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더 이상의 불안은 싫어

2005-12-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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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의 심씨는 집에 혼자 있었다. 침실에서 텔리비전이나 보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갑자기 숨이 가빠져오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고, 가슴 또한 답답했다.
혹시 이러다가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동시에 자신의 장례식장의 모습이 영화의 장면들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자신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자친구가 다행히도 심씨를 곧장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갔다. 응급실에 누워서 각종 검사를 받는 동안 여전히 숨은 가빴고, 이렇게 죽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 상황이 30분이 넘도록 지속되는 성싶었다. 심전도 및 각종 검사를 하고 있는 동안의 어느 순간, 응급실 저편에서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남자친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기적처럼, 혹은 거짓말처럼 두려움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라지면서, 갑자기 호흡이 정상화되었다. 곧 신체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으니 집에 가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
“또 다시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나”라는 근심걱정이 끊이지를 않았다. 하지만 주치의로부터는 아무런 신체적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느 날 심리치료사를 찾게 되었다. 통찰력 중심의 심리상담 치료를 통해서 고민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으며 “이 세상에 나 혼자 뿐이다”라는 생각만을 키워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전 남편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 또한 깨달았다. 자신이 줄곧 경험해온 불안의 의미를 탐구하면서, 엄마와 아직도 해결 안된 과제들이 부상하였다. 엄마와 어떠한 의미 있는 관계나 대화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성장기, 그런 엄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능한 한 먼 곳에 위치한 대학을 선택한 것, 학교 졸업 후 부랴부랴 서두른 결혼, 당시 자신의 삶의 전부였던 전 남편의 외도와 그로 인한 이혼을 하면서 받은 상처 등이 이 넓은 세상에 자신 혼자 뿐이라는 공허함과 슬픔을 극대화시켜 온 것을 깨달았다.
증상과 질병의 경과 및 과정 등에 대한 교육을 받고 그에 대한 통찰력이 더 생기면서 약물치료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인지 사고과정을 심리치료사와 함께 분석하며, 왜곡된 자동사고를 수정하고 있다.
호흡 훈련법 또한 이용하고 있다. 아직도 누군가를 전적으로 믿는다는 것이 무척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심리치료 중 이해 받고 존중받은 경험과 자신의 상태에 대해 얻은 지식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하여 두려움을 이겨 나가는 것이 자신이 해결해야 할 스스로의 숙제임을 깊이 인식하고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어려움을 믿을 만한 사람과 나누는 것의 중요성 또한 인식한 후 효과적인 대화기술 증진에도 열심히 노력중이다.

이 은 희

<결혼가족상담전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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