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보기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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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프고 힘든 인생살이에도 꽃이 피는 때가 있다. 시시때때로 사람들이 웃을 때이다. 사람들은 병원의 대기실이나 장례식장, 사고 현장에서도 종종 웃는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흘리다가도 웃는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사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웃음은 우리 삶의 선물로 괴롭고 아픈 가슴에 안기는 꽃다발과 같다.
한바탕 웃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기에 사람들은 ‘웃음이 약이다’라는 말을 한다. 사실 웃음의 치유 효과가 과학적인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많은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웃으면 혈압이 내리고, 스트레스 홀몬이 감소되며, 근육이 이완되고, 감염과 싸우는 T 세포 수치가 증가되어 면역체계가 증강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웃음은 또 몸의 자연 진통제인 엔돌핀을 방출시켜 고통을 경미하게 한다. 때문에 암환자들이 키모떼라피를 받을 때 웃음치료(humor therapy)를 곁들여서 고통을 줄이고 치유를 촉진케 한다. 특히 신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하하하 웃는 것은 몸에 많은 산소를 공급해 주는 유산소성 운동으로 ‘몸 안에서 조깅’(internal jogging)하는 효과를 가져다주어 호흡기와 심장조건을 증진시켜 주고 고혈압도 예방한다. 또 웃으면 긴장이 완화되어 걱정과 두려움의 사이즈가 줄어들고, 함께 웃을 때 공격과 분노의 감정이 없어져서 많은 인간관계의 갈등이 줄어드는 등, 정신건강에는 더 큰 효과가 있다.
많이 웃자. 아이 때는 많이 웃었는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우리는 너무 심각해진다. 무겁고 심각한 일들이 우리 기분을 잡아 끌어내리도록 하지 말고, 그러한 상황에서도 웃을 거리를 생각해내어 웃도록 노력하자.
웃는 연습을 하자. 부부간에 의식적으로 서로에게 미소를 띄우도록 하자. 서로에게 그 날의 황당한 일을 지적하며 웃고, 그 날에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나 일을 말하며 5-10분 동안 웃도록 하자.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함께 키들거리도록 하라. 가족끼리 누가 더 크게 길게 웃나 웃음시합을 해 볼 수도 있다. 아침에 일하러가기 전 거울을 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만들어보며 웃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왕이면 공포영화보다 우스운 영화나 TV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는 것이 좋다. 자신의 유머 감각을 일깨우는 다양한 일들을 찾아 하도록 하라.
이런 저런 방법도 마땅치 않으면 가짜웃음이라도 웃으라. 여러 가지 다른 웃음소리를 내며 몸을 흔들고 웃기를 흉내내 보라. 그렇게 하다보면 이젠 진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놀랍게도 거짓웃음을 웃을 때도 웃음의 치료효과가 있다는 연구보고들이 많이 있다.
웃음은 무료이고 부작용이 없다. 웃음은 전염적이다. 웃음이 웃음을 낳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웃으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새삼 느끼며, 그 순간의 삶이 충만하게 느껴진다. “인생은 심각하게 생각하기엔 너무 중요하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 우리들이 이미 다 아는 말, 실천하며 살자.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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