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1월의 탄생석 토파즈

2005-1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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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랑이의 눈과 같이 노란 토파즈를 비둘기의 눈과 같이 분홍빛 토파즈를 그리고 고양이 눈과 같이 초록색 토파즈를 가졌다’ 오스카 와일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 나온 한 대사다.
일반적으로 토파즈(Topaz)는 ‘황옥’이라 불리는 옐로우 토파즈 외에도 황갈색, 엷은 녹색, 청색, 오렌지, 분홍, 빨강, 무색 투명한 것까지 다양한 색상을 갖고 있는 아름다운 보석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컬러 스톤 중에는 블루 토파즈와 핑크 토파즈가 인기다. 토파즈는 11월의 탄생석으로 희망과 결백, 우애를 상징하며 보석의 희소가치를 고려할 때 자주색이 가장 귀한 색이다.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중에는 토파즈를 귀중한 12가지 보석 중 9번째로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토파즈는 밤에 마찰하는 듯한 빛을 발하기 때문에 눈을 밝게 하고 불면증을 고쳐준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대인과 달리 캄캄한 밤에는 미지의 두려움을 품을 수밖에 없었던 고대인에게 빛을 발하는 신비의 야광석은 마력적인 힘을 가진 보석으로 보였을 것이다.
유럽에서 전해오는 토파즈에 얽힌 일화가 있다. 중세 프랑스 오를레앙시에서 성대한 사육제가 있어 모두 흥겨운 분위기에 들떠 있는데 마리아로 분장한 마을 아가씨 수잔느는 인파 속을 돌아다니다 짐승의 가면을 쓴 젊은 청년과 만나게 된다. 수잔느는 이 청년의 상냥함과 기품 있는 태도와 음성, 그리고 멋진 춤 솜씨에 반해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며칠이 지난 후 이 젊은이는 약속대로 그녀의 집에 밤에 왔는데 여전히 짐승의 가면을 쓴 그대로였다. 장난이라고 생각한 수잔느가 가면을 벗기려 하자 놀랍게도 이 청년의 얼굴과 가면이 함께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게 된 이 연인이 악마의 화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다음 번의 만남을 약속하고 그 길로 교회로 달려갔다.
‘주여, 부디 나를 지켜주소서’하며 밤새 기도를 올렸더니 새벽에 ‘네가 갖고 있는 토파즈에 구멍을 뚫어 금실을 꿰어 왼쪽 팔에 매달아 놓아라. 남자가 악마라면 발톱이 드러나며 도망가 버릴 것이다’라는 계시가 들렸다.
문제의 밤이 되자 몰래 창을 넘어 들어온 젊은이를 향하여 수잔느는 하늘의 계시대로 왼쪽 팔을 높이 치켜들어 토파즈의 빛이 반짝이도록 했다. 그러자 흐느껴 우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가면이 부서져 나뭇조각처럼 돼버렸다. 곧이어 흉측한 악마의 형상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했던 수잔느의 앞에 놀랍게도 그녀가 꿈꾸던 늠름한 청년이 손을 내밀었다. 악마의 무서운 저주에 걸렸던 영주의 아들이 신과 함께 있는 토파즈의 위력으로 끔찍한 고통에서 해방됐던 것이다. 그 후 두 사람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토파즈엔 인생의 깊은 맛을 느끼지 않고는 다다를 수 없다는 ‘삶’자체의 뜻이 있다. 그래서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가을에 간직하는 보석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야만 토파즈의 진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메이 김<젠 보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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