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그가 손대면 폐품도 명품으로”

2005-12-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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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손대면 폐품도 명품으로”

구두수선점 ‘엘리티아’의 주인 마이클 정씨. 단골손님들은 그를 매직 핸드, 골든 핸드라 부른다. <진천규 기자>

구두 수선전문점 ‘엘리티아’ 마이클 정씨

버몬트 - 윌셔코너 ‘15년 붙박이’
깔끔한 뒷처리, 한번 오면 단골
유명연예인등 외국인 고객 85%

“낡은 가방과 구두는 새 것으로, 유행 지난 디자인과 컬러는 원하는 대로 바꿔드려요”
버몬트와 윌셔 근처의 구두수선 전문점 엘리티아 슈 리모델링(Eletea Shoe Remodeling). 오랜 세월의 흔적과 그 세월을 필적할 만한 솜씨가 함께 어우러진 이 공간을 단순히 ‘구두 굽 가는 곳’ 정도로만 여기기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가죽과 염료 냄새로 뒤섞인 탁한 공기에, 윙윙대는 기계 소리가 쉴새없이 울려 퍼지는 좁고 허름한 곳이지만 한쪽 선반엔 루이 비통, 샤넬, 페라가모, 코치 등 고가의 명품 브랜드 가방과 신발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풍경이 여느 구두 수선 전문점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손님의 85% 정도는 외국인이에요. 어떤 분은 하와이에서 고칠 물건을 우편으로 부쳐오기도 하고, 센추리시티의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는 진열된 상품에 손볼 일이 있거나 고객이 수선을 요청하면 이 곳으로 가져옵니다”
엘리티아의 솜씨 좋고 인심 후한 주인 마이클 정(Michael H. Jung)씨의 설명이다.
15년 동안 변함없이 이 곳을 지키고 있는 성실함, 완벽하게 작업을 마무리하는 남다른 솜씨, 기분 좋은 친절함까지 겸비한 이 곳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처음엔 친구의 소개로 오게 되지만 일단 한번 이 곳에서 서비스를 받으면 단골손님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무엇보다 꼼꼼하고 남다른 그의 손재주 덕분. 그래서 이 곳 손님들은 그를 ‘매직 핸드’ 혹은 ‘골든 핸드’라 부른다.
어떤 노인 고객은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올 때 가져온 신발 3켤레를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이 곳을 수시로 드나들며 고치고 또 고쳐 신는가 하면, 밀리언달러 베이비로 유명해진 할리웃 여배우 힐러리 스웽크의 의상 디자이너 역시 이 곳의 단골손님이라 힐러리 스웽크가 시상식에서 들 가방과 신발의 컬러를 매치하는 작업을 주문하기도 했다.
베벌리힐스의 한 디자이너 부틱에서는 아예 매 시즌마다 패션 쇼에 사용할 신발을 주문하는데 유행 패브릭과 모양 예쁜 평범한 구두를 가져다주고는 독특한 부틱 스타일 구두로 바꿔간다.
어떤 젊은 여자 손님은 유행 지난 루이 비통 가방의 가죽으로 신던 구두를 커버링 해달라고 주문, 자신만의 루이 비통 신발을 창조하기도 하는데 이 모든 작업이 가능한 것 역시 마이클 정씨의 감각과 센스 덕분이다.
“꼭 부틱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미국인들은 입는 옷에 어울리도록 구두와 핸드백을 매치하는 편인데 요즘 같은 파티 시즌에는 낡은 구두와 핸드백을 가져와 화려한 패브릭으로 커버링하는 일반 손님들도 많아요”
이뿐만이 아니다. 싫증난 베이지 색상 구두는 진한 브라운 컬러로 염색해 주고, 베이직 구두에 스트랩만 달아 새 구두 같은 느낌을 연출하거나, 뾰족한 구두 앞 코를 뭉툭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롱 부츠는 앵클 부츠로 바꿔주기도 한다.
구두 굽이 너무 높아 낮게 줄이거나 낮은 구두 굽을 하이 힐로 만드는 건 아주 쉬운 작업에 속한다. 그렇다고 모두 특이하고 거창한 수선만 하는 곳은 아니다. 여느 구두 수선 전문점과 다름없이 닳은 구두 굽도 바꿔주고 여기 저기 스크래치 난 부분은 말끔하게 정리해 새 것처럼 깔끔하게 다듬어 주는 건 기본이다.
“신발 하나에도 색다름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건 항상 재미있어요. 신발을 모조리 뜯어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고 나면 꼭 예술작품 하나 만든 것 같으니까요”
그의 ‘매직 핸드’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번 들러봐도 좋겠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681 S. Vermont Ave. LA, (213)382-4427
<성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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