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라진 자바…‘알짜’ 건진 초행길

2005-1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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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자바…‘알짜’ 건진 초행길

LA 다운타운 자바 샤핑에 나선 성민정(왼쪽부터)·신경민·정숙희·이주현 기자가 11가 거리를 걸으며 상점들을 구경하고 있다.

백달러 자바 샤핑기

값싼 중국산 도매상 이전, 고급 소매점 속속 입주

◇올림픽~피코·로스앤젤레스~월이 소매 중심가



여기자들이 나섰다.

도대체 LA 다운타운 ‘자바’에선 어떤 물건들을 파는지, 정말 소문대로 가격이 파격적인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던 우리는 누군가 ‘한번 가보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아주 쉽고 명쾌한 결론에 기꺼이 동참하기로 했다. 그렇게 편집국 내 유일하게 여인천하 부서인 특집 2부 기자들의 ‘100달러 자바 샤핑기’ 프로젝트는 추진됐다. 서로 바쁜 취재 일정을 맞추고, 일기예보를 뒤져 비오는 날은 피하고, 소매상을 중심으로 사전취재를 마친 후 신문사 초유(?)의 프로젝트가 3주만에 성사된 것이다.
드디어 지난 8일. 정숙희 부국장을 필두로 이주현·성민정·신경민 기자가 자바로 나섰다. 20년이 넘게 LA에 산 정 부국장을 비롯, 모두 자바 샤핑은 처음이란다. ‘그 넓은 곳 중 어디서 물건을 사야되는 지 몰라서’ ‘자바란 도매만 하는 곳이라 생각해서’ ‘일방통행이 허다하고 복잡한 거리에 주차문제로’ ‘물건이 너무 부실할까봐’ 등등의 이유가 호기심 넘치는 기자들의 자바 샤핑 발목을 붙들어 맸다고 고백한다.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무장한 여기자들이 현찰 100달러씩 들고 나선 자바시장 한나절 샤핑기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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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자바엔 의외로 많은 소매상이 있다. 더욱이 최근 다운타운의 치솟는 렌트비와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밀려오는 중국산 제품들로 원래 도매상 일색이던 ‘진짜’자바는 외곽으로 옮겨가는 추세이고 그 공백을 소매상들이 메우고 있다.
남북으론 올림픽과 피코, 동서로는 로스앤젤레스 스트릿에서 월 스트릿으로 압축되는 이 사각의 공간 안에 소매상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로스앤젤레스 스트릿과 월 스트릿 사이엔 메이플 애비뉴(Maple Ave.)와 센티 스트릿(Santee St.)이 있는데 이곳이 아기자기한 물건들과 최신 유행 아이템, 유명 브랜드 의류를 파는 가게가 밀집해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샤핑하기에 편리하다.
기자들은 일단 센티 스트릿을 중심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올림픽 블러버드 초입에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했는데 처음 입구부터 기대 이상의 휘황찬란(?)한 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어 처음엔 좀 당황했다.
자바라 하면 한국 동대문처럼 디스플레이가 무시된 채 물건들이 산더미처럼 진열돼 있을 풍경을 생각했는데 깨끗한 통유리와 최신 유행 아이템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일단 우리는 올림픽과 센티 블러버드 초입 가방과 핸드백을 파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유행하는 비즈가 촘촘히 박힌 트렌디한 백에서부터 명품 브랜드 최신품을 쏙 빼 닮은 카피캣, 오리엔탈리즘 물결을 타고 인기몰이중인 패브릭에 자수가 놓여진 백 등 최신 유행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가격은 예상보다 셌다.
아마도 거리 초입이라는 지리학적 프리미엄, 깨끗한 매장 유지비가 포함됐는지 50달러가 넘는 핸드백도 허다했다.

◇자바에선 액세서리가 최고

핸드백 가게에서 나온 뒤 4명이 몰려다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정숙희 기자와 이주현 기자, 성민정 기자와 신경민 기자 이렇게 2팀으로 나눠 본격적인 샤핑에 나섰다.
서로 다른 연령대, 서로 다른 샤핑관, 서로 다른 취향을 가진 4명의 여기자들은 그 차이만큼이나 다양한 샤핑 품목들을 구입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바로 액세서리다.
샤핑 중간중간, 샤핑을 마치고 우리들은 하나같이 “다른 건 몰라도 액세서리 하나는 확실히 살만하네”를 외쳤다. 분명 자바에서 도매로 사서 그 4배, 5배에 가격에 팔릴 것이 확실시되는, 잘 만들어진 유행 목걸이며 귀고리 등을 10달러대 안팎으로 구입할 수 있어 우리를 즐겁게 했다.


또 파사미나, 실크 스카프 등도 10~20달러대면 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또한 가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전품목 50% 할인을 외치고 있는 곳도 있어서 잘 돌아보고 가게를 선택하면 그렇지 않아도 싼 가격에 절반 값에 사는 횡재를 누릴 수 있다. 액세서리는 11가 선상 메이플~월 스트릿이 트렌디하면서 아기자기한 제품을 파는 매장이 많다.
◇자바라고 다 싼 건 아니다
5달러짜리 바지, 10달러짜리 트레이닝복 등 상상을 초월하게 싼 가게도 있는 반면 가디건 한벌에 90달러, 스커트 한 장에 50달러가 넘는 고가 의류점도 많다. 특히 피코길 선상 메이플~센티 스트릿 사이에 이런 고가 의류점들이 많은데 이들 중엔 아예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지에서 의류를 수입해 와 파는 곳이 있다. 질 좋은 캐시미어로 만든 스웨터류와 데님류 등이 100달러 안팎에 팔리는데 비슷한 제품이 일반 샤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수백달러에 팔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또한 정 기자와 성 기자가 물건을 구입한 ‘플레어’(Flair) 역시 요즘 유행하는 다양한 패치워크와 자수가 놓여진 고급스런 의류들이 많은데 가격은 대략 50~100달러 선으론 자바치곤 비싼 편이다. 그러나 물건을 구입한 기자들은 디자인과 질 모두에 만족했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기자들, 자바에서 어떤 물건 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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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달러대 액세서리에 모두 만족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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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 중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깜찍한 아이템들을 샤핑해 후배들의 원성과 질시를 한 몸에 안았다. 정 기자는 센티 거리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런 디스플레이어를 자랑하는 ‘플레어’에서 후드 가디건과 플레어 스커트를 샀다. 가격은 각각 45달러와 39달러.
그리고 올 가을 최신 유행 아이템으로 꼽히는 니트 부츠를 가디건과 같은 색인 카멜색으로 매치했다. 가격은 25달러. 저렴하게 샀지만 막상 신고 나서는 발이 불편하다는 호소를 했지만 가격대비 참을 만하다는 것이 정기자의 평.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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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파사미나로 추정되는 스카프를 본 이 기자는 색깔별로 파사미나를 사겠다고 별렀지만 이미 지난 여름부터 동이 난 100% 파사미나는 겨자색 하나만 10달러에 구입했다. 원래 정가는 13달러였지만 거스름돈이 없다는 맘씨 좋은 한인 주인 덕분에 달랑 10달러에 구입하는 행운이 뒤따랐다. 그리고 티벳풍 가방을 10달러에 구입했으며 십자 목걸이는 50% 세일해 8달러에 건졌다. 그리고 여섯살 난 딸을 위해 유럽산 브랜드인 스판 티셔츠와 여름 소매 없는 원피스를, 한창 유행중인 빨간 튜닉을 각각 20달러와 15달러에 구입했다.

◇성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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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충동구매 없이 꼼꼼한 샤핑을 한다는 성 기자는 이날 못 다한 샤핑을 다음날까지 가서 하는 열성을 보였다. 첫날엔 빈티지풍 리바이스 청바지를 30달러, 소매 없는 탱크탑을 12달러, 파사미나를 7달러에 구입했다. 그리고 이 날 구입을 망설였던 올리브색 벨벳 재킷을 다음날 다시 가서 구입했다. ‘플레어’에서 구입한 벨벳 재킷은 43달러. 첫날 봐둔 얇은 레이온 재질로 만든 통 넓은 큐롯 팬츠(5달러)는 다음날 이미 품절사태를 빚어 아쉽게도 구입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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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달랑 목걸이 하나만 샤핑해 와 선배들의 빈축(?)을 샀던 신 기자는 이날 밤 다시 2차 샤핑을 시도, 다음날 알뜰한 샤핑 결과를 보여줬다. 원하는 품목만 알뜰하게 샤핑을 끝낸 신 기자가 구입한 물품들은 가죽 토트백 50달러, 비즈 달린 탱크탑 12달러, 반짝이가 붙은 초컬릿색 탱크탑 14달러에 구입했다. 보기엔 어지러워 눈이 돌아갈 것 같은데 정작 본인은 “목에 걸면 얼마나 패셔너블 한데요”라고 주장하는 플래스틱 목걸이와 심플한 실버 목걸이를 각각 10달러에 손에 넣었다.


◇자바 샤핑 전 알아두면 유용한 팁

①만약 주차가 걱정돼 자바행을 두려워하는 이들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싶다. 소매상들이 몰려 있는 센티 스트릿과 메이플 애비뉴 등엔 한 블럭 당 한 곳 이상의 유료 주차장이 있다. 주차비는 이용시간과 상관없이 5~6달러선.
②자바엔 대부분 세금이 따로 붙질 않는다. 물건값을 물어봐 주인이 이야기하는 가격이 실제 지불 가격이다. 그러나 간혹 세금을 따로 물리는 곳도 있으니 구입 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물건값을 깎는 것에 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자바를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다들 ‘자바에선 깎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기자 4명중 한 명도 물건값을 깎는데 성공하질 못했다.
③자바에서 탈의실을 구비하고 있는 매장은 아주 드물다. 따라서 재킷 정도면 몰라도 옷을 갈아입기가 아주 곤란하다는 점을 미리 알고 가야 한다.
④도매전문 업소들도 토요일엔 대부분 소매판매도 한다. 따라서 정말로 작정하고 샤핑을 할 것이라면 토요일을 이용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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