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기야, 우리 유럽가서 결혼할까

2005-11-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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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웨딩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유혹의 최고점”과 “기회의 최고점”을 결합했기 때문에 유행한다고 말한 결혼. 그 결혼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예식의 절차가 요즘에는 단순한 유혹, 기회 등의 단어들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정교하고, 세련된 풍습이 되어버렸다. 최근 자녀들을 결혼시키는 50-60대 부모들이 머리에 꽃을 꽂고 공원에서, 동네 교회에서, 뒷마당에서 식을 올렸다면, 요즘 결혼하는 커플들은 최고급 호텔, 웨딩채플, 바닷가 리조트, 심지어는 공주와 왕자가 살았던 유럽의 성까지 날아가서 결혼식을 올린다. 웨딩잡지나 연예인 결혼 기사에서 보던 화려한 결혼식을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추세가 돼버린 것이다.


로맨틱한 여행지 찾아 결혼식·신혼여행 하객들과 함께 즐겨


2005년 현재, 미국에서 결혼하는 커플이 예식과 피로연에 쓰는 평균 비용은 2만6,327달러(Fairchild Bridal Group Survey). 할리웃의 영향을 다분히 받는 로스앤젤레스만 따로 조사한다면 틀림없이 3만달러를 훨씬 웃도는 숫자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나 500명의 하객을 불러 대성당에서 식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커플들이 이제는 전형적인 결혼식의 틀에서 벗어나 조금 색다르고, 로맨틱하고, 그러면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데스티내이션 웨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데스티네이션 웨딩이란 로맨틱한 여행지에서 올리는 결혼식이다. 가까이는 샌타바바라, 샌디에고에서부터 북가주의 와인컨트리, 남쪽으로 멕시코, 또는 비용이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경우 캐리비언이나 유럽까지 간다.
주말여행겸 간단한 결혼식을 꿈꾸는 커플들에게 있어서 데스티네이션 웨딩의 매력은 신혼여행을 겸해 여행지에서 식을 올리고 가족과 함께 이틀, 또는 사흘동안 휴가를 즐긴다는 점.
따라서 참석하는 하객의 숫자가 보통 20-30명 이내로 제한되는데, 데스티네이션 웨딩의 일반적인 에티켓은 하객들이 결혼식장까지 가는 비용을 스스로 부담하고, 초대한 커플 측이 하루나 이틀간 여행지에서 묵는 숙박료 및 식대를 계산하는 것. 그래도 워낙 인원이 작기 때문에 Fairchild Bridal Group의 통계에 따르면 일반 예식 및 피로연 보다 비용면에서 41%까지 저렴하다고 하며, 호텔 비용을 모두 포함해도 웬만한 소규모 데스티네이션 웨딩은 3만달러를 넘지 않고 치룰 수 있다고.
베벌리힐스의 위닝(Wynning)이벤트사에서는 지난 여름 캘리포니아의 한 랜치에서 하객 150명이 모인 2박 3일 결혼식을 7만5,000달러에 치렀다는데, 물론 큰 액수지만 인원이 워낙 많은데다 대부분의 하객이 숙박을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하루 저녁 결혼식 및 피로연으로 끝나는 예식에 비해 훌륭한 잔치인 셈이다.
앤드리아 셜 사장은 최근 베벌리힐스에서도 데스티네이션 웨딩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2-3년 이내에 동부나 유럽까지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와이너리나 그리스 바닷가에서도 결혼식과 간단한 케이크 커팅, 혹은 와인 테이스팅을 포함한 패키지가 2,000~3,000달러 선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항공편과 호텔 비용이 저렴한 비수기를 이용하면 비용을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아직까지 데스티네이션 웨딩을 올리는 커플이 전체 결혼의 9%에 불과하지만, 이는 지난 10년간 200% 증가한 숫자이고, 앞으로도 꾸준히 더 늘어날 추세.
특히 관심을 보이는 부류는 작은 예식을 원하는 재혼 커플과 10주년 기념, 혹은 은혼식, 금혼식을 통해 결혼 서약을 다시하고 싶은 부부 커플들이다.
이들이 데스티네이션 웨딩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큰 결혼식을 하기에는 쑥스럽지만 인상적인 예식을 원하기 때문. 또한 많은 사람을 초대하지 않아도 청첩장을 통해 친지들에게 결혼은 알릴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이미 자녀가 있는 커플들은 온가족이 휴가를 떠나듯 완벽한 가족 이벤트로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데스티네이션 웨딩을 찾는다.
물론 모든 데스티네이션 결혼이 소규모인 것은 아니다. 몬테칼로웨딩사에 의하면 유럽에서도 데스티네이션 웨딩이 유행하고 있는데, 대부분 30~40대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돈을 아끼지 않고 최고급을 찾는다는 것.
모나코에서 지난 20년간 웨딩사업을 해온 프랭크 담가르드 사장은 유럽인들의 경우, 기후가 좋지 않은 지역이 많기 때문에 남부 프랑스에 여행을 간다는 생각으로 비용부담을 전혀 꺼리지 않고 결혼식에 참석하며, 식이 끝난 뒤에도 신랑, 신부보다 하객들이 더 오래 휴가를 즐기기도 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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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성당 결혼식. 성당을 빌리는 가격만 1시간당 1,000달러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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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바닷가에서 열린 결혼식. 최근 재혼커플들이 주말여행 겸 결혼식을 올리는 데스티네이션 웨딩이 유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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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바닷가의 데스티내이션 웨딩. 가까운 친구와 가족으로 10명 남짓한 하객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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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바닷가에서 갖는 선셋웨딩도 인기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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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올리는 선셋웨딩은 캘리포니아, 멕시코, 하와이, 유럽 등 각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스티내이션 웨딩 상품이다.


웨딩 플래너 고용하면 수월


장소·예식성향·예산 알려주면
비행기표에서 호텔지정까지 해줘
차편·부케·꽃장식 등 미리 마련

데스티네이션 웨딩 준비 방법

가장 쉬운 방법은 웨딩플래너를 고용하는 일이다. 웬만한 웨딩센터에서는 데스티네이션 웨딩 상품을 이미 취급하거나 새로운 곳을 시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위닝이벤트사와 같은 결혼식 전문 회사를 찾아, 원하는 장소와 예식 성향을 밝히고 예산을 정하면 웨딩플래너가 비행기표에서부터 호텔 지정까지 알아서 해준다.
몬테칼로웨딩사와 같은 현지 이벤트사를 고용하는 방법도 좋다. 커플들 중에는 결혼식 한두달 전, 목적지를 방문해서 웨딩플래너와 미리 만나고 식장, 호텔 등을 사전 점검하는 경우도 있는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메일과 전화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본인이 계획하는 경우, 현지의 웨딩채플이나 호텔에 직접 연락해서 예정을 세우면 된다.
이 때 무조건 패키지 상품이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점을 기억할 것. 패키지를 이용하지 않으면 차편에서부터 신부 부케까지 일일이 본인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패키지 이용시 유의할 점은 전체 가격에 포함된 서비스를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 결혼식 장소 사진 및 피로연 메뉴, 케이크 사진 등을 미리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자동차를 빌릴 때 본인의 차 뿐 아니라 하객들 이동시 이용하는 차량까지도 미리 차종을 정해두는 것이 좋다.
신부의 부케 및 장식용 꽃, 신부 머리 및 화장 등은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호텔에 준비시켜 두도록 한다.
또한, 일반적으로 패키지에는 현지 웨딩코디네이터가 결혼식 당일 따라오게 되어있는데, 전날부터 서비스를 원한다면 미리 비용을 알아보고 요청해야 한다.
끝으로, 현지의 결혼증명서 취득 방법을 미리 조사해서 서류를 준비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도착 즉시 신청해 두어야 한다는 것.
웨딩플래너나 현지 코디가 필요한 서류 및 절차를 미리 알려주겠지만, 나라에 따라 혈액 및 X레이 검사, 영사관 승인서, 재혼인 경우 이혼서류 등을 미리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서 공증을 받아가야 한다. 결혼증명서에 드는 비용은 대략 150-350달러선.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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