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거 토마토 맞아요?”

2005-10-1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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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륨 토마토(Heirloom Tomato)

각각의 토마토에서 씨를 받아 보전되어온 것이어야 하고
토마토씨는 적어도 50년 이상 지나도 씨가 살아있어야 하며
각각의 씨는 나름의 역사와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노란색, 레몬같은 상큼한 맛
붉은빛에서 검은 빛깔 달콤
그린색, 레몬과 라임 섞은 맛
노란색과 주홍빛 맛 아주 진해


프랑스인들이 예로부터 토마토를 ‘러브애플’이라고 이름하는 것만 보아도 토마토는 자연이 만들어낸 달콤한 소산물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보전되어온 토마토가 바로 에일륨 토마토(Heirloom Tomato).
에일륨 토마토가 무엇일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3가지 조건이 있는데, 첫째 각각의 토마토에서 씨를 받아 보전되어온 것이어야 하고, 둘째 토마토씨는 적어도 50년 이상 지나도 씨가 살아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각의 씨는 나름의 역사와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에일륨 토마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토마토는 농장서 마켓에 이르기까지 수일간의 유통과정을 거쳐도 싱싱해 보일 만큼 종자개량의 수십 단계를 거쳐온 일반 토마토들이다.
이 종류들은 부드럽고 껍질이 얇고 갓 태어난 아기들처럼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에일륨 토마토와는 달리 오래 놓아두어도 잘 상하지 않도록 종자개량된 보통 토마토이다.
물론 이러한 보통 토마토도 우리 몸에 너무나 좋은 영양가를 지니고 있지만, 에일륨 토마토는 이러한 인간편의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도록 농부들에 의해 수십 년 혹은 수세기 동안 같은 종자로 보전되어온 자연 그대로의 토마토이다.
그렇기에 신맛은 적으면서도 각각의 토마토에 이름이 있고, 스토리가 있고, 각기 다른 맛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레몬같은 상큼한 맛의 토마토를 맛보고 싶다면 노란 빛깔이 나는 ‘탠저린 에일륨’(Tangerine Heirloom)을 맛보면 된다. 그리고 붉은빛에서 거의 검은 빛깔까지도 도는 ‘블랙 크림슨’은 달콤하면서도 맛이 아주 좋다.
우리 눈에 덜 익은 것처럼 보이는 연두빛깔이 나는 것은 ‘그린 제브라’라고 하는데 아무리 익어도 그린색이 붉은 색으로 변하지 않지만 특이하게 레몬과 라임맛이 섞인 듯한 향이 나는 에일륨이다. 보라빛깔 나는 ‘체로키 퍼플’은 가장 흔하게 ‘에일륨 토마토’로 알려져 있는 종류이다. 너무나 예쁜 노란색과 주홍빛이 오묘하게 섞여있는 ‘마블 스트라이브’는 맛이 아주 진하면서도 고급스런 향미를 지니고 있다. 여러가지 요리에 아름다운 색을 더하려면 마블 스트라이프를 고르면 된다.
토마토면 토마토지 왜 이리 복잡하게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야단스런 토마토를 골라야 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에게 반드시 에일륨 토마토 맛을 볼 것을 강권한다. 물론 이렇게 역사적인 토마토가 아무 마켓에서나 즐비하게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역사를 증명하기도 하듯 가격도 물론 만만하지가 않다.
또한 4계절 내내 어디서나 구입할 수 있는 토마토와는 달리 아무때나 구입할 수도 없다. 이르게는 3월부터 추워지기 전까지 파머스 마켓에서 에일륨 토마토만 취급하는 상인들에게서 구입 할 수 있다.
찬바람이 나기 전에 서둘러 파머스 마켓에 들러 색깔별로 구입하여 맛을 보는 것은 어떨까. 일반 마켓에서는 홀푸즈 마켓(Whole Food Market)과 트레이더스 조(Trader’s Joe)에서 파운드당 3달러 정도의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봄이 되면 고급음식과 오개닉을 내세우는 레스토랑에서는 누가 먼저 선보이나 내기라도 하듯 ‘에일륨 토마토 샐러드’ 요리를 메뉴에 올려놓는다. 어느 곳이 특별히 맛있다고 손꼽을 수 없을 정도로 이 메뉴를 고르는 이들은 실패할 확률이 거의 없이, 자연이 주는 가장 달콤한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
셰프의 솜씨가 뛰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원래 재료가 좋기 때문에 가정에서도 손쉽게 아름다우면서도 고급레스토랑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는 에일륨 토마토 요리를 만들 수 있다. 토마토를 싫어하는 사람도 “이거 토마토 맞아?” 하며 환성을 지를만한 아주 간단한 샐러드 레서피를 소개한다.
한편 일반 가정에서도 에일륨 토마토 농장에서 토마토 씨를 색깔과 맛에 따라 구할 수 있다. (www.burpie.com, www. heirloomtomatoes.bizland.com. www.toamtofest.com, www. targ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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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 마켓에 가야 살 수 있는 에일륨 토마토.


■ 에일륨 토마토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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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에일륨 토마토 색깔별로 한 개씩, 아시안 배 한개, 무순, 발사믹 비니거 1큰술, 올리브오일 두큰술, 소금, 후추 약간, 베이즐(basil leaf) 한장.
▲만드는 법; 토마토와 배를 한 입 크기로 어슷하게 썰어둔다. 발사믹 비니거와 올리브오일, 소금 약간과 후추 조금을 병에 넣고 먹기 직전에 흔들어 섞은 후 샐러드에 뿌려주면 된다.
▲접시에 담기; 무순을 밑에 가지런히 깔아준 후 색깔이 다양하게 보이도록 토마토와 배를 놓는다. 그리고 손으로 작게 자른 베이즐을 뿌려주어 향미를 더한다. 아주 적은 양의 코셔 소금을 토마토 위에 조금 뿌리면 토마토의 맛이 더욱 살아난다.

<정은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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