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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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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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왕-카 와이가 만든 숨막히도록 로맨틱하고 눈이 멀 정도로 영상미가 화려한 못 이룰 사랑의 영화로 그의 ‘사랑하고픈 기분이지요’의 속편. 주인공 토니 륭이 펄프 소설작가와 남창 노릇을 동시에 하면서 4명의 여자와 관계를 맺는 내용으로 미래인 2046년에서 시작해 과거인 1966년으로 돌아가면서 토니 륭의 4명의 여자가 차례로 1966~69년 사이의 12월24일에 소개된다.
과거에로의 회귀의 불가능에 관한 로맨틱 엘레지로 사랑하는 남녀들이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함께 섞였다 풀어졌다 하느라 속병을 앓는 모습이 나른하게 자극적이다. 공리, 지이 장 공연.(사진)
왕-카 와이와 스티븐 소더버그 및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등 3인 감독의 3편의 짧은 사랑의 이야기. 14~15일 뉴베벌리 시네마(323-938-4038) 동시상영.


‘9개의 삶’(Nine Lives)★★★


여자들이 중심 역할을 하는 관계의 드라마. 단편 모음집 스타일로 연기파들이 대거 출연한다. 매우 부드럽고 감수성과 정감을 지닌 인물탐구 영화다. 매편이 10~14분씩 카메라의 중단 없는 촬영으로 진행되는 영화는 주인공들의 시간의 성질에 관한 질문이기도 하다.
과거에 겪었던 어두운 경험을 놓고 아버지와 대결하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딸, 휠체어에 의지하는 아버지를 위해 개인적 희생을 하는 10대의 딸 등의 얘기. 9편의 얘기 중 가장 감동적인 것은 만삭인 여인(로빈 라이트 펜)이 수퍼마켓에서 오래간만에 만난 옛 애인과의 에피소드로 가슴이 찡해진다. 또 딸의 면회를 기다리는 여죄수와 과감히 수술을 받는 암환자(캐시 베이커) 및 전 남편을 다시 사랑하게 되는 여자 그리고 어린 딸을 가족묘지에 데리고 온 어머니(글렌 클로스)의 얘기 등이 아름답게 묘사된다. 성인용. 일부 지역.


‘욕망의 날개’(Wings of Desire)

독일 감독 빔 벤더스의 심오하게 아름다운 삶에 관한 시적 명상으로 인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라는 명제를 탐구한 뛰어난 작품이다. 1987년작. 컬러와 흑백을 혼용한 촬영도 아름답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 영감을 받은 영화로 두 남자 천사가 하늘에서 인간을 내려다 보다가 베를린으로 내려와 도대체 인간이 되면 어떨까 하고 심사숙고한다.
둘 중 한 천사(브루노 간츠)는 황홀하게 아름다운 곡마단 공중곡예사 마리온(솔베이그 돔마르틴이 정말 곱다)을 보고 사랑에 빠져 속병을 앓는다. 피터 포크가 철학적인 영화와 TV 배우로 나와 천사의 존재를 자기 주변에서 느낀다.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 서정적 영화로 영화상영 후 포크와 벤더스가 관객과 대화한다. 15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설리반의 여행’
(Sullivan’s Travels)

위트 있고 지적이며 예지와 삶의 철학이 담긴 최고급 코미디로 재미 만점.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의 1941년작 흑백. 성공한 할리웃의 감독(조엘 매크리)이 가벼운 오락영화 만드는데 넌덜머리를 내고 심각한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는 영화를 만들기 전에 자료를 모으고 실제 바닥 인간들의 삶을 경험해 본다고 달랑 10센트만 들고 여행을 떠나면서 여태껏 몰랐던 진짜 세상을 경험한다. 슬랩스틱과 비감을 절묘하게 섞은 걸작 풍자영화로 베로니카 레이크 공연.
목장주인 아버지와 대결하는 딸의 웨스턴. 조엘 매크리와 베로니카 레이크 공연. 15일 하오 7시30분 카운티 뮤지엄 빙극장(5905 윌셔) 동시상영.


‘nbt’★★½

제목은 ‘절대로 녹여지지 않은’(never been thawed)이라는 뜻으로 이 어중간한 의사 기록영화는 냉동음식 수집에 열을 올리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얘기를 얼기설기 엮은 풍자영화다. 그러나 얘기가 단편적이고 내용이 특히 흥미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독특한 소재를 보면서 가끔 웃는 정도의 재미.
기독교 펑크로커들과 낙태반대자들에게만 서비스하는 ‘노 초이스 카페’ 그리고 결혼 전 순결을 강조하는 혼기 지난 너드 스타일의 여자 등 온갖 모양의 냉동음식 수집가들의 얘기를 느슨하게 모아 놓았다. 특별히 날카로운 위트나 배꼽 빠지는 농담이 있는 것은 아닌 심각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우습지도 않은 영화다. 배우들도 전부 아마추어들이어서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한다. 20일까지 뉴아트(310-281-8223)



‘순진한 목소리’(Innocent Voices)★★★

1980년대 엘살바도르의 정부군과 반군간의 내전의 와중에서 성장하는 11세난 소년 차바의 참담한 이야기다. 진지하고 감정적으로 만들었으나 너무 감상적인 멜로 드라마로 끝나 아쉽다. 직접적인 현실감이나 절박한 사실감을 느낀다기보다 고난을 극복하는 승리담 식의 상투적인 것으로 만들어 피상적으로 느껴진다.
달동네에서 재봉사인 어머니와 누이동생과 함께 사는 차바의 학교에서의 순진한 생활과 밤이면 내전의 충격을 피해 침대 밑으로 숨어야 하는 각박한 현실이 교차 묘사된다.
그리고 12세가 되면 군에 징집되는 차바와 그의 가족이 이를 피하려고 벌이는 정부군과의 숨바꼭질 등이 전쟁 속의 소년의 절박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R.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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