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Quick, not Hurry

2005-11-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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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교환을 이용, 매입할 건물을 찾던 한 바이어의 이야기다.
45일내 구입 건물의 후보를 등록해야 했던 그는 마감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초조해졌다. 그에게 모 샤핑센터의 리스팅을 보냈더니 즉시 오퍼를 넣자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는 그 건물을 보지도 않은 상태다. 나중에 보겠다는 그에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직접 꼼꼼히 살피고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하루 빨리 오퍼를 넣자던 그는 건물을 살펴본 후 오퍼를 넣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몇 백만달러의 투자 대상을 보지도 않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결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그가 오퍼를 낸 후 또 취소했더라면 그를 포함해 에이전트와 랜드로드 등 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여러 사람에게 우리는 경솔한 사람으로 비춰졌을 것이다.
‘서두르면 실수를 하게 된다.’ 명언 중 명언이다. 내게 운전을 가르쳐 주신 분은 서두르는 나를 보고 “서두르지 마세요, 다음 신호등에 가면 다 만날걸요.”라고 했다. 평범한 말일 수도 있지만 평생 교훈이 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정석을 밟아가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부동산에 있어 너무 서두르면 안 되지만, 타이밍은 중요하다. 특히 요즘 같이 매물이 부족한 때에는 신속한 행동과 결정이 요구된다. 한 회사가 몇 달 동안 원하는 조건의 창고를 찾고 있었다. 오랜 기간 그들이 원하는 조건에 비슷한 건물도 보지 못했다.
3개월 만에 적합한 건물이 나와서 일단 가서 보라고 하였다. 브로셔에는 에어컨디션이 없는 것으로 나와 있는 것을 보고 주저했다. 그 정도 크기의 건물에 에어컨디션이 없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만일 없다면 매매 가격을 깎아 설치하면 되니 일단 가서 보라고 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그가 가서 보고 마음에 들어 했을 때, 그 건물은 이미 에스크로에 들어간 상태였다. 만일 내가 가라고 할 때 가보았다면 그 회사가 그 건물을 구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어에 ‘Quick, not Hurry’ 라는 말도 있다. 민첩하지만 서두르지는 말라는 말이다. 신속하고 신중한 것 처럼 좋은 일 처리 능력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바쁘다고 항상 광고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일의 우선권이 없거나, 집무에 대한 정리 능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맡을 수 있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은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나 바쁜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나의 업무를 도와주는 머나라는 스탭이 있다. 자그마하고 조용해서 눈여겨 찾아보지 않으면 그녀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많은 업무가 있는데도 항상 자세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서두르는 법이 없다.
나와 일한 첫날 8장이나 되는 샤핑센터 리스 계약서를 타입해 달라고 부탁했다. 반나절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1시간이 채 안되기 전에, 거의 완벽하게 타입된 계약서가 내 책상에서 검토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화하고 있는 동안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책상 위에 조용히 가져다 놓는 배려함도 서려있었다. 그녀에게는 잔잔한 평온함이 있다.
그 평온함은 일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급히 처리하는 일이 있어도 그녀와 얘기를 하면 마음이 차분해 진다. 그녀가 시간 안에 정확히 일을 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 태도가 우리가 찾는 프로페셔널 정신이 아닌가 한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213)534-3243
www.charlesdun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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