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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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욱이 수술하던 날 (2)

간호사를 따라 승욱이를 안고 수술실로 향했다. 옆에 캐롤씨도 함께 들어와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가면서 우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꼬불꼬불 이 문을 지나 저 문을 통과하고 마지막으로 마스크와 머리 수건을 쓰고서야 우린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걸어가는 내내 승욱이도 나도 겁에 질린 건 마찬가지였나 보다. 승욱이도 나에게 떨어지지 않으려 전보다 더 꽉 나에게 의지하여 안겨 있었다.
‘승욱아 미안해. 갑자기 여기까지 오니 약간 후회가 된다. 이 모든 것이 엄마의 욕심으로 널 고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미안하고, 걱정되고, 두렵다.
그냥 못하겠다고 돌아나갈까?’라고 생각하는데 수술실 문이 활짝 열린다.
의사들과 간호사들 족히 10명도 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준비해 두고 우릴 기다리고 서 있다. 우리가 들어서니 각자 자리에서 준비를 한다. 승욱이 우선 개스로 마취를 한다고 했다. 나보고 승욱이를 안고 의자에 잠시 앉아 달라고 했다.
마취 개스가 나오는 마스크를 승욱이 코에 대니 승욱인 난리를 피운다. 살아보려고 버둥버둥 머리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나의 목을 힘주어 끌어안는다.
“승욱아, 빨리 하자. 괜찮을 꺼야. 우리 애기 착하지?” 나도 진땀을 흘리고 마취 개스 마스크를 들고 있는 의사도 진땀을 흘린다.
마취 개스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의사는 도저히 안되겠는지 간호사들에게 승욱이 머리를 꽉 붙잡으라고 명령을 한다. ‘아, 승욱아…’
승욱이 코에 강제로 개스가 들어갔나 보다.
나의 목을 꽉 붙잡고 있던 손이 내 가슴 위로 툭하고 떨어진다. 순간 나의 심장과 눈물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아, 주여…’
간호사가 승욱이를 수술용 침대에 가지런히 눕힌다. 축 늘어진 승욱이를 보니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의사들이 지금부터 수술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우리보고 수술환자 대기실에서 이름을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수술 소요시간은 3시간이라고 했다.
승욱이가 버둥거리며 개스를 안 마시려는 동안 개스가 내 코로 들어갔나 보다. 일어서서 나오는데 ‘핑’ 하고 머리가 돌린다.
‘아, 이렇게 독한 거구나. 참 많이 들이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머리가 어지러운데 승욱인 얼마나 힘들까… 아고, 머리야’
승욱이를 그렇게 눕혀두고 나오는데 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대기실로 오는 내내 난 너무 침울했다. ‘하나님, 제발 이게 마지막이 되게 해 주세요 네?’
대기실로 올라와서 우선 채플을 찾아서 엄마와 난 기도를 하고 대기실에서 찬찬히 승욱이의 이름이 불려지길 기다렸다.
그 시간 우리 교회에서는 중보기도 팀과 여러 성도들이 승욱이를 위해 기도를 해주고 있었고, 정말 수많은 분들이 오늘만큼은 승욱이를 위해 작정하고 기도로 협력해 주시고 계셨다.
기다리는 동안 난 교회에서 캠페인중인 ‘목적이 이끄는 삶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수술 예정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마음에 불안과 근심이 밀려왔다.
‘무슨 일이지?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거야?’ 갑자기 난 책을 덮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어디 계세요. 승욱이 수술실에 함께 계시죠? 거기 계시는 거죠? 왜 이리 오래 걸리는 거예요. 가슴이 숯이에요 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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