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1-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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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아버진 2005년 10월13일 오후 3시35분, 엄마와 언니 그리고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모든 장례 일정을 마치고 이젠 이렇게 또 ‘승욱이 일기방’ 앞에 앉았습니다.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자리는 아버지의 책상입니다.
좌우 앞뒤 어디를 쳐다봐도 아버지가 저를 향해 계십니다. 사진 속에서도 저에게 뭐라 말씀을 하십니다.
“오늘 차 조심하고 다녔냐. 밥은 잘 먹고 다녔냐. 힘든 일은 없었냐. 승욱이 밥은 많이 먹였냐. 일찍 일찍 다녀라. 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냐. 누가 너 글을 읽는다고. 내일은…”
생각은 아직도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신 듯 합니다. 이것이, 이런 기억이 한참 가겠지요.
모든 아버지가 그러하지만 저의 아버진 정말 특별하신 아버지십니다.
지금의 승욱이를 잘 키울 수 있게 해주신 분이 저의 아버지십니다. 갓난 승욱이를 캐리어에 담아 메시고 매일 뒷산을 오르시던 그런 아버지셨습니다.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저에게 말씀 하셨습니다. “딸아, 여기까지가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여기까지가 아버지가 해줄 수 있는 곳이야. 이젠 너가 알아서 개척해 나아가야 해. 그럴 수 있지?”
아빠 독수리가 새끼 독수리를 어느 정도 양육시킨 뒤 하늘 높이 치고 올라가 굵고 강한 발톱으로 잡고 있던 새끼 독수리를 하늘 아래로 떨어뜨려 날리듯 아버진 저를 잡고 계시던 그렇게 강하고도 힘센 발톱을 놓으셨습니다.
이젠 혼자 힘차게 날아야 하는데 눈앞이 너무 흐려 날 수가 없습니다.
아버지의 모든 것에서 독립을 해야 하는데, 운전을 할 때도, 거라지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올 때도, 교회에서도, 아버지가 타고 다니시던 차를 볼 때도, 아버지 연세의 그 누구를 만나도, 집 구석구석 그 어디에서도 아버지가 계십니다. 그리고 계속 저를 염려하십니다. “민아야…”
참 많은 분들이 함께 슬퍼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 받은 참된 사랑을 두고두고 갚으며 살려고 합니다.
아버지의 일기장에 써있던 그 이사야의 성경구절처럼 “두려워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니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니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너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
한참을 깊이 슬프겠죠. 네, 아무리 그리스도인이라지만 슬픈 건 참 슬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고통스러울 때 이사야의 말씀을 묵상하며 기쁘게 고통을 견디셨듯이 저도 이젠 그 말씀을 따라 일어나려 합니다.
독수리 날개 치듯 하나님이 주신 그 목적이 이끄는 삶을 위해 살려고 합니다.
아버지. 너무 감사해요. 너무 나약한 딸을 이렇게 강하게 만들어 주시고, 승욱이를 부끄럽지 않은 귀한 자녀로 키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아버지의 그 강인한 정신력과 정직함을 언제나 지키며 참 그리스도인으로 예쁘게 살께요.
아버지 너무 사랑합니다. 너무 보고 싶습니다. 너무 부르고 싶습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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