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이야기 사고뭉치

2005-12-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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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한 다음날은 학교를 쉬게 하고 승욱이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출근을 하였다.
쉴새 없는 전화… 승욱인 어때요? 수술은요? 언제쯤 듣게 되나요? 안 아파하나요?…
이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사랑인 것 같다. 엄마인 나보다도 더 기뻐하는 분들… 마구 정신이 없을 때 즈음에 친정엄마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아고! 민아야, 승욱이가 글쎄 큰일났어” 난 “무슨 일인데? 뭐가 어떻게 됐는데?”
승욱이가 귀에 덮고 있던 사발면 뚜껑을 다 잡아뜯고 안에 받쳐놓은 솜까지 다 뜯고 혼자 거실을 걸어다니며 놀고 있다고 빨리 집으로 오라고 엄마가 아우성이다. 올 때 거즈 솜하고 반창고를 사와야 할 것 같다고 하신다. 난 부랴부랴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회사와 집하고 거리는 차로 5분 거리임). 일단 상태를 봐야 거즈를 사고 반창고를 살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승욱이를 내 방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거실을 다니다가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곳에 병균이라도 들어가면 어쩔까 싶어서 애를 내 침대 위에 올려놓고 못 내려오게 감시(?)를 하고 계셨다.
난 승욱이를 보는 순간 너무 기가 차서 “야~~이 사고뭉치야!!! 붕대를 다 뜯어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사발면 뚜껑을 완전 초전박살을 내놨네… 어이구, 아프지도 않냐?”
선명한 바늘자국이 그대로인 뻘~건 귀를 다 드러내놓고 좋다고 내 침대 위에서 콩콩거리며 뛰고 있다. ‘어휴… 저 녀석이 어제 수술한 녀석 맞아?’
가까운 마켓에 가서 거즈하고 반창고를 사서 집으로 갔다. 거즈를 대고 반창고를 붙여주려는데 도대체 가만히 있질 않는다. “가만히 좀 있어! 기운이 왜이리 센 거야?” 엉덩이를 한대 때려줘도 막무가내다. 귀에 무엇을 대는 그 자체가 싫은가 보다.
“욱아! 하루만 참아. 내일 병원 가는 날이니까 대충 이렇게 붙이고 이시야마 선생님한테 예쁘게 반창고 붙여달라고 하자, 알았지?”
다시 회사를 돌아온 후에도 승욱이가 계속 걱정이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해서 집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아휴… 녀석이 이젠 장난감을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지고 난리다 난리…” 난 도저히 사무실에 있을 수가 없어 일찍 퇴근을 하고 집으로 왔다.
난 승욱이가 귀가 아파서 아픈 것을 표현하기 위해 장난감을 온통 집어던지는 줄 알았다. 옆에 앉아서 가만히 승욱이를 쳐다보니 수술한 귀에 소리나는 장난감을 대도 전혀 소리를 느낄 수 없어서 너무 화가 난 것이다.
승욱이 장난감은 온통 소리나는 장난감 일색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하나하나 누를 때마다 전혀 소리를 느낄 수가 없으니 엄청 실망스런 얼굴과 짜증 섞인 얼굴로 장난감을 집어던지는 것이었다(승욱인 소리는 못 듣지만 소리나는 장난감에서의 울림과 리듬을 가장 좋아한다).
“욱아~~ 소리를 못 느끼겠어? 소리가 전혀 안 울려? 그래서 화가 나? 그건 말이지 너가 매일 소리를 느끼던 오른쪽 귀 안에 조금이라도 듣고 느낄 수 있었던 청각 신경을 절단하고 그 안에 와우이식을 한 거야. 귀 바깥쪽의 상처가 완전히 아물면 기계를 켤 것이고 그러면 잘 들을 수 있어. 엄마가 무슨 말하는지 알아?”
내가 얘기하는 소리를 전혀 알 수 없는 승욱인 계속 짜증을 내고 화를 낸다. 휙휙 날아가 방바닥에 꽂히는 승욱이의 장난감이 내 마음이다. 승욱인 장난감으로 나의 마음을 내리치고 있다.
한참을 승욱이만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승욱인 어느 정도 분풀이(?)가 끝이 났는지 장난감을 포기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더듬더듬 나에게 온다. 그리고 딱 달라붙어서 내 가슴에 폭 안겨 있다.
“이제 화가 풀렸어? 한달, 한달만 기다리면 훨씬 잘 들을 수 있어. 엄마가 승욱이 맘 다 이해해 주지 못해서 미안해…” 승욱이 머리 위로 눈물이 떨어진다. 수술만이 승욱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바로 승욱이에게 상처를 주게 된 것을 안 이 엄마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이리 앉아있다.
승욱이가 사고뭉치가 아니라 내가 사고뭉치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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