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문상 예절

2005-1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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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를 방문해서 인사를 드리고 유족을 위로하는 절차를 ‘조문’(弔問)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죽은 이에게 예를 갖추는 절차를 ‘조상’(弔喪)이라고 합니다. ‘문상’(問喪)은 조문과 조상을 합친 말입니다. 요새는 조문과 문상이라는 말을 같은 뜻으로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의 재래식 풍습으로는 상가에서 시신을 직접 모시고 영좌(靈座)를 준비하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고인이 어디서 임종을 하였거나 시신은 일단 장의사(mortuary)로 옮겨야 되게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관은 장의사에 안치되어 있어도 일단 영좌를 상가에 준비를 합니다. 때문에 이 고장에 사는 우리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문상의 장소를 재빨리 알아서 예를 갖추는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하여야할 것입니다
상가에서 영좌를 가정에 준비하는 경우는 문상해야 할 입장에 있는 이들은 일단 상가를 방문해서 문상을 하는 것이 인사입니다. 상가를 방문하면 우선 상제에게 묵례를 하고 영정(고인의 화상 또는 사진) 앞에 무릎을 꿇고 분향을 합니다.
다음은 영정에게 절을 두 번 하고 한 걸음 물러서서 상제에게 절을 하며 인사말을 합니다. 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바로 이때의 인사말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상제에게 위로의 말을 해 주어야 당연하겠지만, 그 어떠한 말도 상제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더욱 깊은 조의를 표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예만 갖추어도 결례가 되지 않습니다.
조객이 고인과 생시에 대면한 적이 없거나 여자인 경우는 ‘조상’을 생략하고 상제에게만 인사를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관례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례이며 지금도 지켜지는 예법입니다.
상가를 방문해서 특별히 유의하여야 할 점은 고인의 사인이나 경위 등에 관해서 유족에게 상세하게 질문을 한다거나 대화를 나누는 일입니다. 그리고 대화의 음성은 평상시 보다 한 옥타브 낮추고, 웃는 표정을 짓지 않도록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상제에 대한 결례가 되기 쉽습니다.
조위금은 반드시 흰 봉투에 넣어서 전달을 하여야 합니다. 현금이나 수표를 넣는데 백지 단자에 싸서 넣는 것이 인사입니다. 단자에는 부의(賻儀)라던가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등 부의금이라는 표시를 하고 금액과 년 월 일, 보내는 사람의 이름을 적습니다.
금액 앞에는 일금(一金)이라는 말을 붙이고 이름 뒤에는 근상(謹上)이라는 말을 붙입니다. 분향을 하기 전에 영전에 놓습니다. 입구에 방명록을 준비해놓고 접수 담당자가 지키고 있을 때는 방명록에 이름을 기재하고 난 다음 접수인에게 드리면 됩니다. 상가에 영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경우는 장의사에 가서 상제에게 인사를 하고 문상을 합니다. 미국식 장의사에서는 구조적으로도 우리의 재래식 문상예절을 갖출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장의사에서의 문상을 영어로는 ‘뷰잉’(viewing)이라고 합니다. 시신을 입관하고, 관의 윗 부분 반의 뚜껑을 열어놓고 문상객이 시신을 보면서 조상(시신에게 예를 올린다는 뜻)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절은 한번으로 족하며, 뒤에서 기다리는 문상객이 없으면 절을 하고 난 다음 고개를 숙이고 간단히 고인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드리는 것이 인사입니다. 이 절차가 끝나면 역시 상제에게 인사를 드리고 퇴장합니다.
미국서는 장례식 이전에 고별식이라던가 고별미사, 또는 고별예배를 드리기 때문에 상가에 영좌 준비가 안 되어있을 경우는 그러한 행사에서의 ‘뷰잉’이 문상을 대신해 준다고 생각을 해도 될 것입니다.
이 ‘뷰잉’ 예절을 일명 ‘웨이크’(wake)라고도 합니다. 잠에서 깬다는 뜻입니다. Viewing 예절은 여러 사람이 시신을 바라보면 시신이 다시 깨어난다는 옛날 미신에서 온 행사입니다. 그래서 깬다는 뜻인 ‘웨이크’라는 말을 쓰기도 하는 것입니다.

전유경 <‘홈스위트홈 리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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