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0-15 (토)
크게 작게
수술을 기다리며(3)-그녀를 좋아하는 이유

모든 검사지를 UCLA로 보냈다. 보낸 검사지에 이상이 있으면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별다른 연락이 없는걸 보니 제 날짜에 수술을 할 수 있나보다. 휴~
난 수술날 함께 할 나의 통역사 ‘캐롤’씨가 일하고 있는 단체에 전화를 걸었다. 우린 전부터 약속을 해두었기에 아무 문제없이 연결이 되었다. 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캐롤씨! 승욱이 엄마예요. 수술날 함께 해주신다고 해서 너무 감사해요.”
“ 아, 드디어 수술을 하는군요. 너무 다행이에요, 승욱이 어머니, 그 자리에 절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캐롤씨! 저 아무도 승욱이 수술날 안 부른 거 알죠? 캐롤씨만 부른 거 알죠?”
그녀는 웃으면서 “ 네, 알아요. 그날 우리 늦지 않게 병원에서 만나요”
캐롤… 오늘 난 그녀와의 축복된 만남을 여기 쓰고 싶다. 첫 만남은 잔 트레이시 클리닉에서이다. 나의 첫 통역사가 영 신통치 않아서 슬슬 화가 나려던 참에 캐롤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잔 트레이시 클리닉의 모임의 첫 시간은 언제나 청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을 받는다.
캐롤씨와 함께 하면 겁날게 없는 것이 언제나 날 대신해서 자신 있게 질문을 해주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우렁찬지… 언제나 나보다 먼저 그 곳에 와서 기다려주고, 나에게 끊임없이 설명을 해주고, 정확하게 통역을 해주려고 노력하고,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한번도 거르지 않고 나와 함께 해주었다.
나와 동갑내기인 그녀… 참, 한 여자는 승욱이 엄마로, 또 한 여자는 그 여자의 통역사로… 우린 그렇게 만났지만 점점 만날수록 좋은 친구가 되어갔다. 그녀는 나를 만날수록 승욱이를 알게 되었고, 승욱이에 대한 많은 것을 도와주고 싶어했다. 참 많은 시간을 승욱이 수술을 위해 기다릴 때 그녀도 함께 속상해하며 수술을 기다려준 사람중의 한사람이다.
난 그녀에게 승욱이 수술 날 꼭 와달라고 부탁을 먼저 했지만 그녀 역시 그날 자신이 와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는 성격이 좋아서, 실력이 뛰어나서, 약속을 잘 지켜서, 가슴이 따뜻해서이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프로정신인 것 같다.
그녀는 나를 위해 통역해 줄 때 한번도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실어서 전달한 적이 없다. 언제나 담담하게 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슬픈 내용이어도, 화가 나는 내용이어도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고 차분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또 나에게 전달해 주었다.
내가 슬퍼할 때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아 주었고, 내가 기뻐할 때 흐뭇한 미소를 보여주었고, 내가 이야기할 때는 끝까지 귀를 기울여주었다. 자신의 하는 일에 정말 큰 보람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자신감과 겸손함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난 참 좋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단체는 비영리단체이다. 처음 그 단체는 에이즈 퇴치를 위해 도움을 주는 단체였는데 에이즈퇴치 홍보를 하려고 보니 영어를 못하는 소수민족이 많았고, 그래서 각 나라의 통역사를 두게 되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에이즈 환자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다른 일반환자들 역시 통역사가 필요한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일반병원 통역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것이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병원에서 영어를 못하면 병원자체 내에서 환자에게 통역사를 준비해 주거나 환자가 통역사를 데리고 오면 통역사비를 지불해 주는 것이 법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 법을 모르거나 아님 이런 단체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 여기 그 단체의 정보를 남겨두고 싶다.
단체이름: PALA for Health (웹사이트 palsforhealth.org)
전화 번호: LA 사무실 (213)553-1818/ 가든그로브 (714)530-1750
미국 병원에 갈 때 2~3주 전에 전화만 걸면 무료로 통역사를 연결해 준다. 나 역시도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몰랐기에 언제나 병원에 혼자 가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고, 3자 통화로 겨우 통역 서비스를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체를 이용해 좋은 서비스를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하여간 그녀의 만남이 현재까지 계속 쭉~~ 되고 있다. 그녀가 말하길 이렇게 오래도록 연결이 되어서 통역을 해준 가정이 우리밖에 없다고 한다. 그녀와의 특별한 만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 민 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