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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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안에서는

내가 수술환자 대기실에서 앉아 있는 동안 도대체 수술실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승욱이는 오른손잡이다. 그래서 와우이식을 오른쪽에 하기로 했다. 오른손잡이의 언어를 관장하는 두뇌는 왼쪽 뇌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오른쪽에 수술을 하게 되었고, 또한 위험에 처했을 때 자기 방어를 위해 오른쪽이 더 안전하기에 오른쪽에 와우이식을 하게 된 것이다.
수술이 시작된 후, 승욱이의 오른쪽 귀 뒷부분을 모두 절개한 뒤, 달팽이관에 전자 칩을 이식을 하던 도중에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이시야마 선생님. 귀 옆 안면으로 지나가는 두개의 신경이 갈라져 있어야 하는데 신경이 하나로 묶어져 있는 것을 수술하는 순간에 발견을 했다. 이시야마 선생님을 제외한 수술 스태프진 11명은 모두 이식한 후에 안면신경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수술하지 말고 그냥 덮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 순간 이시야마 선생님은 잠시 생각을 했고, UCLA 병원에서 신경외과에서 제일 권위자인 의사에게 수술실에서 전화를 걸었다.
신경외과 의사 선생님은 전화상으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직접 수술실로 왔고(그때까지 승욱이는 계속 마취를 해놓은 상태로 있었다고 했다) 신경외과 선생님은 그동안 이 아이가 자라면서 안면근육에 문제가 있었냐고 물으셨다. 이시야마 선생님은 그동안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왔고, 웃을 때도 근육에 문제가 있었거나 이상한 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신경외과 선생님은 그럼 하던 수술을 빨리 진행시키라고 했다. 그리고 뭉쳐 있는 신경은 어떻게든 건들이지 말고 그대로 두라고 했다. 이시야마 선생님은 이게 혹시 종양이면 어쩌느냐고 했다. 하지만 신경외과 선생님은 그러기에 더 조심해서 건들지 말라고 했다.
이시야마 선생님은 조직검사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지만 신경외과 선생님은 조심해서 그냥 달팽이관에 수술하려던 것을 잘 마치라고 했다. 사실 이런 신경은 자신도 많은 논문을 봐 왔지만 처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5년 넘게 건강하게 있던 신경이 갑자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거란 판단을 했다. 하지만 신경이 그렇게 생긴 것을 안 이상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승욱이는 수술 전에 MRI와 CT 촬영까지 전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그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그 신경이 왜 수술시간에 이시야마 선생님이 알게 된 것일까? 그리고, 신경외과 선생님이 그 시간에 어떻게 승욱이 수술실까지 오게 된 걸까?
승욱이가 퇴원을 하려고 하는데 이시야마 선생님과 어느 백발의 노 의사가 우리에게로 걸어온다. 이시야마 선생님은 그 백발의 노의사를 나에게 소개시켜 준다. “아까 내가 말했던 그 신경외과 선생님입니다” 난 이시야마 선생님이 그 분을 소개하는 그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 분… 그 노의사의 얼굴을 본 순간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생각하던 그 예수님의 얼굴이 그 곳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예수님 얼굴을 한 그 분이 나를 향해 미소를 머금고 이야기를 한다. “승욱이 수술 잘 마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이시야마 선생에게 얘기 들어서 알겠지만 승욱이 앞으로 안면 근육에 문제가 생기나 안 생기나도 잘 관찰하세요. 알았죠? 조금 어려운 수술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잘 끝나서 너무 기쁩니다. 승욱이 앞으로 듣고 꼭 말하게 될 거예요. 잘 가르치세요”
난 “아멘”으로 화답했다. 예수님의 얼굴을 한 그 분이 우리에게 짧게 인사를 하고 바로 돌아서서 간다. 난 그 분이 떠나 후에도 그 분이 서 있었던 그 자리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11명의 스태프가 반대하던 그 수술을 해냈다. 그 시간 우리 교회에서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승욱이를 위해 중보기도를 하고, 릴레이 기도를 하고, 나 역시도 하나님께 온전히 매달리고 있었다. 그 순간 하나님은 수술실 그 곳에 계셨고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고 계셨다. 세상 사람들은 그저 이 이야기를 만화 같은 이야기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겐 우연이란 없는 것이다. 만약 MRI와 CT 촬영에서 승욱이의 안면신경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면 과연 승욱이가 수술실에라도 들어갈 수 있었을까? 만약 그 시간에 신경외과 선생님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 승욱이가 와우이식을 받을 수 있었을까?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모든 상황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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