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루 하루가 축제 분위기

2005-10-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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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 가이드 / 실버레이크 커뮤니티
엘 컨퀴스터도르 레스토랑

컨퀴스터도르(El Conquistador)는 16세기, 멕시코와 페루를 정복한 스페인 정복자를 일컫는 말. 번쩍번쩍 빛나는 갑옷과 투구로 중무장을 하고 신대륙에 나타난 스페인 정복자들을 순박한 남미 사람들은 신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32년 전인 1973년, 실버레이크 커뮤니티 한 가운데 오픈한 엘 컨퀴스터도르 레스토랑(El Conquistador Restaurant)은 정복자에 의해 더욱 풍요로워진 멕시코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진화와 변화를 멈추지 않는 것이 실버 레이크 커뮤니티. 젊고 가난한 보헤미안, 20대만큼 가슴이 뜨거운 중년, 예쁜 동성애자 등 각계각층의 이웃들은 이곳의 테이블에 앉아 마가리타를 마시며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엘 컨퀴스터도르는 2001년 시티 서치(City Search)에 의해 최고의 마가리타를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선정됐다. 레몬, 딸기, 바나나, 복숭아, 멜론 등 다양한 향의 마가리타를 홀짝거리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취기가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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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버섯과 아보카도 소스를 얹은 엔칠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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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와 닭고기 콤보 파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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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스페셜티인 몰레 소스 닭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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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버터 소스와 케이퍼로 맛을 낸 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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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와 함께 레스 소스에 볶은 왕새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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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이름을 내건 탑 설로인 스테이크.


최고의 마가리타 홀짝거리다보면 취기가 …
풍요로운 멕시코 요리 마음껏 즐길 수 있어

화려한 색깔의 꽃과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커다란 날개의 나비, 바람 따라 펄럭이는 헝겊으로 장식된 다이닝룸에 들어서니 노벨상에 빛나는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즈의 작품, ‘아마존의 플로렌시아’가 떠오른다. 전설적 오페라 디바인 플로렌시아 그리말디가 아마존의 신비로운 열대 우림 속에서 커다란 나비로 승화하는 장면은 퍽 감동적이었는데. 나비와 꽃으로 경쾌하고 화사한 느낌의 실내는 마르께즈가 그렸던 매지컬 리얼리즘의 세계를 눈앞에 펼친 것 같다.
낮 시간, 이곳은 마가리타 한 잔을 앞에 놓고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있는 한가한 사람들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해가 지면 스테인드글라스에 영롱한 빛이 투영되면서 평화롭고 로맨틱한 공간이 연출된다.
밤늦은 시각 이곳에는 실버레이크의 보헤미안들이 창조해내는 뜨거운 삶의 에너지가 넘친다. 좋은 음식과 음료,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컨퀴스터도르에서는 하루하루가 축제다. 짙은 눈썹에 눈 꼬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라틴 남자 특유의 친절을 베푸는 매니저 에프렌 산체스와 모리시오 아길라로 인해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하다. 구아카몰레(Guacamole), 나초(Nachos), 께사디야(Quesadillas), 타코(Tacos) 등의 전채가 있지만 따로 시킬 일은 없을 것 같다.
바구니 하나 가득 고소한 칩과 토마토 송송 썰어 넣은 신선한 살사를 무제한 가져다주니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게 배가 불러오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옥수수 요리, 엔칠라다는 닭고기, 쇠고기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준비하고 있는데 시금치와 버섯으로 속을 채운 것(Enchiladas de Hongos y Espinacas)이 아주 별미다. 위에 얹는 소스도 토마토소스, 전통적 레드 소스, 아보카도 크림소스, 크림소스와 칠리 스트립, 몰레 소스 등 다양하다.
파히타(Fajitas)는 또띠야와 살사, 사워크림, 콩 요리, 스페인 식 라이스까지 한 상 내오는 것이 우리네 쌈밥 집에라도 온 것처럼 푸짐하다. 레몬버터 소스와 케이퍼로 맛을 낸 광어(Halibut)는 멕시코도 생선요리를 잘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뉴. 신선한 야채와 함께 레드 소스에 볶은 왕새우요리(Camarones Rancheros)는 위에 얹은 실란트로의 향이 소재와 잘 어울린다. 레스토랑 이름을 내건 탑 설로인 스테이크(El Conquistador Top sirloin Steak)는 양파, 토마토, 피망, 감자 등 각종 야채를 함께 넣고 낮은 불에 뭉근히 익힌 것이 아주 맛있다.
몰레 소스에 조리한 닭고기(Gallina en Mole)도 주방장이 강력 추천하는 하우스 스페셜티.
엔칠라다와 타코, 칠레 레레노 등 다양한 아이템을 골고루 맛볼 수 있게 준비한 콤비네이션 메뉴도 있다.
거의 모든 요리에는 수프나 샐러드, 라이스, 콩 요리, 구아카몰레, 사워크림이 더해진다. 식사 후에는 멕시코 스타일의 핫 초컬릿과 칼루아가 들어간 커피의 달콤한 맛이 입맛을 정리해준다.


Tips

▲종류: 멕시코 요리. ▲오픈 시간: 런치는 수-일요일 오전 11시-오후 4시. 디너는 주7일 오후 4시-11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자정까지. 월-목요일 오후 4시-6시30분까지는 해피 아워로 무료 안주와 함께 마가리타 등 알콜음료를 반값에 즐길 수 있다. ▲가격: 런치 7.95-14.95달러. 브런치용 계란 요리는 8.25-8.95달러. 디너 전채 7-10.95달러. 메인 디시는 9.95-16.50달러. 하우스 선별 와인은 잔에 5달러, 병에 16달러. ▲주차: 뒤편 무료 주차장과 스트릿 파킹. 입구 쪽 발레 파킹 5달러. ▲주소: 3701 W. Sunset Blvd. LA, CA 90026. ▲전화: (323)666-5136.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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