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하늘의 별따기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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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의 수술 후 처음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다.
너무나 위풍당당하게 이시야마 선생님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욱이의 이름이 불려지고 난 진료실 안으로 승욱이를 안고 들어갔다. 이시야마 선생님은 수술 날보다 좀더 편안해진(?) 모습으로 우리가 있는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난 이시야마 선생님을 보자마자 방긋 웃어 보였다. 나 역시도 아주 편안한 마음이 들었나보다.
대충 내가 승욱이의 귀에 반창고를 붙여 놓은 것을 본 선생님이 나보고 솜씨가 좋다고 한다. 반창고 붙여둔 것을 선생님이 떼신다. 상처가 꼬들꼬들 잘 아물고 있었다.(별로 날씨가 덥지 않아서…) 선생님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이젠 그만 집으로 가란다. 엉? 반창고도 안 붙이고? 아무런 약도 없고? 상처가 덧나지도 않고 아주 상태가 좋다고, 이젠 자신을 만날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목욕은 며칠 후부터 하면 되고, 아무런 약도 반창고도 필요 없다고 했다. 그만큼 수술 결과가 좋다고 했다. 이리 심플할 데가… 학교도 당장 보내도 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승욱이는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난 ‘잔 트레이시’ 클리닉의 부모 모임에 마지막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마치 큰 전쟁터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용사처럼 당당하게 문을 박차고 센터에 들어섰다. 모임의 카운슬러와 다른 부모들이 나의 나타남에 다들 반가움과 부러움으로 내 주변에 모여들었다. 난 큰소리로 수술이 잘 되었다고, 승욱이가 얼마나 씩씩한지 모른다고, 개선장군의 승전가를 널리 알리듯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수술이 끝나면 더 중요한 것, 아니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아 있다. 그건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을 구하는 것이다. 내가 잔 트레이시 클리닉의 부모 모임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것은 승욱이의 성공적인 수술 결과를 알리기 위함도 있지만 스피치 선생님을 그때까지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떤 정보라도 알아가기 위함이었다. 난 나의 통역사 캐롤씨와 줄리아씨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부모 모임이 끝이 나고도 그 곳에 남았다.
그 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곳은 0세부터 6세까지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이기에 승욱이가 그 센터에서 스피치 교육을 받기에는 나이가 턱걸이로 걸리는 상황인 것이다. 승욱이가 곧 6세가 되기에 그 센터에서는 승욱이를 받아줄 수가 없다고 했다.
난 전문 선생님을 좀 연결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자격증 소유자)이 이곳 LA 근방(50마일)에 5명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 2명이 잔 트레이시 클리닉에서 일을 하고 나머지는 개인 사무실을 가지고 아이들이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워낙 선생님의 숫자에 비해 아이들이 많기에 승욱이의 스케줄을 잡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결과가 나왔다. 센터의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도 우린 자리를 못 떠나고 계속 이야기를 했다. 승욱이 담당 교육구에서도 못 찾고, 승욱이 학교에서도, 그리고 나 역시도 승욱이를 가르칠 선생님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들 승욱이가 수술을 기다릴 때보다 더 안타까워한다. 곧 와우이식한 것을 켤 날이 다가오는데 말을 가르칠 선생님을 구하지 못하다니…
내가 너무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센터의 디렉터가 여러 사람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준다. 한번씩 다 전화를 걸어보란다. 분명 도움을 줄 사람이 있을 거라고 했다. 내가 너무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던지 그 디렉터(그녀는 와우이식 전문 스피치 선생님이다)는 만약 아무도 도움을 못 줄 경우 자신에게 전화를 개인적으로 걸으라고 했다.
토요일에는 자신도 개인 사무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6세 이상 된 아이들만…
그래도 여러 사람의 전화 번호라도 받아왔으니 다행이다. 내일 아침부터 전화를 다 걸어봐야지…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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