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2-0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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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아들 ‘이승욱’ 

땅거미가 어둑어둑 내리는 시간 겨우 UCLA를 빠져나왔다. 캐롤씨 하고는 승욱이의 와우이식 한 것을 켜는 날 다시 UCLA에서 만나기로 했다.

승욱이를 차에 태웠는데 자꾸 차 바닥에 누우려고 몸을 기운다. 아직까지 마취가 완전히 깨지 않아서 그런지 계속 잠을 자려고 한다. 수술부위가 아픈 것을 모르게 차라리 자는 것이 낫겠다 싶어 편히 자도록 놔두고 있었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많은 분들이 승욱이 수술이 어찌 되었냐고 전화가 빗발친다. “네. 네. 잘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인사하고 있었다.


정말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도로 후원해 주셨는지… 선한목자장로교회 교우님들, 밀알선교회, 승욱이 학교, COF 친구들, ‘승욱이 이야기’를 읽어주시는 분들, 승욱이를 위해 중보해 주신 분들…

가만히 보면 승욱인 엄마인 내 힘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키우는 우리들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언제나 선한 길로 하나님이 인도해 주시지 않을까?

집에 도착해서도 승욱이가 계속 누워있기만 했다. 아픈 것을 참는 것 같이 눈을 껌벅껌벅 하며 머리를 들지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었다. 너무 안쓰러운 마음에 옆에 앉아서 자꾸 승욱이의 이름을 불러줬다.

“승욱아~ 이쁜 승욱이~” 승욱이가 더듬더듬 날 만진다. 컨디션이 좋으면 한번 씩하고 웃어줄 만도 한데 무표정이다. “욱이 화났어? 아파서 그런 거

야? 아프지? 미안, 미안해…”

종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승욱이에게 승욱이가 제일 좋아는 트리탑(Tree Top) 사과 주스를 한잔 먹이니 서서히 마취에서 깨는 것 같다. 누워서 꼼지락 꼼지락거린다. 그리고 기운을 차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일어선다.

그런데 너무 웃긴 것은 수술하면서 오른쪽 귀 뒷부위의 머리카락이 전부 깎여 있고, 또 수술부위를 건들이지 않도록 오른쪽 귀 전체에 커다란 사발면 뚜껑을 덮어두었다. 그런 모습으로 서서히 일어나 저벅저벅 거실을 걸어다니고 있다.


한 발자국 걷고 사발면 뚜껑을 살짝 건드려보고, 또 한 발자국 걷고 깎은 머리카락을 한번 더듬어보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무슨 일이 있은 것 같은데 알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하다.

점점 더 기운을 차려 가는지 이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내가 ‘승욱아~’ 하고 부르면 자신의 손으로 사발면 뚜껑을 탁탁 치면서 이게 뭐냐고 묻는다. “욱아, 오늘 우리 욱이 수술한 거 모르지? 너 안 아프니? 이젠 들을 수 있을 거야. 왜 이리 씩씩할까…”

늦은 밤, 약간의 통증이 있는지 내 손을 자신의 사발면 뚜껑 위에 대고 자꾸 탁탁 친다.

“아파? 아프지? 약 좀 먹자. 아프지 않는 약!” 약을 먹이려 하니 절대 입을 벌리질 않는다. 아마도 또 자신을 어쩌려는 수작(?)인 줄 알고 입을 꾸욱 다물고 있다. ‘아플 텐데, 쨔슥…”

1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인데도 승욱인 잠잘 생각을 하질 않는다. 이젠 걷는 것이 아니라 콩콩거리고 뛰기까지 한다. “아고, 욱아. 너 오늘 수술했어. 제발…” 뛰는 승욱이를 안고 있다가 내가 살짝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뜨니 2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승욱이 잠잘 생각도 않는다.

“욱아! 너 오늘 수술한 애 맞냐? 너무 건강 그 자체네. 쩝…”
수술 후 많이 아프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승욱이는 건강하게 수술을 잘 견디고 있다. 언제나 나약한 이 엄마의 인간적 걱정이 승욱이를 언제나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 승욱인, 우리들의 아들 승욱인 너무 건강, 건강한데 말이다.

“고마워 욱이! 잘 견뎌주고, 참아줘서. 넌 참 멋진 우리들의 아들이야. 그거 모르지?”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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