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모델링 나를 위해 또 그들을 위해

2005-10-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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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나를 위해 또 그들을 위해

리모델링 열기가 뜨겁다. 부엌 리모델링에 있어 카운터탑 교체와 아일랜드 가설, 스테인레스 가전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집 가진 사람들은 다들 리모델링을 한다고 야단이다. 그 열기는 이미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왜 이렇게 리모델링에 열을 올릴까. 그들은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한다. 주택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전국의 수백만 주택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가장 큰 ‘투자’를 지키기 위해 라미네이트 카운터 탑을 값비싼 화강암(granite)으로 바꾸고 배스룸을 스파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등 경쟁적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뜨거운 주택 경기 호응한 리모델링 열기
신식으로 고친 집 아니면 바이어들 외면
부엌 및 외벽·화장실 업그레이드 인기

미전국 주택 소유주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된 한 조사에 의하면 리모델링의 대부분 이유는 자신의 주택 가치를 보존 증가시키기 위해서다. 업그레이드된 멋진 집에서 거주하겠다는 목적보다는 투자가치 보존과 판매 때 이익이 더 우선적인 목표인 셈이다.
신식으로 업그레이드된 집이라야 잘 팔린다는 것이다. “자신이 집을 업그레이드할 시간과 의사가 없는 바이어들 중에는 업그레이드된 집에는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고자 한다”고 한 에이전트는 설명한다.
집을 리모델링 할 경우 겪어야 할 불편과 고생, 그리고 시간과 노력을 감안하면 단순히 더 멋진 집에서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는 요즘의 리모델링 열기의 근원을 설명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경우 투자 보존 및 판매 이익을 고려한다.
미시간주의 트리쉬 하들리. 그는 개수해 판매하기 적당한 허름한 집(fixer-upper)을 사서 거의 2년에 걸쳐 지붕도 새로 얹고 덱, 포치, 플러밍, 페인트, 플로어, 도어, 부엌, 조경, 드리이브웨이를 업그레이드했다. TV서 ‘트레이딩 스페이스’ 등 인기리에 방영된 주택 리모델 프로들을 많이 본 것이 화근(?)이 돼 픽서 어퍼를 사서 집을 고치는 일에 빠져들게 됐는데 그는 자신을 “이런 고생을 사서 하니 아주 멍청이”라고 농담한다.
집 고치는 일이 재미있고 또 팔 때 돈도 좀 벌 것이라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실전은 한 마디로 ‘꿈 깨’였다. 평안한 쉼터여야 할 집은 말 그대로 공사판이었으니 불편과 어수선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그는 탈진한 상태다. 하지만 건진 것도 있다. 집값을 30% 가량 더 높여놨으니 눈만 즐거울 뿐 아니라 실익도 있다.
누구를 위해 이 고생을 하는가. 물론 주택 소유주 자신들을 위해서다. 하지만 부동산 에이전트와 잠재적 바이어를 위한 측면도 강하다. 요즘 부동산 에이전트는 주택 매매뿐 아니라 리모델링에 있어서도 막강한 입김을 행사한다. 일리노이주의 주택 브로커이자 다수의 관련서를 쓴 전문가인 마크 내쉬는 리모델링에 대해 시카고 지역의 경우 1달러를 들이면 주택 판매시 2달러를 건진다고 주장한다.
그는 판매에 있어 리모델링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바이어들은 집이 신식으로 업그레이드 돼 있지 않으면 그냥 밖으로 나가버린다. 요즘 바이어들은 출입식(walk-in) 클로짓을 원하며 배스룸이 새로 만든 것이 아니면 집을 사지 않는다. 그리고 부엌 가전품들이 스테인레스 스틸로 돼 있으면 아주 마음 들어 한다.”
그는 자신의 조언대로 시카고의 허름한 벙갈로를 70만달러에 산 뒤 리모델링에 13만달러를 들였다. 컨트랙터를 썼지만 6개월이나 고생을 했다. “팔 때 도움이 안 된다면 왜 이런 일을 하겠느냐”는 그는 “지금 팔면 175만이나 200만 달러는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버드 대학의 주거연구센터에 의하면 리모델링은 2003년의 경우 2,330억 달러가 지출됐는데 이는 지난 8년간 52%나 증가한 것이다. 주택 시장의 뜨거운 호경기에 힘을 얻어 열풍처럼 번진 리모델링 열풍에 잡지와 신문, 방송도 가세했다.
리모델링을 순전히 자신을 위해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집의 기능적, 미적 가치 증진이 목적이다. 그러나 다수의 주택 소유주들은 다른 사람, 즉 집을 사갈 잠재적 바이어를 염두에 둔다. 최소한 한쪽 눈은 바이어들을 곁눈질하는 것이다.
매거진 ‘리모델링’이 리모델링 비용 대 가치를 비교한 내용에 의하면 부엌에 소폭의 리모델링을 하기 위해 1만5,000달러를 들일 경우 투입비용의 93%의 가치 증가가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의 제이슨 코스텔로. 그는 1800년대의 고옥을 2년 전 매입했는데 지난 1년 이상을 부엌 리모델링 한다고 부엌 없이 생활을 해야 했다. 그는 “투자한 35만달러 이상을 벌었다”며 “모든 것이 리세일 밸류를 보고 한 것이었다. 투자한 돈과 노력을 최대한 뽑고자 했다”고 말한다.
전국적인 리모델링 열기의 배경에는 타는 듯한 주택 경기가 있다. 주택 판매는 1990년대보다 거의 두배 가량 증가했다. 2004년의 경우 기존 주택 판매는 약 600만채로 1992년 310만을 두배 가량 앞지른다. 강한 판매세는 리모델링 열기와 무관치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치솟는 투자물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 리모델링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 부엌 및 화장실협회(NKBA)에 따르면 2004년중 부엌 리노베이션에 지출된 액수는 470억달러(전년보다 11% 증가), 배스룸에는 236억달러(7%증가)가 지출됐다.
‘민왝스’와 ‘에이스 하드웨어’사가 조사에 의하면 리모델링의 이유가 일부분이나마 주택가치 증진이라고 답한 경우가 83%나 됐다.
“리모델링은 감정에 이끌려 이뤄지는 비즈니스”라고 전국 리모델링 산업 협회장 폴 위넌스는 지적한다. “아무도 새 부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보다 멋진 삶을 가꿀 수 있고 투자물의 가치를 높인다면 끌리지 않을 수 없다”고 그는 최근의 리모델링 열기를 풀이한다.
또한 여성들의 스타일과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 역시 리모델링 열기를 자극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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