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니스커트에 어그 부츠를 신자

2005-10-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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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패션에 꽤 일가견이 있다는 이들은 쉽게 ‘이건 개나 소나 다 입고 다녀, 이 옷은 안 살래’라거나 혹은 ‘저 패션, 요즘 완전 유니폼 아니니, 남들 다 입고 다니는 건 창피해’라고 내뱉는다.
눈에 불을 켜고 골랐던 유행 셔츠를 슬그머니 내려놓게 만드는 이 말을 한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본 적도 있지만, 패션의 역사가 곰곰이 따지고 보면 ‘반항의 역사’였음을 감안한다면 어떠한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스타일리스트가 아닐까 싶다.
더욱이 요즘은 ‘믹스 앤드 매치’니 빈티지 패션이니 해서 어떠한 규정이나 유행 아이템이 따로 없이 순전히 개인의 패션감각과 센스에 의지하는 처지다보니 사실 유행 아이템을 산더미처럼 사놨다고 해도 제대로 매치하지 못하면 완전히 구닥다리 취급받기 일쑤다.
그래서, 그 덕분에 올 가을/겨울 머스트 해브 아이템은 열 손가락에 꼽고도 모자랄 만큼 넘쳐나지만 올 가을엔 좀 파격적이 돼보면 어떨까.
그리하여 미니스커트다.
그리고 거기다 핑크빛 혹은 브라운색 어그(ugg) 부츠를 매치시켜 고 목에는 올 여름 전세계를 강타했던 폭 좁고 긴 새퀸 스카프(saquin scarf·일명 반짝이들이 쫙 붙어있는 스카프) 한자락을 목에 날렵하게 감아보자.
불혹의 나이를 넘어섰다고 몸 사릴 필요는 없다.
미니스커트는 더 이상 젊고 날씬한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1965년 영국의 디자이너 메리 퀀트가 ‘엄마처럼 입기 싫다’며 만든 미니스커트는 기성 세대에 도전하는 청년 정신의 산물이었는지는 몰라도, 실제로는 모델 트위기처럼 깡마른 몸매의 젊은 여자들을 돋보이게 하는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마치 ‘뚱뚱하고 다리가 굵은 여자들이 미니스커트 입는 게 유행인가?’ 싶을 정도로 다양한 연령과 몸매의 여성들이 입고 거리를 활보한다(얼마나 위안이 되는 대목인가).
만약 어그 부츠가 그래도 나이로 인해 좀 부담스럽다면 올가을 패션의 초절정이라 할만한 스웨이드 주름 부츠를 살짝 걸쳐줘도 되 겠다.
이렇게 입고 직장에, 혹은 주일예배에 참석할 순 없겠지만 가까운 가족나들이 혹은 친구들과의 샤핑 길에는 모델처럼 거리를 활보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잘 차려 입은 패션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자기위안과 자기만족이 아니겠는가.
세상 대부분의 남성들과 남편들은 절대로(정말 절대로) 이해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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