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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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 수술하던 날 (3)

4시30분이 훌쩍 넘어서야 승욱이가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이 왔다. 회복실에서는 계속해서 승욱이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엄마인 나를 회복실로 내려오라는 연락이 왔다. 인간적인 걱정을 한가득 안고 캐롤씨와 난 회복실로 내려갔다.
간호사가 승욱이가 누워있는 침대로 날 안내해준다. 커튼을 젖히니 승욱이가 머리엔 온통 붕대를 칭칭 감고 힘겹게 누워있다.
“승욱아… 엄마야… 엄마… 눈 좀 떠봐”
승욱이 보곤 눈을 떠보라고 하지만 난 차마 눈을 뜨고 우리 아들을 쳐다볼 수가 없다.
너무 인사불성인 승욱이가 안쓰러워 천장 한번 쳐다보고 승욱이 한번 쳐다보고…
저기 멀리서 이시야마 선생님이 걸어온다. 첫마디가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라고 말했다.
‘아고, 주여…’ 그리곤 대뜸 나보고 비위가 강하냐고 묻는다. 난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런대로…”
이시야마 선생님은 수술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설명을 해줘야한다고 했다. 총 8장의 사진을 내 앞에 내민다.
온통 뻘건(귀 뒷부분을 절개하여 열어놓은 사진) 피투성이 사진이다. 사진에는 와우이식을 시술한 것까지 찍혀 있었다.
이것저것을 설명하면서 어디에 이식을 했는지 사진을 보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리고, 한가지 수술할 때 굉장히 어려운 일이 있었다는 것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너무 생각지도 않은 일이 그곳에선 있었다. 아… 그랬었구나. 하나님이 그곳에서 역사하셨구나.
모든 설명이 끝이 나고 간호사와 소아과 의사는 번갈아 가면서 승욱이를 깨운다. 승욱이는 몸을 뒤척이며 일어나보려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승욱아… 많이 아프지? 우리 애기 너무 고생했다. 너무 수고했어. 이젠 좀 일어나봐. 착하지… 승욱아…” 내 소리를 들은건지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면서 나에게 안기려한다. 승욱이는 여기저기 온몸에 전기선으로 가득이다. 그 몸을 하고 나에게 안기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구… 우리 승욱이… 엄마야 그치, 엄마 알지? 아유…’
안쓰러운 마음에 승욱이를 일으켜 세워 안으니 코에서 피가 흥건히 쏟아진다. 너무 놀란 마음에 간호사를 불렸다.
간호사는 귀와 코가 다 연결이 되어있기에 지금 금방 수술이 끝난 후라 코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간호사는 승욱이를 잠시 옆으로 뉘어 놓으라고 했다.
승욱이를 내려놓으려 하니 승욱이가 나의 목을 꽉 끌어안는다. 내가 또 자기를 버려두고 어디를 가는 줄 알았나보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 여기 있어… 어디 안가”
코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이 상태로는 집에 갈 수가 없는데 어쩌지? ‘주님, 코피 좀 멈추게 해주세요. 승욱이가 너무 안쓰러워요’
승욱이를 차분히 안고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코피가 서서히 멈추는 것 같다. 머리는 붕대로 칭칭 감겨 있고, 귀에는 사발면 뚜껑을 뒤집어 쓰고 있고… 꼭 전쟁터에서 갓 돌아온 ‘이상사’같다.
6시가 다 되어갈 때까지 우린 회복실에서 나오질 못했다. 승욱이가 완전히 회복이 될 때까지 기다리느라고…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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