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식당 가이드 / 월남식당 진저그래스

2005-11-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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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집 “NO” 너무나 우아해

스타일리시하게, 저렴하게, 하지만 우아하게 … 건강음식으로잘 알려진 월남쌀국수, 한동안 안 먹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먹고 싶어진다는 월남쌀국수가 월남음식의 전부가 물론 아니다. 섬세한 맛이 향긋한 허브향과 잘 어울러진 월남음식을 아주 스타일리시하게 서브하는 레스토랑 ‘진저그래스’(Gingergrass)는 실버레이크의 멋쟁이들에게는 이미 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월남쌀국수 그 이상의 맛을 서브하는 이곳은 우리의 상식을 조용히 뒤집어 놓는 월남 국수집같지 않은 인테리어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월남 음식에 대한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바꾸기에 충분한 곳이다. 오픈키친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입구에는 아주 커다란 흑판이 시원스레 붙어있다. 눈이 안 좋은 할머니의 눈에도 훤히 들어올 만큼 그날 그날의 메뉴가 쓰여있어 알아보기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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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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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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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레미뇽을 매운 땅콩소스, 얌과 빈에 볶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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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테리언을 위한 포 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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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잎으로 싼 생선요리


‘LA서 꼭 가봐야 하는 저렴한 레스토랑’ LA타임스 지면 두번이나 장식
인테리어부터 기존의 월남 음식점에 대한 생각 싹 가시게 하는 세련된 곳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누구에게나 다 서브되는 새우칩으로부터 시작해서 그 이외에도 군침을 삼키게 하는 메뉴들이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셰프의 이름을 딴 마코 샐러드(MAKO salad)는 레몬 그라스향이 살짝 나도록 양념에 재워진 프랭크 스테이크를 그릴에서 구워 양배추, 허브, 땅콩 등과 같이 나오는데, 캘리포니안 스타일의 베트남 음식이라는 질투 어린 비아냥을 받는 인기 있는 요리 중의 하나이다. 약간은 싱겁게 먹어야 건강하다는 우리 한인들의 입맛에는 약간 짠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그 정도는 음식을 주문할 때 살짝 웨이터에게 귀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베지테리언들에게나 육식을 좋아하는 이들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이 식당은 그 이유가 다양한 베지테리언 메뉴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모든 음식들이 깔끔하게, 보기에도 기분좋게 담아져 나온다는 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종류(대략 7종류)의 스프링롤은 입안이 상큼해지는 간단한 애피타이저로 손색이 없다. 그 중에서도 게살과 아보카도가 스프링롤 속에 말려져 있고 이것을 크리미하지만 매콤한 소스에 찍어먹는 묘한 궁합의 환상적인 맛을 내는 스프링롤이다.
그리고 속이 느끼하지 않도록 해주는 매콤한 맛의 그린 파파야 샐러드는, 어디에서나 김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강권하고 싶은 메뉴 중의 하나이다.
특히 인기있는 런치메뉴는 보기에도 풍성하여 오감이 만족되는 정도라고 하면 설명이 부족할까? 돼지갈비를 특별 마늘양념에서 재운 후 그릴에 구워나오는 런치메뉴에는 상큼한 야채와 베트남 특유의 브로큰 라이스(broken rice)까지 같이 나와서 더욱 든든하다. 약간 아쉬운 점은 이러한 훌륭한 메뉴들의 빛에 가려서 월남쌀국수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질 않는다는 점이다. 육수가 약간은 서구화된 맛이 나기도 한다.
이런 부족한 점을 충분히 채워 줄만한 홈 메이드 디저트 메뉴 특급. 매일매일 칠판에 다양한 디저트 메뉴가 올라와서 손님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최고의 디저트는 크레이프, 언제 먹어도 또 먹고 싶을 정도, 먹고 난 후에 5마일을 뛰어서 살을 빼야 한다고 해도 하나 더 오더해서 돌아가면서 다시 먹고 싶을 정도이다. 신선한 생강에서 즙을 짜서 만든 진저에일은 반드시 맛볼 것을 권한다.
저렴하게 퀵 런치로서나 우아하게 하지만 저렴하게 데이트하고 싶은 커플들에게나 다 적당한 실버레이크의 월남요리집. 이 ‘진저그래스’의 메뉴는 누가 르 콜로니알(Le Colonial)의 베테런으로 이름난 쉐프 마코 안토니쉐크가 만들어냈다. 진저그래스 메뉴는 월남음식을 주류사회에 알리는데 큰 보탬을 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든 맛의 조화가 뛰어나다.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 매거진에서나 LA타임스에서도 두번에 걸쳐 ‘LA에서 꼭 가봐야 하는 저렴한 레스토랑’으로 기사화되기도 했다.
애피타이저는 4~5.50달러 정도, 샐러드는 8~9달러, 메인 요리는 10~14달러, 쌀국수는 6.50달러, 디저트는 5달러 정도의 가격이다. 주 7일 오픈하며, 런치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 디너는 오후 5시~10시까지. 주소와 전화는 2396 Glendale Blvd. Silver Lake, CA 90039,(323)644-1600,www. gingergrass.com

<글·사진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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