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5-10-0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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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날짜를 잡고 (1)


춥지 않은 겨울아침… 잔뜩 흐려 있지만 왠지 차차 밝아질 것 같은 아침이다. 회사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CCS 승욱이 담당 간호사이다.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민아! 드디어 CCS에서 수술비용과 모든 절차에 드는 비용을 지원한다는 승인이 났으니 빨리 UCLA에 전화를 걸어서 수술 날짜를 잡아~” 난 그녀의 갑작스런 전화에 너무 놀라 버벅이는 말로 “뭐? 진짜? 어디? 어디로 전화하지?”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수술실 스케줄 잡는 곳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었다.
아고… 주여, 이게 뭔 일입니까요. 그녀는 나보다 더 흥분한 것 같다. 내가 하도 전화를 해서 내가 미울 만도 할 터인데 이렇게 반갑게 전화까지 걸어주니(사실 그녀는 편지 한통 보내주면 되는 일인데 미리 전화를 걸어주었다)
난 너무 고마움에 계속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만 말하다가 빨리 UCLA에 전화를 걸 마음으로 얼렁뚱땅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진짜 버릇없이, 쯧쯧쯧) 바로 UCLA에 전화를 걸었다. 수술실 스케줄이 많이 밀려있고, 아직까지 그곳에서 CCS로부터의 승인서가 안 왔으니 기다리라고 했다. 기다리는 것… 기다림… 내가 제일 잘 하는 거… 그것이 오늘은 왜이리 기쁘냐…
난 매일 아침 UCLA로 전화를 걸었다. “CCS 에서 승인서가 왔나요?” 병원담당자는 “너 또 승욱이 엄마구나? 우리가 너 전화번호 가지고 있으니 승인서 오면 전화해 줄께” 난 또 그 다음날도 전화를 건다 “수술날짜 좀 잡아주세요” 병원 담당자는 조금 짜증난 목소리로 “연락 준다고 했지!” 난 또 그 다음날도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라고 말하기 무섭게 그쪽에서는 “승욱이 엄마~~~우리 업무가 얼마나 바쁜 줄 알아? 제발 좀 기다려줘…” 내가 좀 심했나? 당신도 1년8개월 애타게 기다려보세요. 쩝. 이렇게 사람이 약간 맛이 간다구요.
며칠후, 수술날짜가 드디어 나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후후후… 점점 모든 일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 느리게 느리게 진행되던 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UCLA의 수술실 날짜 잡는 당담자에게 전화를 받았다. 2월16일 수술 시작 시간 오전 11시30분.
아! 이걸 얼마나 기다린건가. 우선 주님께 이 모든 영광을… 여기까지 인도하신 이도 하나님이시고, 이 모든 환경을 허락하신 이도 하나님인 것을 난 부인할 수가 없다. 처음 닥터하우스 병원에서 승욱이 수술을 거절당했을 때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줄 알았다.
난 그때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승욱이가 세상에 태어난 그 모습대로 살길 원하나요? 하나님의 계획에는 승욱이가 영영 못 듣는 아이인가요? 그렇다면 하나님의 계획을 바꿔주세요. 승욱이 제발 듣게만 해주세요. 제발…”
너무 무례하고 당돌한 나의 기도가 하나님을 움직인 걸까? 사람들은 모두 안 된다 했지만 우린 하나님 하나만 의지하고 여기까지 왔다. 가슴이 떨린다. 제일 먼저 교회 목사님에게 전화를 걸어서 승욱이 수술 날짜를 알려드리고 더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다음은 가족에게…
우리 부모님이 너무 기뻐하셔서 내 마음도 왠지 효도하는 기분이 들었다.(그만큼 난 살면서 부모님께 효도라는 것을 해보질 않았당!)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직 승욱이 수술날짜를 알리질 못했다. 난 조금 두렵고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승욱이 처음 눈 수술 할 때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기대를 하고 했는데 결국 실패로 돌아간 후에 난 주변 분들보다 더 힘들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최대한 자숙하며 조용히 일을 진행하던 참이다.
승욱이는 수술날 일주일 전까지 여러가지 소아과적인 검사와 피검사와 엑스레이를 찍어서 수술실 팀에게 보내줘야 한다. 승욱이가 감기에 걸려도 수술이 연기가 되고, 검사지가 제 날짜에 도착하지 않아도 수술이 연기가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수술을 기다리는데 만약에 수술이 미뤄지기라도 하면 여간들 실망치 않을거란 생각에 난 더 기도에 매달렸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제발 제 날짜에 수술할 수 있도록 모든 순서 순서를 맡아주세요…’
나름대로 특별관리 기간에 들어간 승욱이는 행여나 감기라도 걸릴까, 밥 안 먹어서 살이라도 쑥 빠질까, 여러가지로 신경의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소아과에 가서 승욱이가 수술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를 마쳤다. 마지막으로 승욱이 피검사와 가슴 엑스레이를 찍어야하는 일만 남겨두었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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