택 차압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장 허역한 계측이다.
반면 베이비 부머세대들은 지출이 늘어난 상태지만 이를 감당할만 하다. 집이 크기 때문에 에퀴티도 X세대들보다 훨씬 많이 갖고 있다. 한 전문가는 “복받은 세대다.
주택시장이 하향세로 돌아서도 가장 타격이 적을 계층”이라고 말한다. 부채가 많이 없어 타격도 적다.
지역적으로도 여파는 달라질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집값이 워낙 높기 때문에 많은 모기지 융자가 변동이어서 주택 가격하락시 그 여파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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