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맛있는 웰빙 먹거리로 주류화 시도

2005-1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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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TLJ’ 케익 옥션 기부 파티

6개월전 오픈…경매 수익금 사회 환원
매일 만드는 앙증맞은 10여종류 케익
한식을 바탕으로 한 건강메뉴도 인기

레스토랑이 즐비하고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주민들이 사는 곳, 조용한 사우스베이 토랜스 지역에서 지난 주 색다른 이벤트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캐주얼 다이닝 스타일을 갖춘 베이커리 ‘카페 티엘제이’(CAFE TLJ)의 크리스마스 케익 사일런트 옥션. 레스토랑 오픈을 축하하면서 파티가 아니라 경매(silent auction)를 통해 그 수익을 커뮤니티에 그대로 기부하는 케익 옥션 기부 파티였다.
사일런트 옥션은 주류사회에서는 익숙한 문화이며 미국에 사는 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의 한가지인 기부행사로, 카페 TLJ는 지역사회를 위해 존재하고 그 주민들에 의해 사랑받는 카페로 자리잡기 위한 첫 걸음으로 케익 옥션이란 특별한 행사를 개최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450개가 넘는 체인을 가진 베이커리 ‘뚜레주르’로 확실한 사랑을 받는 베이커리이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뚜레주르’의 약자를 딴 새로운 이름의 카페로 오픈하였다. ‘매일’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단어 ‘뚜레주르’(Tous Les Jours)처럼 신선한 빵을 매일매일 맛볼 수 있는 카페다.
열가지가 넘는 단초롬하고 섬세한 데코레이션의 케익을 보고 있자면 손가락으로 찍어먹고 싶은 충동을 이기기가 쉽지가 않을 정도로 앙증맞고 맛있는 케익들이 즐비하다.
케익 매스터에 의해 데코레이션 된 보기에도 보슬보슬하고 폭신해 보이는 고구마 케익, 핑크 빛이 살짝 도는 래즈베리 케익,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이름의 두 종류의 생크림으로 만든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케익, 산타 얼굴 모양을 한 케익, 조용한 밤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카 케익 두 종류, 초컬릿으로 만들어진 메리 크리스마스 케익 등 10종류의 케익들이 15달러를 시작으로 조용히 기부하는 이들의 너그러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케익으로 거두어진 모든 수익금을 YMCA를 통해 사회에 기부하게 된다. 어떤 미국인 할머니는 이 케익을 냉동할 수 있으면 10개라도 옥션을 통해 사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패스트리 셰프인 강대열씨가 신선한 케익, 매일매일 만든다는 카페 TLJ 의미대로 얼린 케익은 안 된다고 만류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6개월전 문을 연 카페 TLJ는 모던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의 인테리어로 지역 주민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아왔다. 모든 벽이 유리로 되어 있고 바닥은 대나무로 만들어져 들어오는 이들에게 산뜻하면서도 포근한 인상을 준다. 프렌치와 아시안 스타일을 가미한 베이커리에 걸맞게 모든 페이스트리는 미국 베이커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플, 무뚝뚝함과는 정반대되는 섬세한 모양들이다.
빵을 고르다 보면 이것저것 금방 한 바구니를 사간다는 일본주부들로부터 시작해 매일매일 이곳에 들러 빵을 산다는 미국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신선하고 맛있는 것을 알아채는 입맛은 글로벌이라는 의미가 된다. 카페 매니저에 따르면 몇번 맛을 본 미국인들은 평소에 먹던 빵과는 달리, 이곳의 빵은 덜 달고 가볍고 깔끔한 맛이라며 금방 단골이 되어 버리곤 한다.
더욱이 주목할 것은 이 곳에서 베이커리 제품과 더불어 한국음식의 주류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식인 한국 음식들을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에게 친숙하도록 만든 퓨전 메뉴들이 카페 TLJ에서 사랑받고 있다. 비빔밥의 형식을 약간 바꿔, 비빔샐러드로 한 메뉴라거나, 미소에 절인 돼지갈비, 스스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마끼, 오이스터 소스가 살짝 가미된 인기 메뉴 치킨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8가지 종류의 메인 디시가 있고, 10가지가 넘는 간단한 메뉴 중에서는 큼직한 만두가 들어간 ‘포켓 덤플링 수프’도 많이 찾는 메뉴중의 하나이다. 이번 이벤트에서는 이 메뉴들을 모두 핑거푸드로 간단히 바꾸어 옥션에 참가한 손님들이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카페 TLJ는 또한 웰빙문화로 건강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을 위해 마늘, 파, 생강, 깻잎 등 한식 재료의 성분과 레서피를 소개하는 카드를 만들어 매장에 비치해 놓고 있다.
향긋한 커피 향과 맛있는 빵, 맛깔스런 식사, 델리킷한 분위기로 새로운 베이커리 카페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TLJ가 한인들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배경을 가진 토랜스 주민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하는 이유 중에는 ‘케익 옥션’을 통해 커뮤니티와 연결되고 이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자세와 건강한 먹거리로 건강한 삶을 선도해나가려는 노력이 깊이 연관돼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주소와 전화번호는 2814 Sepulveda Blvd. Torrance, CA 90505 (310)257-6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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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열린 사일런트 옥션에는 토랜스 지역 주민들이 많이 참석, 핑거푸드 스타일로 준비된 음식들을 맛보며 카페 TLJ의 오프닝을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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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와 함께 하기 위해 개최한 크리스마스 케익 경매는 많은 한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글 정은정 객원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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