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메트로열차 출근

2005-10-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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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같은 회사의 뉴포트비치 오피스에서 LA 다운타운 오피스로 옮겼다. 오렌지카운티 집에서 6가와 플라워의 다운타운 오피스까지 출퇴근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였다. 나는 프리웨이에서 몇 시간을 보내기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LA까지 기차로 출퇴근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내 인생에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인 것 같다.
열차 통근의 이점은 첫째 시간절약이다. 터스틴 역에서 LA 유니언 스테이션까지 1시간 남짓 걸린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피스까지 오는 시간은 넉넉잡아 30여분. 기차로 출근하는 1시간 반은 러시아워에 차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짧다. 더욱 좋은 것이 기차 승차권을 구입하면 그 티켓으로 시내 구간의 지하철을 아무런 추가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둘째 출퇴근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 열차 안에서의 한 시간은 오후 서너 시간의 가치와 맞먹는다. 머리가 맑은 아침에 하루의 계획과 중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오피스에서처럼 동료들이 불쑥불쑥 노크하는 일도 없고, 집에서처럼 아이들이 뛰어 놀지 않으니 그야말로 업무 처리에는 최적이다.
일을 하다 잠시 피곤하면 살짝 졸기도 하고 피로하면 옆에 있는 차창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전경을 보며 머리를 식히고는 한다. 열차 중간 중간에 테이블이 있어서 컴퓨터로 작업을 하거나 노트로 필기할 수 있다. 지금 이 칼럼도 열차 안에서 쓰고 있다. 열차에서 작업을 하면 운전을 하며 낭비할 수 있는 시간을 활용한다는 뿌듯함이 있다.
한 친구는 열차에서 작업하는 것을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라고 했다. 목적지로 가는 것과 자신의 업무를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이 시간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다. 열차에서 만난 한 친구는 가끔은 자신의 일을 마치기 위해서 열차에 더 머문다고 했다. 나 자신도 주말에 열차에서 조용한 가운데 다음 한 주를 계획하기도 한다.
셋째는 편리함이다. 오션사이드에서 출발하는 오렌지카운티 노선은 마지막 종착지가 LA 유니언스테이션이며 이곳에서 밸리 등으로 가는 메트로 열차 또는 샌타바바라까지 가는 앰트랙 기차로 바꿔 탈 수 있다. 아침에는 새벽 4시30분부터 아침 8시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오후에는 3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열차가 있다.
이 메트로는 주중에만 운영하지만 한달 승차권을 구입하면 주중에는 메트로 열차 사이에 운행하는 앰트랙 기차와 주말에도 같은 구간을 운행하는 앰트랙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각 역마다 주차장이 설치되어 있어서 많은 승객들이 자신의 차를 몰고 와서 그 곳에 세우고 출근을 하였다가 퇴근길에 역에 내려서 차를 몰고 집에 귀가를 한다.
마지막으로 삶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하루는 아침 일찍 있는 미팅을 준비하기 위해서 새벽 5시39분 열차에 올랐다. 가장 한산할 것으로 생각했던 열차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6시40분 도착한 유니언 스테이션은 어느 때보다 붐볐다. 그 곳에서 여러 도시로 향하는 지하철역도 마찬가지였다.
새벽에 이 곳에 서서 삶의 뜨거운 현장을 목격한다. 아무리 삶이 우리를 지치게 하고, 인생이 건조하게 느껴질지라도 새벽에 삶을 향해 달려가는 이 곳의 열기를 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교통체증이 심해지면서 지난주에 언급한 도심의 주상복합 건물들과 이 열차 통근은 더 활성화 될 것이다.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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