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 가지치기

2005-12-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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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마을에서는 계속해서 과일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심겨진지 6년된 도넛복숭아나무 가지치기를 했는데 아직도 모양과 형태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나무들이 있어서 나름대로 균형을 잡아주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제가 4년 전에 이 곳에 와서 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했는데 2년을 아무렇게나 자라버린 나무를 바로잡는 데는 6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가지치기하는 사람도, 나무도 고생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어렸을 적 1, 2년 동안 나무의 자세를 바로잡아 놓지 않으면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살아 움직이는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어릴 적에 심성이나 자세를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커서 고치기는 거의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이를 한둘만 낳아 기르는 요즈음, 자식을 균형 있게 바로 키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요. 일상생활 속에서 잘못 자라나는 가지를 잘라주지 않으면 아이의 인생은 좋지 않은 열매를 맺는 쭉정이 나무와 같은 인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나무는 눈에 보이니까 1년에 한 번씩 잘 잘라주면 되지만 사람은 그 잘못 자라나는 가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잘 살피지 않으면 잘라주기가 여간해서는 쉽지가 않습니다.
너무 아래로 쳐진 나무, 너무 웃자란 가지들, 안으로 뻗은 가지들, 뿌리 쪽에서 쓸데없이 튀어 올라온 것들 등등. 아이들에게서도 이러한 쓸데없는 가지들이 생깁니다. 아이들에게 욕심을 키워주면 커서도 욕심쟁이가 될 것이고, 이기적으로 키운다면 커서도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부모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이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커서도 남에게 무엇을 해주기보다는 늘 해달라는 사람이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그들의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
어린 나무든 큰 나무든 일 년에 한 번씩 때가 되면 가지치기를 해줘야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늘 깨어서 우리의 내부를 돌아보고 잘라낼 것은 잘라내야 하겠지요. 가지치기를 하는 이유는 좋은 열매를 잘 맺게 하는 데에 그 뜻이 있습니다. 우리 안에 미움과 질투, 불평과 원망들, 그리고 좋지 않은 습관 등 우리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것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보고 내 안에서 제거할 수 있다면 아마도 좋은 열매 맺는 좋은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가지치기는 나무와 자기 자신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지치기해야 할 것들은 부부 사이와 부모 자식간에도 내 가정에도 있고, 직장에도 있고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도 있습니다. 부부관계도 잘 들여다보면 잘라내야 할 쓸데없는 가지들이 있고 이러한 가지들이 부부관계를 어지럽히고 어렵게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부모 자식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가지는 나무의 몸통에 의지해 존재하기 때문에 몸통의 양분을 제대로 먹지 않으면 가지는 부실하게 되고 몸통에서 좋지 않은 양분을 보내면 좋지 않은 가지에서 좋지 않은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좋지 않은 관계로 어렵게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이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키워야할 가지와 키우지 말아야 할 가지들을 잘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들입니다.
좋은 열매 맺기에는 가지치기만 중요한 건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무를 땅에 심을 때 좋은 땅에 심어야 좋은 나무로 자라게 되겠지요. 부패한 땅에 나무를 심으면 나무가 병들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옛날 맹자님의 말씀에서도 알 수 있지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연의 정서를 알게 해주는 일입니다. 도시에서 살더라도 작은 씨앗 하나에서 뿌리가 나오고 싹이 트는 걸 통해 생명체의 신비함과 소중함을 알게 된다면 아이들의 인생이 좀 더 풍요로울 수 있겠지요.
군더더기와 쓸데없는 가지가 많은 세상입니다. 눈은 외부를 향하므로 눈뜨고 살아가는 동안 우리의 내면을 살피며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더 중요한 가치를 맛보며 진정한 행복과 풍요로운 삶을 맛보려면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에 부지런해야 합니다. 가지치기를 하다가 나와 부부, 부모자식 간에, 이웃간에, 사람관계 속에 자라 있는 쓸모 없는 가지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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