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King Kong 이번엔 눈물 흘리는 킹 콩이예요

2005-12-09 (금)
크게 작게
30년만의 부활스토리

와! 크고 세다. 돌아온 킹콩은 핵폭탄 주먹을 휘두르는 25피트짜리 거대한 원숭이였다. 올 할러데이 시즌용 영화 가운데 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것 중의 하나인 ‘킹 콩’(King Kong·14일 개봉·별 5개 만점에 ****½)이 마침내 얼굴을 드러냈다. 한마디로 말해 압도적인 괴물이다.‘반지의 제왕’ 사이클을 만든 뉴질랜드의 피터 잭슨이 감독한 ‘킹 콩’은 눈부신 특수효과와 함께 액션과 감정이 고루 배합된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HSPACE=5`
극장에서 브로드웨이로 도망나온 킹 콩과 앤이 마주보고 있다,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 감독 제작2년
눈부신 특수효과에 감정·액션 배합

‘킹 콩’에 ‘주라기 공원’을 합친 이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데 만드는데 2년이 걸린 킹 콩의 얼굴과 눈동자 표정이 산 원숭이를 딱 닮았다.
‘킹 콩’ 영화의 원조인 1933년판은 순전한 스펙터클이었고 제시카 랭을 데뷔시킨 1976년판 리메이크는 선정적이었다면 이번 것은 감정적이다. 때로는 과도한 액션이 눈물마저 흘릴 수 있는 킹 콩과 그가 아끼는 여배우 앤 간의 감정교류 때문에 진정된다. 액션 러브스토리라고 하겠다. ‘킹 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경제 공황시대. 모험가인 영화감독 칼(잭 블랙)은 길에서 주워온 허기에 시달린 여배우 앤(네이오미 와츠)과 촬영팀을 화물선 벤처호에 싣고 이국적 로케이션 촬영차 인도양으로 떠난다. 이들이 도착한 곳이 원주민들과 공룡들이 사는 해골섬.
원주민들은 거대한 고릴라 콩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는데 이번에는 앤을 납치해 콩에게 제공한다. 그런데 생전 처음 금발 백인미녀를 본 콩은 앤에게 애착을 느끼면서 그녀를 살아있는 바비달 다루듯 한다. 어느덧 앤도 공룡의 공격으로부터 자기를 구해준 콩에게 정을 느낀다. 칼과 앤을 배에서 보고 사랑을 하게 된 각본가 잭(에이드 리안 브론디) 등 일행이 앤을 찾아 나서면서 공룡에 밟혀 죽고 콩의 주먹에 맞아 죽느라고 난리법석이 일어난다.
칼 일행은 마취제로 콩을 포획, 뉴욕으로 수송한 뒤 ‘세계 제8의 기적’이라고 선전하면서 극장에서 킹 콩 쇼로 한몫 본다. 그런데 극장을 탈출한 킹 콩이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자 앤이 이를 말린다고 킹 콩을 찾아간다. 앤을 손에 쥔 킹 콩은 충격을 피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오르고 거기서 비행기의 기총소사를 맞고 떨어져 죽는다.

HSPACE=5

HSPACE=5
킹 콩에게 붙잡혔다가 도망가는 앤이 이번에는 식인공룡을 만나 공포에 떨고 있다. 화가 난 킹 콩과 앤을 공격하려는 공룡이 앤을 가운데 놓고 대치하고 있다.


핵주먹 휘두르는 25피트짜리 거대한 원숭이… 제작비 2억 700만달러

얼굴·몸에 190개의 센서 부착
카메라 72대로 동작·표정담아

‘킹 콩’ 얘기는 미녀와 야수의 얘기다. 킹 콩은 자기를 버리고 도망가는 앤을 쫓아가다 칼 일행에 포획되고 뉴욕에서 극장을 탈출한 뒤에도 앤을 찾느라 헤맨다. 짐승의 인간 사랑인데 결국 킹 콩은 이룰 수 없는 비극적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 킹 콩과 앤의 감정교류는 고독한 종들간의 흐름으로 잭슨의 아내이자 공동 제작자인 프랜 월쉬는 둘의 관계를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의 그것에 비유한다.
킹 콩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서 기총소사를 받고 천천히 죽어가면서 앤을 바라보는 눈동자에 체념과 슬픔의 표정이 가득한데 앤도 마치 자기 연인의 죽음이나 목격하는 듯 눈물을 흘린다. 가히 오페라 적이다.
가공스러운 것은 킹 콩의 폭력. 오른쪽 눈 위와 가슴에 상처가 난 싸움꾼인데 킹 콩이 자기 것인 앤을 해치려 드는 세 마리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공룡과 육박전을 벌이는 긴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킹 콩이 공중을 비상하면서 쿵푸 하듯 레슬링 하듯 닥치는 대로 공룡들을 때려죽이는데 공중에 내던져진 앤을 발가락으로 잡는 폼이 마이클 조단이 나는 농구공을 잡는 것만큼이나 날렵하다.
이밖에도 정글 장면에서는 온갖 공룡들과 거대한 거미와 박쥐 그리고 식인 바퀴벌레까지 나와 인간들을 마구 잡아먹는다.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달은 점은 여자는 우선 예쁘고 봐야 한다는 것. 킹 콩은 그동안 자기에게 바쳐진 검은 피부의 원주민 처녀들은 모두 죽였는데 예쁜 앤만은 애지중지하는 것을 보면 미인박명이라는 말이 맞지 않는다.
앤으로 나온 와츠가 영화에서 죽을 고생을 한다. 정글에서는 킹 콩과 공룡들의 피해 속치마 바람에 맨발로 도망가는 데도 신체에 별 상처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뉴욕에서는 엄동설한에 속치마나 다름없는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고 브로드웨이를 달려가 킹 콩에 의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놓여지는데 별로 추워하지도 않는다.
잭슨은 9세 때 ‘킹 콩’ 영화를 보고 자기도 킹 콩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평생의 꿈이 이뤄진 셈인데 제작비 2억700만달러를 들여 진짜 재미있는 3시간짜리 오락영화를 완성했다.
킹 콩의 표정은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골룸 역을 한 앤디 서키스의 것. 그의 얼굴에 130개 그리고 몸에 60개의 센서를 부착한 뒤 72대의 카메라가 그의 연기를 촬영하는 동작포착 방법을 썼다. 무섭고 끔찍한 장면 때문에 등급은 PG-13. Universal작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