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인생의 전환점

2005-12-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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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맞는 12월이지만 올해는 특별한 감회를 느낀다.
이런 느낌은 연말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제 한 달 정도만 지나면 우리 회사는 풀러튼의 신사옥 시대를 맞는다. 한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풀러튼 본사에는 가든그로브 본사를 비롯한 에스크로, 풀러튼, 부에나팍 등 4개 브랜치에 소속된 모두 100명 이상의 에이전트와 회사 스태프들이 한데 모이게 된다.
우리 회사의 모태였던 가든그로브 본사는 이제 회사의 연혁에서만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지난 97년 오픈한 가든그로브 사무실과의 인연은 참으로 각별하다. 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주었기 때문이다.
8년간의 기자 생활을 접고 사업을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좌절을 겪은 후 근 한 달간 집에서 잔뜩 웅크리고 지낼 때 우리 회사의 정민영사장이 나타났다. 기자 시절 인터뷰 기사를 한 번 써 준 인연과 동네 선배 정도로 알고 지냈던 정사장은 나에게 부동산 입문을 권유했다. 부동산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나였다.
그렇게 미국 온지 정확히 10년째 되는 날 98년 9월10일 베스트부동산 학교에 등록하면서 지금껏 가든그로브 오피스에서 일하고 있다. 현재는 1, 2층 전부를 사용하고 있지만 입사 당시에는 모두 15명 안팎의 에이전트에 불과해 1층만 썼다.
에이전트들이 늘면서 2층도 사용하게 되자 책상과 의자를 일일이 밤늦게까지 조립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입사 1년차 시절은 솔직히 말해 너무 힘들었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 하고 그 사람들을 손님으로 만들어 부동산 딜을 성사시키는 것 하고는 별개의 문제였다. 고정 수입도 없는 데다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이 다른 에이전트를 통해 집을 사고 팔 때는 정말 쥐구멍이라고 들어가고 싶고 몇 번이나 다른 직업을 찾아보려고 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1월1일, 추수감사절, 성탄절, 12월31일 같은 공휴일에도 일 때문이든 아니든 지금까지 사무실에 들르지 않았던 적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지금은 우리 회사가 가든그로브 본사 외에도 4개의 브랜치와 에스크로 등 모두 6개의 오피스로 늘고 에이전트도 150여명에 이르는 등 오렌지카운티 최대의 한인 부동산 회사로 성장하고 근속일수로 치면 7번째 고참 에이전트가 됐지만 나에게는 가든그로브 사무실이 내가 살고 있는 집보다 친근하다.
이제 한 해가 저무는 것처럼 가든그로브 사무실에 대한 모든 감정을 정리하고 새해에는 신사옥에서 평생직장으로 굳어버린 부동산업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와 마음을 다진다.


하워드 한
<콜드 웰 뱅커베스트 부동산>
(714)726-8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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