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굴에 대해 책임지는 삶

2005-12-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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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안과를 찾았다. 남녀노소가 고루 앉아 있는 대기실을 둘러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쳐있는 얼굴이었다. 화사한 얼굴을 한 할머니 한분이 들어와 누구를 찾는 듯 했다. 난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겸연쩍어 씩 웃었다.
그는 내가 다가와 뉘 집 아들인지 몰라도 인상이 좋다며 자신과 할머니-손자로 하자고 했다.
농반 진반으로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얼굴에서 노년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눴고 할머니는 내게 믿음 생활 잘하라는 조언도 잊지 않으셨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물론 내 인상이 좋다고 하신 칭찬(?)도 마음에 들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잘생겼다, 젊게 보인다는 말보다는 인상이 좋다는 말을 듣는 편이 더 기분 좋다. 살면서 점점 마음에 와 닿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이 얼굴에 나타난다는 생각을 자주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얼굴이 한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보여 줄 때가 있다. 잘 생기고, 아름답고, 깔끔하고, 날카로운 첫 인상을 넘어가면 얼굴에서 한 사람에 대한 성품이 나타난다.
얼굴이 경직되어 있는 사람을 보는가 하면, 여유가 있어 평안한 얼굴이 있다.
자신감이 얼굴에 넘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겸손함이 몸에 배있는 사람이 있다. 몸과 마음은 같이 가는 것 같다.
얼굴에서 품어 나오는 분위기를 참조하면서 한 사람과 10분 정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의 성격은 어느 정도 나타나게 된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내 사진이 여러 곳에 노출되는 것이 두려워진다. 아마도 내 사진을 보며 사람들은 성품까지 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신문 칼럼에 나오는 조그만 사진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한번은 어린 아들을 가진 주부랑 우연히 얘기를 하는데, 신문에 나온 나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어린 아들이 내가 사진에 나온 모습과 전혀 다르다는 얘기를 솔직히 하는 바람에 얼마나 민망했는지 모른다.
그 분과 얘기를 할 때는 안경을 끼고 있지 않았고, 머리도 짧았기 때문에 조금은 다름 사람 같이 보였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도, 아무리 외모는 달라도 나에게 품기는 인상은 같기를 바라는 바이다. 왠지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는 나의 모습과 나의 실제 모습이 다른 것은 아닌가하는 기우를 하곤 한다.
나의 속마음이 얼굴에 솔직히 나타나기를 바란다. 특히 과거에 다른 에이전트로부터 안 좋은 경험이 있어서 모든 에이전트를 경계하는 손님을 만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런 손님은 무슨 말을 하여도 의심의 눈을 가지고 본다. 이럴 때는 그가 그를 도와주려는 나의 마음을 나의 얼굴을 통해서 읽어주기를 원한다.
손님이 나의 얼굴을 보며 좋은 인상을 받고 나의 좋은 인상이 나의 마음과 일치하는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종종 신문에 나는 사진을 보면서 내가 내 얼굴에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는 가를 반성해 본다.
먼 훗날 내 자손들이 칼럼에 나온 나의 사진을 보면서 내가 얼굴에 책임지는 삶을 살았다고 말해 주었으면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는 삶을 살 때 이 세상은 더욱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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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charlesdu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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