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털이 뜬다

2005-11-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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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이 뜬다

할리웃에 위치한 크리스털 액세서리 전문점 스타렛에서 홍제호(오른쪽)씨와 한혜영씨가 맞춤 제작된 액세서리를 구경하고 있다.

값싼 실용품에서 고가 예술품까지 용도 갈수록 늘어

오색의 광채, 맑고 투명한 ‘천의 얼굴’

늦가을 쇼윈도는 온통 크리스털이다. 스웨터 한쪽에 가지런히 붙어 있는 ‘애교형’ 크리스털에서부터 코트나 긴 가디건에 단추대신 쓰인 크리스털, 벨벳 슈즈 앞 코나 부츠 옆선에 이르기까지 패션 곳곳에 크리스털의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물론 크리스털의 고전인 목걸이며, 반지, 귀고리 등과 같은 액세서리 코너에 가보면 ‘크리스털 물결’이라는 표현이 그리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언뜻 유리처럼 보이지만 빛에 반사돼 영롱한 빛을 내는 크리스털은 최근 빈티지 로맨틱 룩과 맞물려 그 유래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크리스털 매니아들은 크리스털이 갖고 있는 ‘천의 얼굴’에 열광한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화려하고, 투명한 듯 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화사한 크리스털은 덕분에 캐주얼 의상은 물론 파티 드레스와 함께 입어도 그 빛을 발한다. 이처럼 크리스털은 실용적인 면에서 있어서도 동급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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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공예에 흠뻑 빠져 있다는 홍제호씨가 매장에서 맞춤 제작된 목걸이를 목에 대보고 있다. 목에 걸린 비취빛 목걸이는 홍씨가 직접 제작한 것.

■생활 곳곳 크리스털 열풍

빅토리아풍 목 높은 블라우스에 한 자락 드리워진 긴 크리스털 목걸이, 히피풍으로 길게 늘어뜨린 흑단 같은 머리카락 사이 귀밑으로 찰랑거리는 연녹색 크리스털 귀고리(여기에 크리스털 헤어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작은 물방울 같은 다양한 색상의 크리스털이 서로 얽혀있는 반지 등등 최근 유행 패션에 크리스털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더욱이 날씨가 쌀쌀해져 스웨터와 가디건을 입을 일이 부쩍 늘면서 이 크리스털 액세서리의 요긴함은 더욱 빛을 발한다.
캐시미어에 늘어뜨린 크리스털 목걸이는 이제 한 세트처럼 인식될 만큼 유행의 최선두에 서있다.
이뿐만 아니다. 최근 젊은 층에는 셀폰 만큼이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셀폰 줄에도 크리스털 장식이 대세이며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주부들의 ‘위시 리스트’(wish list)에는 크리스털로 장식된 샹들리에와 크리스털 커튼, 램프, 쿠션 등이 포함돼 있을 만큼 크리스털의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액세서리 등 맞춤 제작도

크리스털 액세서리가 유행하면서 기성제품만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멋쟁이들을 중심으로 맞춤제작을 하거나 아예 자신이 직접 액세서리를 만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1년 전 할리웃에 크리스털 액세서리 맞춤 전문점 ‘스탈렛’(Starlet)을 오픈한 추윤미(34)씨는 “패션잡지나 할리웃 스타들이 착용한 사진을 들고 와 그대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많다”며 “디자인을 그려와 주문하는 고객도 있는 등 맞춤주문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아예 파티 드레스나 옷을 들고 와 여기에 맞는 액세서리를 만들어달라는 고객도 있을뿐더러 요즘은 입소문을 타고 미상류층 주부들의 티파티 때도 초청 받아 액세서리를 판매할 만큼 맞춤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


추씨처럼 매장을 오픈하진 않았지만 손재주가 좋은 개인이 알음알음 입소문으로 액세서리를 만들다가 아예 부업이 된 경우도 있다.
몇년 전부터 크리스털 매력에 푹 빠져 액세서리를 만들기 시작한 고혜란(미션비에호 거주)씨는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크리스털 액세서리 제작에 뛰어들었다.
고씨는 “워낙 크리스털을 좋아해 내가 하고 다니려고 만들던 것이 부업이 됐다”며 “친구들로부터 한 두개씩 주문 받아 만들던 것이 요즘은 일주일에 3~4건까지 늘어나는 등 한인들 사이에 크리스털 인기가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맞춤제작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직접 팔 걷어붙이고 크리스털 액세서리를 만드는 솜씨 좋은 주부들도 늘고 있다.
크리스털 액세서리 매니아인 홍제호(36)씨는 “맞춤 제작의 가장 큰 장점은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목걸이나 귀고리를 갖게 되는 것”이라며 “맞춤제작을 의뢰하다보니 노하우가 생겨 이제는 직접 한 두개씩 만들어 보는데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털로 집안 분위기 바꾸기


초보자라면 선물 포장용 테입에 하트 모양 크리스털을 붙이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사각의 액자나 보석함에도 크리스털을 단순히 붙이는 것만 해도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서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다면 실내용 슬리퍼에 크리스털로 꽃 장식을 만들어 달아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또 투명 유리병 위에 알록달록한 크리스털을 붙이거나, 실크 쿠션에 스팽글을 매다는 등 보다 입체적인 크리스털 공예에 도전해볼 수 있다. 크리스털 다루기가 익숙해졌다면 문이나 창문에 늘어뜨리는 발, 실내에 화사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스탠드나 샹들리에도 크리스털로 장식할 수 있는데 이는 난이도가 높아 전문 웹사이트나 서적에서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글 이주현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
  
<내 손으로 만드는 크리스털 액세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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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렛 추윤미 사장이 다양한 크리스털들을 이용해 목걸이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크리스털 목걸이나 귀고리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백화점에서 구입하거나 브랜드 네임이 붙은 것이면 그게 실상 ‘메이드 인 차이나’라 할지라도 100달러가 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직접 손으로 만들면 소매가의 4분의1이면 되는 데다 만드는 즐거움까지 누릴 수 있어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핸드 메이드 크리스털이 인기를 끌자 최근엔 크리스털과 공예도구, 부속품들을 취급하는 전문 웹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야후나 구글 등에서 ‘비즈’(beads)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수백개의 웹사이트가 검색된다. 이들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크리스털 제품으로는 최고로 치는 오스트레일리아산 스와로브스키(Swarovski) 크리스털에서부터 다양한 비즈와 도구 등을 판매하며 간단한 디자인 도안은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많다.
또 요즘은 동네마다 비즈 전문 스토어들도 많아 직접 방문해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크리스털 가격은 원산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스와로브스키의 경우 개당 30센트~1달러면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목걸이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체인은 피트당 구입할 수 있는데 요즘 가장 많이 쓰이는 실버체인의 경우 피트당 4~5달러선. 만약 크리스털만으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게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이 들면 큰 알(tear drop)로 장식하면 보다 색다른 멋을 낼 수 있는데 이는 개당 3~20달러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크리스털 액세서리 만들 때 알아두면 좋아요>
▶공예 클래스 수강하기: 추윤미 사장은 제대로 크리스털 공예를 배우기 위해선 동네 비즈 스토어에서 운영하는 클래스를 듣는 게 가장 좋다고 말한다. 만약 이런 전문점을 찾기 어렵다면 조앤(Joann)이나 마이클스(Michaels) 등과 같은 아트 앤드 크래프트 스토어에서도 크리스털 공예 클래스를 수강할 수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적극 이용: 미국 웹사이트는 물론 한국 웹사이트에서도 크리스털 공예를 위한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추 사장이 추천한 웹사이트는 selfart.co.kr로 이 곳에 가면 제작 방법은 물론 동영상까지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어 초보자들에게 좋다.
▶잡지와 윈도 샤핑을 통해 감각 익히기: 다양한 패션 매거진과 액세서리 매장에 들러 디자인 감각을 익히는 것도 한 단계 높은 디자인을 하는데는 필수. 아무리 손재주가 좋다고 하더라도 디자인 감각이 없으면 맘에 드는 작품을 만들 수 없다. 그리고 실수를 많이 하면서도 자꾸 만들다보면 디자인에 대한 감각도 익힐 수 있다고 추 사장은 귀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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